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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2호

리포터의 창

열세 살의 소셜 미디어, 아직은 천천히

김세희 리포터 say2sei@naeil.com



늦은 밤, 중학생 아이가 슬그머니 와서 묻습니다. “엄마, 나 셋로그 해도 돼?” 셋로그? 처음 듣는 이름이었어요. 게임인지 메신저인지 짐작도 안 돼서 허락은커녕 아이 앞에서 검색창부터 열었습니다. 모르는 단어 앞에서 작아지는 엄마라니 조금 머쓱했지만, 모르고 허락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어요.


처음 듣는 그 앱

찾아보니 ‘셋로그(setlog)’는 요즘 10대 사이에서 빠르게 번지고 있는 소셜 미디어더군요. 1시간마다 알림이 울리면 2~4초짜리 짧은 영상을 찍어 친한 친구들끼리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방식이죠. 꾸밀 것도 편집할 것도 없이 ‘지금 이 순간’을 그대로 올린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라고 합니다.

설명을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솔직히 저는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를 쓰는 것이 조심스러워요. 아이들이 자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화면 속 ‘보이는 나’에 매달리게 될까 봐 걱정이 앞서거든요. 또 눈앞의 진짜 친구와의 관계 대신 ‘보이는 관계’를 가꾸는 데 시간을 쏟는 것도요. 친밀한 듯하지만 결국 서로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드는 구조니까요.

괜한 걱정이 아닌 까닭은 저 역시 교사로 지내며 그런 모습을 여러 차례 봐왔기 때문입니다. 소셜 미디어가 놀이를 넘어 다툼의 통로가 되는 순간을요. 한 아이만 쏙 빼고 새 단톡방을 파거나, 무심코 찍은 영상이 돌고 도는 일. 이런 일들은 대부분 화면 안에서 벌어지니 어른은 늘 한발 늦게 알게 되죠. 실제로 교육부 조사에서도 몸으로 부딪치는 폭력은 줄어드는데, 단톡방 따돌림과 사이버폭력은 오히려 늘었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교실은 어쩌면 손바닥 위 화면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기다려줄래?

이런 고민은 우리만의 일은 아니었어요. 호주는 지난해 16세 미만의 소셜 미디어 가입을 아예 금지했고, 영국과 프랑스도 이를 뒤따르고 있다더군요. 실제로 호주에서 9~19세 청소년 1천200여 명을 10년간 해마다 추적한 연구에서도, 하루 2시간 넘게 소셜 미디어를 쓴 아이들은 이듬해 조사에서 우울 증상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 한창 또래의 인정과 시선에 예민한 나이라 비교의 파도를 담대하게 탈 힘은 아직 여물지 않은 탓이겠지요.

이처럼 우리나라도 차라리 사회적 기준이 조금 더 분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야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 되고, 아이도 엄마도 소모적인 감정싸움을 할 필요가 줄어드니까요. 한데 우리에겐 아직 그런 선이 없습니다. 그러니 막는 것은 오롯이 엄마 몫인데, 법도 아닌 엄마의 금지령은 한낱 빗장 역할에 머무를 수밖에요. 게다가 못 하게 할수록 더 하고 싶은 나이라 무턱대고 안 된다고 막기만 하다가 아이는 혼자 몰래, 더 깊이 빠져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생겨요.

그래서 저는 아이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어요. 엄마가 왜 이걸 염려하는지, 그 이유를 아이가 스스로 납득할 때까지요. 화면에 비치는 것은 친구의 진짜 하루가 아니라 ‘보여주려고 고른 한 장면’일 수 있다는 것, 그 화면 속 관계에 매달리다 정작 눈앞의 사람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죠. 자라는 동안에는 마음도 관계도 아직 단단해지는 중이니, 우리 조금만 천천히 가보자고요. 아이는 입을 삐죽이더니 한마디 했습니다. “엄마, 그게 뭐라고 그렇게 심각해?”라고요. 그러게요, 그게 뭐라고. 그런데 그 ‘뭐’가 아이의 하루를 통째로 삼켜버릴까 봐, 오늘도 엄마는 이렇게 고민하고 말이 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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