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날 스타킹에 교복 치마를 입고 덜덜 떨며 등교하던 때가 있었죠. 더운 여름, 긴 교복 바지를 입고 땀 흘리기도 했고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버텼는데 지금 우리 아이들의 교복을 보면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글 김세희 리포터 say2sei@naeil.com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노랫말이 현실이 됐다!
“여름 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1990년대의 대표 히트곡 <DOC와 춤을>의 가사 일부예요. 당시엔 ‘맞아 맞아’ 하며 따라 불렀는데, 이젠 현실이 됐더라고요? 고1 아이의 하복을 사는데 생활복 바지가 반바지인 거 있죠?
저도 모르게 ‘라떼는’이라는 단어를 뱉어서 아이와 같이 웃었어요. 사실 지난 겨울에도 한번 놀랐었어요. 여학생이 ‘바지’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추운 겨울에 스타킹에 치마 입고 덜덜 떨면서 버스를 기다리던 기억이 생생한데, 딸아이는 바지에 후드집업을 입고 씩씩하게 나가더라고요. 어깨 부분이 딱딱해 불편했던 재킷과 단추 채우느라 시간이 한참 걸렸던 블라우스 대신 카디건과 티셔츠를 입을 수 있다니… 하루 종일 앉아 있어야 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편할까요. 괜히 제 마음이 다 편안해지던걸요. 심지어 교복이 가장 편하다며 집에 들렀다가 학원에 갈 때도 교복차림 그대로 나가더라고요. 교복 디자인도 전체적으로 요즘 감성에 맞게 스포티하고요. 누가 이런 색 조합을 한 건지 의심과 원망을 쏟아냈던 예전 교복과 비교하면 멋스러워서 좋아요.
장롱 신세인 정복에 울컥하기도
생활복이 편해서인지 아이는 정복을 거의 안 입어요. 재킷은 입학식 때 딱 한 번 입고 1년 넘게 장롱에 넣어둔 상태랍니다. 그렇다 보니 ‘왜 사라고 했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정복 생활복, 체육복을 다 사야 해 비용 부담이 컸거든요. 옆 학교는 생활복과 체육복만 구매해도 되던데… 아이 옷장을 정리하면서 구석에 자리 잡은 정복을 보면 잘 입지도 않는 옷을 ‘강매’당한 느낌이 들어 울컥할 때도 있어요. 학교마다 규정이 달라 어쩔 수 없다는데 하나로 통일해주면 학부모 부담도 덜고 자원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아닌가요? 그런데 이건 저만의 볼멘소리가 아니었나 봐요. 교육부가 올해 정장형 교복 폐지를 권고하는 방침을 공식 발표했잖아요.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아 장롱 속 재킷 신세는 옛날 얘기가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지원금 여유 있는데, 추가 비용 내라?
그래도 제가 학교 다닐 때보다는 교복 가격이 합리적인 것 같아요. 지원금이 나오니까요. 저희 지역은 아이 한 명당 30만 원 정도 지원해줘요. 다만 약간 아쉬운 점이 있어요. 다행히 아이 학교는 갖춰야 할 교복 품목이 비교적 간소해서 카라티, 야구점퍼, 카디건, 바지만 맞춰도 충분했는데요. 지원금이 조금 남아 세탁이 잦은 카라티를 한 장 더 사려고 했더니, 추가금을 내라고 하더라고요. ‘한 벌 지원이 원칙’이라 여벌 구매는 별도로 결제해야 한다는 거죠. 당시엔 별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하루가 멀다 하고 카라티를 세탁하다 보니 정해진 금액 안에서는 여벌 구매도 허용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앞으로 지원금 방식이 현물에서 현금·바우처로 바뀐다면, 필요한 품목을 골라 살 수 있을 테니 기대가 되네요!
/Reporter’s NOTE/
교복을 입던 소녀가 어느새 교복을 사주는 엄마가 되었습니다. 아이가 편하다니 저도 편하고, 예쁘다니 저도 뿌듯하고. 교복이 이렇게 제 마음에까지 영향을 줄 줄 몰랐어요. 앞으로 더 편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뀌어가길 학부모로서 응원합니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