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자극 영상, 인강을 가장한(?) 아이돌 음악, 달달한 야식까지 도파민 충전을 마쳐야 비로소 문제집을 펼치는 아이들. 오늘도 부모님의 한숨과 웃음이 뒤섞인 수다가 펼쳐집니다.
글 박선영 리포터 hena20@naeil.com
도파민 중독 주의보
10분만 본다며
‘딱 10분만’ 본다는 우리 딸의 단골 코멘트에 저는 늘 속아요. 일단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니까 쉬는 시간도 줘야 한다는 생각에 잠깐 영상을 보라고 허락해주거든요? 문제는 약속한 10분을 항상 넘긴다는 거예요. 수학 문제를 몇 개 풀고 일어나서는 잠깐 쉬어야 집중도 잘된다며 휴대폰을 들더니 쇼츠 하나 보고 추천 영상 하나 보고…. 집요한 알고리즘은 아이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해 귀여운 강아지 영상을 줄줄이 쏟아냅니다.
아직도 영상을 보냐고 잔소리하면 바로 휴대폰을 뒤집어놓고 “지금 끄려고 했는데 엄마 때문에 공부하기가 더 싫어졌잖아”라고 덧붙이기까지 하죠. 정말 속이 부글부글 끓어요. 휴대폰 화면은 꺼졌는데 손가락은 계속 화면을 넘기는 걸 보면 손가락까지 도파민에 중독된 게 아닌가 싶어요.
공부에 왜 도파민이 필요하니
우리 아이는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준비 과정도 꽤 긴데 공부하려면 도파민을 공급(?) 받아야 한답니다. 먼저 ‘스터디 음악’을 틀더니 갑자기 필통을 정리하고 인스타에 올릴 책상 위 사진도 찍고 타이머 앱까지 켠 후 ‘공부 자극 영상’을 틀더라고요? 멘토나 셀럽의 명언을 듣고 동기부여를 해야 한대요. 그러다 추천 영상으로 넘어가고 결국 30분 동안 공부 자극 영상을 보느라 정작 공부는 시작도 못 합니다.
어느 날은 아이가 인강을 너무 열심히 듣고 있길래 기특한 마음에 간식을 들고 방에 들어갔는데 뭔가 이상한 거예요. 아시죠? 쎄~함을 감지하는 엄마의 촉. 아이의 이어폰 한쪽을 살짝 빼서 들어봤는데 오 마이 갓! 인강인 줄 알았던 영상이 사실은 아이돌 음악 방송이었던 거예요. 그 배신감이란! 우리 아이의 도파민 중독을 이길 친구가 또 있을까 싶어요.
밤마다 찾아오는 도파민 야식 타임
우리 아이는 야간자율학습을 끝내고 집에 오면 야식에 빠져버립니다. 배가 너무 고프다며 갑자기 주방으로 후다닥 가더니 불닭 볶음면을 서둘러 끓이고 달달한 과자를 찾아요. 어쩌면 그리도 자극적인 야식만 골라 먹는지. 제가 준비한 과일이나 견과류, 영양 간식은 몇 입 먹고 끝이에요. 걱정이 한가득이라 차라리 공복으로 일찍 자는 게 낫겠다고 말려봐도 아이는 너무 태연하게 말합니다. “엄마, 공부하려면 뇌에 당이 얼마나 많이 필요한데!”
그렇게 당을 잔뜩 충전하고는 혈당 스파이크가 몰려와 졸면서 문제집을 붙잡고 있답니다. 다음 날에는 전날 먹은 야식 여파로 기상 전쟁이 몇 배는 더 치열해지죠. 밤마다 야식 도파민에 절여지는 우리 아이, 우리 집만 이런가요? 아니라고 해주세요, 제발!
/Reporter’s NOTE/
우리 집 얘기인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인 분이 꽤 많을 것 같아요. 요즘 아이들의 손에 들린 휴대폰은 도파민 덩어리에 가깝죠. 쇼츠 한번 넘기면 다음 영상이 쉼 없이 이어지고, 뇌는 짧고 강한 재미에 금방 익숙해집니다. 문제집 한 장, 책 한 장 넘기는 일은 더 느리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고요.
방에서 휴대폰만 붙잡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 속이 터지지만 어쩌면 학업에 대한 부담을 잠깐 피해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동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도파민에 푹 빠진 아이와의 ‘밀당’은 쉽지 않겠지만, 가끔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창 예민한 사춘기 아이와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기는 쉽지 않죠.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격한 공감이 필요한 학부모를 위해 ‘톡 쏘는 홈 수다’를 새롭게 시작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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