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고3, 둘째 고2! 연년생 아이 엄마의 주방은 밤 10시에도 쉴 틈이 없습니다. 밥과 간식까지 든든히 먹여 학교와 학원에 보내지만 아이들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엄마! 배고파요!”를 외칩니다. 힘들어도 다시 주방으로 출근 도장을 찍죠. 하지만 언젠가 아이들과 아웅다웅 웃고 떠들며 야식을 함께 즐기던 지금을 그리워할 것 같아요.
글·사진 정은경 리포터 cyber282@naeil.com
/끝나지 않는 배달의 유혹/
왜 아이들은 늘 배고플까요? 특히 우리 집 첫째는 남자아이라 그런지, 하루 네 끼도 거뜬히 먹어요. 여기에 야식은 절대 빠질 수 없는 필수 코스죠. 한여름에도 학교 급식으로 점심을 후딱 해치우고, 쉬는 시간을 이용해 친구들과 땀 뻘뻘 흘리며 농구를 합니다. 덕분에 집에 올 때는 ‘완전 공복’ 상태! 현관에서부터 “엄마, 배고파요~”라는 말이 메아리치면 서둘러 한상 차려주곤 해요. 그러면 아들은 밥그릇을 싹싹 비우죠. 반면 둘째는 여자아이인 데다 태생이 ‘소식좌’라 한입 먹고는 “그만”을 외쳐요. 극과 극인 두 아이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건 결국 배달 음식입니다. 1위 떡볶이, 2위 피자, 3위 치킨! 배달앱이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예요. ‘바깥 음식’을 흘겨보던 저도 아이들과 같이 한 점, 두 점 먹다 보니 자극적인 맛에 스트레스가 확 해소되더라고요. 그렇게 같이 배달을 시키고, 또 시키게 돼요. 그러다 차곡차곡 쌓은 결제 내역이 한번에 청구되면 화들짝 놀라죠. 다음 달에는 배달을 줄이겠다고 다짐해보지만, 아이들의 간절한 눈에 무너지기 일쑤예요. 사실 저도 남이 해준 음식이 맛있고요. 끝없는 배달의 유혹, 아이들의 수험 생활이 마무리되면 벗어날 수 있을까요?
/비장의 무기! 10분 컷 레시피/
최애 음식이라도 물릴 때가 있죠. 그럴 땐 엄마표 초간단 야식을 꺼내 듭니다. 엄마도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오는 밤 10시, 최대한 간단하게 10분 안에 만드는 게 핵심이에요. 우동, 팥빙수, 떡만둣국이 그 주인공이죠. 우동은 냉동면, 전용 장국, 건더기수프만 냉장고에 쟁여두면 언제든 5분 안에 후딱 만들 수 있어요. 간단하지만 소식좌 둘째도 ‘엄지척’할 만큼 맛이 좋죠. 팥빙수도 멸균 우유, 통팥, 연유만 있다면 언제든 제공 가능해요. 떡만둣국은 떡국, 냉동만두, 한우 사골곰탕이 필요해요. 사 먹는 맛과 비슷해 아이들이 “한 그릇 더 주세요”라고 할 정도죠.
/시험 기간, 예민한 장을 달래줄 야식/
늘 배고픈 아이들도 중간·기말고사 기간엔 조용해져요. 혹시 탈이 날까 조심하는 거래요. 신경이 날카로워지니 덩달아 장도 예민해지는지 맵거나 기름진 음식은 거리두기를 하더라고요. 야식 타령이 사라져 편하긴 한데, 늦게까지 공부하는 아이에게 간단한 간식이라도 챙겨주고 싶은 게 엄마의 마음이죠. 그래서 속도 편안하고 영양도 가득한 야식 메뉴를 찾아냈어요. 바로 달걀죽과 옛날 토스트. 달걀죽은 밥에 물을 붓고 달걀, 참깨, 참기름, 국간장 조금 넣고 끓여주면 끝이라 간단한데, 아이들 모두 속이 편안하다며 좋아해요. 옛날 토스트는 달결에 채 썬 양배추, 당근을 섞어 부치고 케첩을 쓱 뿌려서 식빵 사이에 넣어주는데, 둘째가 잘 먹어요. 뭐라도 먹여보려 궁리하는 엄마의 마음을 아이들이 알까요? 언젠가 “그때 엄마가 해줬던 야식 참 맛있었지!” 하며 떠올리길 바라봅니다.
/기다려지는 아이들의 야식 토크/
24년간 직장 생활을 하며 야근이 잦아 야식은커녕 저녁밥조차 못해준 날이 많았어요. 퇴사 후 쉬면서 아이들의 아침과 저녁 식사는 기본, 야식까지 챙겨주니 뿌듯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어요. 특히 방학 기간엔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의 무한 반복! 저녁엔 진이 다 빠지더라고요. 식성마저 극과 극인 두 아이의 입맛에 맞춰 뚝딱뚝딱 요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도 학교와 학원에 다녀온아이들과 오손도손 야식을 먹는 시간은 정말 즐거워요. 친구 이야기부터 좋아하는 연예인, 유튜브에서 본 재미있는 영상까지, 아이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하거든요. 이 맛에 오늘도 신상 야식 메뉴를 떠올리고 있습니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