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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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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합격을 기다리며

“엄마, 나 6지망 바꿀래!” 수시 원서 접수 첫날, 아이의 폭탄 선언에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거대한 폭풍의 시작이었죠. 충격의 최초 합격 발표부터 추가 합격 통보까지, 11일간의 기록을 나눠봅니다.

글·사진 정은경 리포터 cyber282@naeil.com



/수시 ‘광탈’에 냉기만 감돌았던 그때/

드디어 12월 12일. 수시 최초 합격자 발표일이었어요. 1·2·4지망은 이미 아웃. 남은 카드는 딱 3장.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머릿속에 사이렌이 울렸어요. 일단 심호흡을 하고 깨끗하게 세수하고 기도했습니다.

아침 9시가 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아이가 지원한 학교의 입학처에 로그인했죠. 이미 ‘불합격’ 이라는 단어를 세 번이나 봤기 때문에 합격자 조회 버튼만 봐도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어요. 운명이 판가름 나는 11시가 되자 손이 달달 떨렸습니다. 학교에 간 아이 대신 제가 비장하게 합격자 조회 버튼을 눌렀습니다.

남은 세 학교도 모두 불합격. 화면에는 야속한 예비 번호만 있었어요. 밖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리는데 우리 집은 순식간에 얼음이 됐습니다. 둘째의 표현을 빌리자면 집 안 공기가 시베리아보다 차가웠답니다. 수시 6장 모두 ‘광탈’? 에이 설마~ 우리 집 얘기는 아닐 거야.


/우리 아들은 예외일 줄 알았는데/

1지망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에 미달해 쿨하게 보내줬고 2지망은 상향이었습니다. 하지만 믿었던 4지망마저 1차에서 탈락해 면접 기회도 날아가니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작년과 재작년 데이터로 보면 안정 지원이었는데 엄마의 오만함이었을까요?

불행 중 다행으로 소중한 예비 번호를 받았으니 지난 3년간의 충원율, 경쟁률, 모집 정원을 뽑아서 ‘행복 회로’를 돌려봤어요.

“작년 충원율이 50%였어. 넌 무조건 문 닫고 들어간다니까?”

열심히 엑셀로 정리해 들이밀었는데 정작 아들은 친구들이랑 노느라 바쁘더라고요. 어찌나 얄미운지. 내가 대학 가냐고!


/샤워할 때도 휴대폰과 함께/

5지망으로 지원한 대학의 1차 발표에서 받은 예비 번호는 4번. 정원도 적은 학과라 심장이 쪼그라드는 줄 알았어요. 6지망은 예비 번호가 두 자리라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고 3지망은 예비 번호도 없었거든요. 이때부터 휴대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됐죠. 요즘은 전화로도 추가 합격을 알려준다고 하더라고요. 혹시라도 샤워하다가 벨소리를 못 들을까 봐 소리를 크게 키워놓고 욕실에 가지고 들어갔답니다.

5지망 대학의 2차 발표를 기다리는 1분 1초가 마치 슬로 효과를 넣은 영상처럼 흘러가더군요. 조회 버튼을 꾹 눌렀는데 화면에 여덟 글자가 보였습니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저도 모르게 돌고래처럼 비명을 지르고 말았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 순간에 또 혼자네? 아드님은 학교가 끝나자마자 친구들과 스케이트장으로 날아가셨거든요.

한참 후에야 아들이 전화하더라고요. “합격했지? 사실 1차 때 예비 번호를 보고 합격할 줄 알았어. 친구들이랑 좀 더 놀다 갈게~.” 엄마는 피가 마르는데 너는 다 계획이 있었구나? 생각해보니 아이도 불안해서 집에 가만히 있지 못했던 것 같아요. 친구들과 스키장, 농구장, 노래방 등을 돌아다니면서 초조함을 잊어버리려고 했던 거죠.


/예상치 못했던 두 번째 추가 합격/

12월 22일, 마트에서 한창 장을 보는데 전화가 왔어요. “엄마! S대에서 전화 왔어. 추가 합격이래. 엄마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바로 등록하겠다고 했어.”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놓칠 뻔했어요. 아이가 그토록 원했던 3지망 대학이었거든요.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으로 몇 번을 되뇌었는지 모릅니다.

아이는 상기된 목소리로 덧붙였습니다. “엄마, 합격 전화를 받는데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하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가더라. 그래도 내 노력을 하늘이 모른 척하지 않았나 봐.”

지난 3년 동안 동아리 활동과 각종 수행평가, 실험 탐구 보고서 등을 붙들고 노트북 앞에서 꾸벅꾸벅 졸던 아이의 뒷모습, 수능이 끝나자마자 쉴 틈도 없이 기말고사와 면접을 준비하며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던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습니다.

아이의 노력을 오직 대학 입시로 평가하는 게 참 가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아이의 12월만큼은 따뜻하기만을 바랐습니다. 전화를 끊고 묵묵히 버텨온 아이를 마음으로 깊게 안아주었습니다. “정말 고생 많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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