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날씨 탓인지 올겨울은 더욱 길게 느껴집니다.
어김없이 찾아온 겨울방학, 집집마다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들어볼까요?
글·사진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겨울 친구 붕어빵+군고구마와 함께
‘겨울’ 하면 붕어빵과 군고구마였는데 요즘엔 쉽게 찾을 수가 없어서 아쉬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딸이 뛰어 들어오면서 “엄마! 붕어빵 봉투를 들고 가는 사람을 봤어~ 집 근처에서 파나 봐!” 하고 외쳤어요. 수소문 끝에 붕어빵 가게를 찾아냈죠.
붕어빵을 키오스크로 주문하다니 노점에서 틀에 반죽을 구워 팔던 붕어빵에 익숙한 세대에겐 문화 충격이었죠. 슈크림을 좋아하는 딸과 팥을 좋아하는 아들 때문에 두 가지를 다 사 왔어요. 여기에 박스로 주문한 호박 고구마까지, 맛있는 겨울 간식 덕분에 매일 배가 불러요. 신나게 먹던 아이들이 한마디 합니다. “엄마 얼굴이 점점 빵빵해지는 것 같아~”
하루 1시간 밸런스 보드로 운동하기
여고 입학 후 1년 동안 몰라보게 통통해진 딸. 공부하느라 스트레스를 받아 학교 간식 자판기에서 초코파이, 초콜릿 음료를 매일 사 먹었다고 고백(?)했어요. 한창 예민한 때라 눈치 보며 조심하던 차에 평소 스노보드를 즐겨 타던 딸아이를 위해 밸런스 보드를 주문했어요. 코르크로 만들어진 보드를 원통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서서 균형을 맞추는 거예요.
처음엔 익숙하지 않아 일주일 동안 좌충우돌하더니 이제는 양팔을 벌리고 1시간이나 버텨요. 얼핏 편안하게 서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땀이 나는 운동이랍니다. 딸은 방학 동안 5kg 감량이 목표라 매일 1시간씩 자신과 한 약속을 이행하는 중이에요. “엄마, 개학하면 간식 자판기 근처에도 안 갈 거야!”
실내 텐트로 만든 딸의 아지트
딸의 방은 외풍이 불어 겨울에 유난히 추워요. 고민 끝에 방한용 실내 텐트를 사줬어요. 기왕 하는 거 캠핑 분위기도 낼 겸 전구도 사서 꾸며줬죠. 아늑하고 좋았는지 점점 텐트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더라고요. 그동안 책장 장식이었던 <해리 포터> 시리즈의 원서를 갖고 텐트에 들어가더니 푹 빠져서 읽고, 밤에는 <해리 포터> 영화도 봅니다. 한 집에 있는데 얼굴 보기가 힘들어요~
홍콩 여행 떠난 아들이 사온 쿠키
체감 온도 영하 20℃, 매서운 한파가 몰아쳤던 날. 올해 입시를 끝낸 아들이 고등학교 친구들과 홍콩 여행을 다녀왔어요. 홍콩 날씨를 검색하더니 반팔과 반바지를 챙기더군요. 이제 고2가 되는 딸은 오빠가 마냥 부러웠나 봐요. “나는 언제 놀러 가보나~ 오빠, 제니 쿠키가 유명하대 꼭 사와~”
아들은 “그건 우리나라에서도 주문하면 내일 도착해~” 하면서 무심하게 떠나더니 돌아와서는 ‘오다가 주웠다’는 표정으로 주섬주섬 쿠키를 꺼냅니다.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알아?” 꼭 한마디는 하고 줍니다. 그래도 오빠밖에 없지?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