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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1168호

2025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두 번째 주제_ 우당탕탕 고교 생활

고군분투한 경험은 나만의 무기가 된다

글 강채린
연세대 행정학과 1학년
elsie9535@naver.com


중학생 때부터 금융권에 관심이 많았다. 모 대학의 경영학과를 꿈꿨지만 삶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금은 행정학도로서 회계사를 꿈꾸며 분야를 넓혀나가는 대학생이다.
매사에 힘들어도 목적지가 분명하면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실패를 걱정하는 학생에게 내 이야기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시 파이터’가 된 이유

고등학교 생활은 마냥 평화롭지 않았지만 추억이 많았다. 모교인 한국디지털미디어고는 IT 특성화학교로 e-비즈니스과, 디지털콘텐츠과, 웹프로그래밍과, 해킹방어과가 있었다. 나는 e-비즈니스과였는데 국어, 수학, 영어 말고도 전공 과목으로 <상업경제>나 <회계원리>, R-studio를 사용한 데이터베이스 등을 배웠다.

나는 공부하고 싶은 과목만 열심히 공부했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성적이 좋았던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과목은 그리 등급이 높지 않았다. 극단적인 내신 공부법(?)을 택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난 처음부터 소위 말하는 ‘정시 파이터’였기 때문이다.

우리 학교에서는 상대적으로 좋은 내신을 받기 어렵다는 걸 고1 때 깨달았다. 각 과목마다 1, 2등을 도맡는 친구가 있었기에 나는 모든 과목에서 상위 등급을 받겠다는 목표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대신 국어, 영어, 수학 및 탐구 과목을 포함해 내가 좋아하는 과목 위주로 공부했다. <상업경제>나 <회계원리> 같은 사무 경영 분야가 나와 잘 맞았다. 물론 <통합과학>이나 코딩처럼 싫어하는 과목도 있었지만 당시 공부한 내용이 적성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어 금융계 컨설턴트 혹은 회계사라는 꿈으로 이어졌다.

수시라는 입시의 중요 전략을 바로 포기해버리는 건 너무 과감하거나 위험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절한 노력으로 최대 효율과 결과를 내려면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시간과 체력은 한계가 있으니 목표와 능력에 부합하는 선에서 ‘올인’하는 게 현실적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친다는 속담도 있으니까.

무엇보다 우리 학교는 IT 특성화고라 동아리, 대회, 프로젝트가 많았다. 나는 1학년 때부터 어도비 XD를 이용해 앱 디자인을 했고,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일러스트 디자인을 했다. 2학년 때는 친구들과 IT 자율동아리를 만들었다. 함께 동아리 웹사이트를 만들고 불편한 점을 개선하는 앱도 기획했다.




자신감을 심어준 교내 발표 대회

그중 특히 기억에 남은 활동은 3학년 때 진행한 ‘비즈니스 모델 연구 발표 대회’였다. 상경 계열을 희망하는 3학년을 대상으로 열리는 가장 큰 교내 대회였는데 조마다 기업을 하나씩 선정해 재무 구조, SWOT, STP, 포지셔닝, 가치 사슬 등을 세세히 분석했다.

약 3개월 동안 보고서를 쓰고 발표 자료도 만들었는데 난관의 연속이었다. 팀을 구성하는 단계부터 덜컹거렸고 팀원 중 한 명은 참여도가 낮아 조장인 내가 나머지를 도맡아야 했다. 게다가 다른 팀원이 전학을 가게 되어 결국 나를 포함해 두 명이 대회를 준비했다.

수능이 반년도 남지 않은 시점에 입시 공부와 대회 준비를 병행하려니 정말 부담스러웠다. 나와 친구는 모의고사를 준비하면서 어떻게든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발표 자료를 만들었고 보고서 작성과 자료 조사는 친구와 함께 했다.

처음엔 정말 막막하고 힘들었지만 한 달 정도가 지나자 어쩐지 신났다. <상업경제>에서 재밌게 배웠던 기업의 전략 경영 이론을 실제 기업에 대입해 해석하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지금 생각해보니 적성에 맞는 분야를 제대로 확인했던 시간이었다.

고군분투하며 끝까지 해낸 경험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발표가 두려웠던 나는 친구와 수차례 대본을 읽으며 두려움을 극복했다. 덕분에 지금은 조별 과제를 할 때 자료 조사, 글쓰기, PPT 만들기, 발표 중 어떤 분야를 맡든 거뜬히 제 역할을 해내는 대학생이 되었다. 오히려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게 편해져 때로는 발표를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니 여러 후배에게 학업 외에도 최대한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기반한 목표를 설정해야 지치지 않고 공부를 이어갈 수 있다. 또한 새로운 경험을 두려워하지 않길 바란다. 원치 않았던 일이 불쑥 찾아와도 배움의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까. 어떤 상황이든 고등학교 생활은 자신을 찾아가는 귀중한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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