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채린
연세대 행정학과 1학년 elsie9535@naver.com
중학생 때부터 금융권에 관심이 많았다. 모 대학의 경영학과를 꿈꿨지만 삶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금은 행정학도로서 회계사를 꿈꾸며 분야를 넓혀나가는 대학생이다.
매사에 힘들어도 목적지가 분명하면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실패를 걱정하는 학생에게 내 이야기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 번째 수능, 실패 원인 분석부터
나는 대입에 실패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실패했다고 느낀 적이 있다. 고등학교 막바지에 본 첫 수능을 기대에 비해 완전히 망쳐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수시도, 논술도 준비하지 않고 고2 때부터 정시만 준비했기 때문에 타격이 더욱 컸다. 정시만 준비한 이유는 가고 싶은 학교와 학과는 내신으로 가기 어려웠고, 논술전형은 경쟁률이 최소 700:1이라 수능이 제일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 응시한 모의고사는 전반적으로 성적이 좋아서 정시에 확신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7시간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수능에서 노력과 성과가 전부 발휘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수능 점수로는 진학하고 싶었던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차선책으로 다른 학교에 입학했지만 미련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아 결국 다시 정시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때는 수능이 150일도 채 남지 않은 7월이었다.
공부를 시작하기에 앞서 과거의 공부법과 실전에서 무너진 이유를 점검했다. 우선 수능을 볼 때 국어를 응시한 이후 평정심이 흔들렸다.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할지 매뉴얼을 정해두지 않아 이후 다른 과목 시험을 볼 때 악영향을 끼쳤다.
주기적으로 실전 모의고사를 보고 공부에 집중하기 좋은 재수 종합 학원에 들어가면 좋았겠지만 금전적 여유가 없었다. 관리형 독서실을 다니며 인터넷 강의로 대신했다. 관리형 독서실은 입실할 때 핸드폰을 맡겨두고 정해진 시간에만 출입이 가능해 집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독서실을 다니며 일단 과목별로 문제점을 분석했고 성적을 올리기 위한 계획을 짜 그대로 실천했다.
국어는 오답 노트 만들기, 수학은 취약 영역 공략
우선 불안했던 국어와 수학을 중점적으로 파고들었다. 국어는 시간 내에 문제를 모두 풀어야 한다는 압박감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오전 8시 반부터 지금 수능을 본다고 상상하며 지문을 풀었다. 국어 선택 과목인 <언어와 매체>는 매일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집에서 1시간 반 정도 공부하고 독서실로 출발했다. 또한 모의고사를 일주일마다 풀며 실력을 점검했다. 문제를 풀다가 틀리거나 잘못 생각한 부분은 따로 오답 노트를 만들어 접근법을 다시 분석하고 나름의 해결법을 적어서 정리했다. 내가 자주 실수하는 부분에 대한 데이터가 점점 쌓이자 헷갈리는 문제를 만나도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었다.
수학은 나에게 가장 어렵고 쏟은 시간과 노력에 대비해 성적이 안 오르는 과목이었다. 문제를 많이 풀어도 어쩌다 성적이 잘 나올 뿐 원점으로 돌아가거나 도리어 떨어지기도 했다. 모든 단원의 개념을 복습하는 데 약 2개월밖에 안 걸렸지만 남은 시간 동안 많은 문제를 풀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공부 시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미 아는 내용보다 모르는 부분을 공부하기로 했다. 처음 읽었을 때 풀이가 바로 떠오르는 문제는 넘기고 만약 풀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내가 떠올리지 못한 발상과 개념만 오답 노트에 적고 계속 복습했다. 이렇게 아낀 시간은 기출문제를 반복하거나 킬러 문항을 푸는 데 사용했다. 또한 매주 한 번씩 모의고사를 풀며 실력을 점검했다.
영어와 탐구는 자투리 시간 활용
영어와 탐구 과목은 이미 고등학교 때 안정적으로 1~2등급이 나왔기에 기출과 모의고사를 반복하며 감을 잃지 않도록 집중했다. 독서실과 집을 오고가는 시간에 영어 듣기 지문을 들으며 핸드폰으로 간간히 문제를 풀었고 영단어를 복습했다. 영단어는 철자가 비슷한 단어나 유의어, 반의어끼리 묶어 외우면 더 오래 기억할 수 있다. 영어와 탐구는 주로 자투리 시간이나 주말에 다른 과목을 복습하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했다.
7월에 재수를 결심했기에 시간이 부족해 하루에 평균 14시간씩 공부했는데 몸과 마음이 금세 지쳤다. 수능을 한 달 남겨놓고 슬럼프가 찾아왔고 또 실패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압박감을 덜기 위해 긴장을 풀어주는 말을 반복해서 적었는데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마음이 안정된 수능 2주 전부터는 새로운 문제를 풀기보다 그동안 공부했던 문제를 다시 풀며 자신감을 유지했다. 결국 두 번째 수능에서는 아쉽게 2등급을 받은 수학을 제외하고 모두 1등급을 받아 연세대에 최초 합격했다.
대입은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과정이지만 누구에게나 쉬운 여정은 아니다. 나를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은 결국 ‘할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그러니 부디 한계를 정하지 말고 끝까지 노력하길 바란다. 불가능한 것 같아도 내 안에 이미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