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강채린
연세대 행정학과 2학년 elsie9535@naver.com
중학생 때부터 금융권에 관심이 많았다. 모 대학의 경영학과를 꿈꿨지만 삶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지금은 행정학도로서 회계사를 꿈꾸며 분야를 넓혀나가는 대학생이다.
매사에 힘들어도 목적지가 분명하면 나아갈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
불확실한 미래와 실패를 걱정하는 학생에게 내 이야기가 힘이 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는 대학 생활
고등학교 때는 대학생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고작 한두 살 차이이지만 ‘과잠’을 입고 모교를 방문하는 선배는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긴 사람처럼 보였다. 남들이 그렇듯 나도 대학 생활에 로망을 품고 있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며 좋은 성적을 받거나 동기와 함께 캠퍼스를 산책하고 즐겁게 어울리는 모습 말이다.
작년 새내기 생활을 돌아보면 로망을 충실히 실현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연세대는 1학년 때 송도 기숙사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자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당일 벼락치기, 친구들과 밤새서 놀고 노래방 가기, 새벽 3시에 야식 먹기 같은 일탈은 몇 개월 전까지 수험생이었던 나에게 신세계였다.
2학년 전공 수업을 2달 정도 듣고 시험까지 치러보니 행정학과는 공공 문제를 다루는 학문의 특성상 연계되는 분야가 정말 많았다. 사회 연구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수학 통계 이론, 정책을 설계할 때 필요한 기획론과 재무적 사고, 정책 집행에 고려해야 할 행정법, 민법 등 공부할 분야가 무척 다양했다. 한 우물을 깊게 파기보다 사회 전체를 균형적으로 조망한다는 느낌이 강하다.
여러 영역을 고루 배우다 보니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기르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적성을 찾고 새로운 경험을 하기엔 좋은 환경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작년에 들은 통계학 수업이 통계 자료의 시각화와 관련된 자격증을 준비하게 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흥미를 느낀다고 해서 항상 좋은 결과가 따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앞으로 대학에서 내가 배워갈 것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 전부터 배우고 싶던 컴퓨터 프로그래밍도 배우고 기회가 된다면 컴퓨터공학과와 연계된 전공이나 복수전공에도 도전하고 싶다.
요즘은 공부에 끝이 없다는 걸 실감한다. 이제는 공부를 단순히 시험을 치르기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공부는 세상에 대한 해상도를 높여준다는 말처럼 대학에서 접한 여러 학문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이해의 기초를 다져줄 것이다.
대학은 선택과 자유를 배우는 곳
중·고등학생 때와 다르게 대학생의 삶에는 학업만 존재하지 않는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수업을 듣고, 회계사 시험을 위한 기본 과목을 공부하는데 여러 활동 간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분명 최선을 다해 사는데도 우물 안 개구리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세계 여행을 다녀온 친구나 여러 활동을 하면서 학점까지 챙기고 인간관계도 넓은 사람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하고 싶은 일은 많아지고 모든 걸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커져 때로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한다. 이상에 미치지 못하는 내가 못마땅하게 느껴질 때면 왜 이것밖에 안 될까 자책하는 순간도 찾아온다.
한데 요즘은 완벽하지 않아도, 무언가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만으로도 성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한다. 어쩌면 대학은 학생과 성인의 경계에서 선택의 자유와 책임을 지는 방법을 배우는 곳일지도 모른다. 모두가 입시라는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던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 생활은 서로 다른 꿈을 꾸면서 각자의 속도로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나아가는 과정이 어설프고 부족하게 느껴질 때가 분명 많을 것이다. ‘서툰 모든 것은 아름답다’는 말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완전함마저도 가치 있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면서 나아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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