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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1182호

2025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세 번째 주제_파란만장 대입 도전

자기소개서를 대신할 가능성 가득한 학생부 얻는 법

글 김민아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
kma00603@naver.com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교 수업과 EBS 강의로 공부했다.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기에 충분했다.
그때의 나에게 필요했던 건 대입을 친절히 설명해줄 누군가, 먼저 겪어본 이의 이야기,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다’는 선례였다. 그때의 내가 궁금했고 나에게 필요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한 발 앞서 활동 계획하기

학생부종합전형은 숫자로 결정된 상한선을 뚫고 더 높은 곳을 꿈꿀 수 있는 전형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지만 양날의 검이다. 이 검을 쥐고 자기 객관화에 실패해 개미지옥에 들어갈 수도, 짜릿한 성공담을 늘어놓는 주인공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종합전형에 주력했던 이유는 버티기에 자신 있었기 때문이다. 거대한 바위를 깨뜨릴 재주는 없지만 매일 물 한 방울씩 떨어뜨려 움푹 파이게 만들 수는 있었다. 자기소개서는 더 이상 대학 입시에 반영되지 않지만 대신 나를 잘 보여줄 학생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는 ‘기록’보다 ‘설계’에 방점을 찍었다. 사전에 달성해야 할 업적을 정해두고 이를 성취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방학 때 계획표를 짜고 방학마다 업데이트된 학생부를 출력해 내용을 확인했다. 1년간 얼굴을 맞대고 지낸 선생님이 뭐라고 쓰셨는지 감상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앞으로 발전시킬 만한 키워드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여러 가지 활동을 구분했다. 비중 있고 상세히 쓰인 활동만 표시하는 게 아니라 한 줄이라도 유의미한 키워드가 있다면 모두 표시했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발전시킨다면 끝은 창대하리라는 믿음으로.

다음으로는 활동 간의 인과관계를 표시했다. 당시엔 의도하지 않았으나 발전시킬 만하거나, 실제로 인과관계가 있는 활동 위주로 확인했다. 물론 인과관계가 모두에게 명확히 보일 리는 만무하다. 개연성이 부족한 활동도 있을 테고 개연성이 있어도 연결점이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각 활동의 개연성을 견고히 다지려고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더하거나 곱하거나. 비슷한 활동이라면 심화 탐구를 이어가고, 서로 다른 키워드를 엮고 싶다면 ‘융합’한 활동을 계획했다. 심화와 융합을 거듭하면 두세 가지의 굵직한 이야기가 생겨났다. 3학년 때는 각각의 이야기가 한 점으로 수렴되도록 주요 키워드끼리 묶어 매듭지었다.




여러 활동을 하나로 엮는 과정이 중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지만 마구잡이로 모은 티끌은 힘이 없다. 하지만 티끌끼리 연결하고 그 연결이 끈끈해질수록 힘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나를 나타내는 주요 키워드는 언론, 노동, 장애인 인권이었다. 모든 활동은 세 가지로 귀결됐다. 고3 때는 고1 때 읽은 역사 소설의 배경인 ‘한미 SOFA’를 소개했다. 이후 동아리에서 ‘한미 SOFA 속 불평등 조항(노동권 침해)’에 관한 탐구를 진행했다.

주요 키워드 중 하나였던 노동은 1학년 사회 과목의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의 한 줄에서 시작됐다. ‘기본권 침해 사례를 찾는 활동에서 한 제빵 회사가 노동권을 침해했음을 발견했다’는 문장이었다. 노동을 학생부의 거대한 뼈대로 만든 건 이후의 활동이다. 고2 때는 ‘미술로 배우는 세계사 수행평가’의 주제로 ‘퇴근하는 노동자’를 선정하는 등 틈만 나면 노동을 탐구했다. 3학년에 들어서는 교내 청소부 아주머니의 노동 강도를 지적하며 ‘생활 습관 캠페인’을 벌였다.

각 활동에 개연성을 더해 엮어야만 힘이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 학교생활의 여러 이벤트가 점이 아닌 선이 될 수 있도록 점과 점 사이를 잇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런 발버둥이 무의미해 보여 힘이 빠지는 날도, 늦었다고 생각해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키워드든 반복하고 강조하다 보면 힘이 실릴 것이라고 믿고 버텼다. 이 믿음이 틀리지 않았음을 이제는 안다. 내가 경험한 것처럼 지금 누군가도 힘을 얻고 다시 나아갔으면 좋겠다. 떨어지는 물방울이 바위의 모양을 바꾸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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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민아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 kma006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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