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진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3학년 leo030309@naver.com
여러 고민 끝에 자연 계열에서 인문 계열로 바꿔 러시아학과에 진학했다.
수학과 과학 대신 언어와 문화를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공부하며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됐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대학 생활, 도전으로 가득 찬 시간
자연 계열 학생으로 러시아학이라는 낯선 전공을 선택하면서 ‘잘해낼 수 있을까? 러시아학을 공부하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끊이지 않았다. 덕분에 치열하게 진로를 고민했고 대학 생활 또한 특별해졌다.
강의실, 기숙사, 아르바이트까지 모든 것이 낯설었지만 무엇이든 해볼 기회가 펼쳐졌다. 카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 학원 조교 등 어떤 일이든 가리지 않고 열심히 했다. 사회가 얼마나 드넓은 곳인지 알게 됐고 어떻게 헤쳐 나갈지 고민했다.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 나를 지키는 법도 조금씩 배워갔다.
전공 밖의 세계도 경험해보고 싶어서 교내 SW 교육을 통해 파이썬을 배웠다. 코딩 동아리에서 배운 C언어 스터디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힘, 문제 해결 방법,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시야를 갖출 수 있었다.
수영으로 체력을 다졌고, 독서 클럽에서 팀장을 맡으며 협업과 리더십을 배웠으며, 공모전에 참여하여 메타버스로 플랫폼을 구축해봤다. 팀워크도 배우고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과정에서 기쁨도 느꼈다. 역량을 확인하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3학년이 되면서 진로 고민이 깊어졌다. 겨울방학 동안 구청 산하의 복지관에서 행정 보조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공기관의 구조와 행정 시스템을 직접 경험했고, 여름방학에는 민원센터에서 민원 업무를 도우며 행정 실무도 접했다.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건 교내 러시아 연구소에서 연구 보조원으로 일했던 경험이다. 교수님의 연구 자료를 정리하거나 연구 일정과 서류 업무를 지원하는 등 행정 보조로 일하면서 전공을 깊이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대학 및 교육기관의 행정 시스템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전공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기에 언어뿐 아니라 역사, 정치, 문화 등 다양한 관점에서 러시아를 이해하려 노력했다. 전공 공부의 연장선으로 러시아어 튜터링 활동에 참여해 원어민과 교류했고, 말하기 클럽에서도 외국인과 대화하며 실질적인 언어 능력을 키웠다. 이러한 경험은 언어에 대한 흥미뿐만 아니라 소통 능력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됐다.
하지만 언어보다는 행정 시스템, 조직 운영 같은 일에 더 흥미를 느꼈기에 전공을 직업으로 연결하기보다 러시아학을 공부하면서 키운 역량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해보기로 했다. 최근 새로 생긴 목표는 교육 행정직 공무원이다. 공교육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탄탄히 뒷받침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만의 속도로 성장하는 게 중요해
돌아보면 매 순간 ‘내 길’을 찾아왔다. 러시아어를 배우면서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게 됐고, 관심사와 역량을 끊임없이 확인했다.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헛되지 않았다. 꾸준히 나를 돌아보고 선택하고 도전해온 시간이 나다운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안하고 힘든 순간도 있을 테지만 앞으로도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갈 것이다.
대학 생활을 돌아보면 정해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그저 눈앞에 있는 기회에 최선을 다했고, 때로는 실패하면서 나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갔다. 진로는 절대 한 번에 정해지지 않는다. 많은 활동을 통해 관심사와 적성을 확인하고 의미를 찾으며 방향을 조금씩 다듬어 찾아가야 한다. 전공과 진로가 꼭 일치하지 않아도 괜찮다. 자신이 가진 역량을 연결하고 확장해나가는 게 중요하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누군가는 빠르게 길을 찾고, 누군가는 먼 길을 돌아가기도 한다. 모든 시간은 결국 ‘나만의 속도’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대학 생활은 남보다 앞서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어제의 나보다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여정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바란다.
댓글 0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