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욱 교사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입시 지도를 병행한다. 교육학 박사(미술교육)로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원단에서 활동하며 자료집 집필, 컨설팅, 교사 연수, 입시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미술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다.
미술 계열 대학에 입학하려고 일찌감치 예술중·예술고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과 학부모가 많다. 만만치 않은 등록금과 통학 거리에도 불구하고 예중·예고 진학을 고민하는 것은 결국 예중은 예고 진학에, 예고는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실제 입시 결과를 봐도 서울예고 입학생의 70% 정도가 예원학교 출신이고, 가장 많은 서울대 미술 계열 합격자를 배출하는 고등학교가 서울예고이다 보니 ‘예중→예고→명문대’ 공식이 생겨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미술에 치중한 교육으로 인해 폭넓은 교과 역량을 쌓지 못하고 다양한 진로 모색의 기회를 스스로 차단한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예중·예고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학생의 미술적 재능과 교과 학습 능력, 관심 분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학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미술 계열 예중 입시의 특징과 대비 전략에 대해 알아본다. 1173호(2월 26일 발행 예정)에선 예고 입시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CHECK POINT ① 예중 입시, 실기가 좌우
예중은 매년 6월경 학교 홈페이지에 다음 학년신입생 모집 요강을 공고하고, 10월에 원서 접수, 전형, 합격자 발표가 모두 이뤄진다. 대부분 전국 단위 모집이지만 일부 학교는 해당 시·도 거주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무상교육인 일반중과 사립예중은 일정 금액의 입학금과 분기당 180~250만 원 정도의 등록금이 있다. 반면 공립예중인 광주예중은 연간 200만 원 내외, 전남 한국창의예중은 무료다. 단, 이 두 학교는 해당 지역 거주자만 지원할 수 있다.
전형 방식은 대부분 실기 80~90%에 면접·출결 10~20% 반영이다. 대개 중학교 내신 성적을 40~60% 반영하는 예고와 달리 예중입시는 실기 반영 비율이 높아서 실기 능력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실기고사로 소묘만 실시하는 학교가 많고, 소묘와 수채화를 모두 실시(예원학교 선화예중)하거나, 소묘, 수채화, 칸만화, 평면디자인 등 여러 종목에서 선택해 응시하도록 하는 학교(전주예중)도 있다.
실기 문항 형식은 크게 관찰 기반(정물)과 상상 기반(주제)으로 나뉘며, 학교별로 다르기 때문에 희망하는 학교의 기출문제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 실기시험 성적이 일정 정도(60~70점) 이하일 경우 모집 정원이 미달되어도 불합격한다. 그만큼 예중 입시는 실기 능력이 결정적인데, 초등학교 4~5학년부터 준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면접의 경우 수도권 학교(예원학교 선화예중 계원예중)는 초등학교 5학년 1학기부터 6학년 1학기까지의 교육과정 내에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교과의 주요 개념과 내용에 대해 묻고 답하는 구술 면접으로 진행된다. 보통 15~20분에 10~ 20 문항 정도 출제되는데, 기초 개념을 안다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에 진행되기에 연습이 부족하면 제대로 답할 수 없다. 반영 비율은 10~20%로 적지만 4~5문항 이상 답하지 못하면 합격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절대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 학교에 따라 교과 기초 능력 외에 지원동기, 지원 분야 관심도와 발전 가능성 등을 평가(광주예고)하거나, 인성 및 태도, 전공 이해도, 진로 탐색 능력 등을 평가(한국창의예중)하기도 한다. 면접고사를 점수화하지 않고 인성 면접을 통해 합불 자료로만 활용하는 학교(부산예중 브니엘예중)도 있다.
출결 점수는 6학년 1학기부터 2학기 9월 특정 시점까지(졸업생은 6학년 1, 2학기 전체)의 미인정 결석일수에 따라 부여한다. 대체로 미인정 결석 2일까지는 만점을 부여하고 3일부터 감산하는 방식이 많지만 미인정 결석 1일부터 감산하는 학교(광주예중 부산예중 브니엘예중 한국창의예중)도 있다. 이때 미인정 지각, 조퇴, 결과는 3회를 합산해 인정 결석 1일로 계산한다.
CHECK POINT ② 교과 학습 역량, 진로 등 다양하게 고려해야
대부분의 예중 졸업생은 예고에 진학한다. 실제 예중 졸업생의 진학 현황을 보면 90% 이상이 예고로 진학하며, 예원학교→서울예고, 선화예중→선화예중, 계원예중→계원예고처럼 같은 재단이나 인근 학교로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고 입시에서 예중을 특별히 우대한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부분 교과 학습 역량이 뛰어나고 실기 역량을 함양하기가 일반중보다 분명히 유리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특별히 예고 입시를 신경 써서 지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예고 진학 시 서울대 이화여대 홍익대 등 최상위권 대학 진학 성공률이 일반고보다 월등히 높고, 수도권 예고의 경우 대체로 70~80%가 서울 소재 대학이나 경기·인천권 주요 대학에 진학하므로 예중 입학이 상위권 대학 진학의 첫 단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청소년 초기인 중학교 때부터 미술 집중 교육을 받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는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하나에 집중하면 다른 것은 소홀해지거나 잃게 되는 수도 있다. 조기 미술교육의 장점은 잘하는 것에 집중해 재능을 최대치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이지만 균형 있는 교과 역량 함양이나 조화로운 정서 발달에는 도움이 안 될 수 있다. 특히 인공지능, 로봇, 자율주행 등 새롭게 대두되는 산업 환경에서 요구하는 융합적·탐구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선 다양한 교과 공부가 필수적이데, 예중·예고로 이어지는 교육 시스템은 그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최상위권 대학 순수미술 계열로의 진학 실적은 예고가 월등하지만 디자인 계열은 일반고도 진학률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두 학교 간의 다른 교육 시스템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예고는 늘어난 미술 수업 시수만큼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기초·탐구 교과의 시수가 줄어드니 부족한 교과 학습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의 진로 목표가 순수미술 계열이라면 예중 선택이 상위권 미대로 가는 지름길이겠지만, 디자인이나 예술공학 등 첨단 미디어 계열이라면 일반중으로 진학해 좀 더 폭넓은 교과 역량을 쌓은 후 예고, 또는 일반고에서 미대 입시에 도전하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디자인 계열도 여전히 예고가 일반고보다 우월한 진학 실적을 내는 것은 사실이다.
덧붙여 교과 학습 역량이 부족한 학생의 경우 무작정 실기 역량만 믿고 예중에 진학했을 경우 나중에 낭패를 볼 수도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중학교는 전 과목 성취평가라서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대응이 가능하지만, 2025학년 입학생부터 대부분의 과목을 5등급제로 상대평가하는 고등학교의 경우 내신이 하위권이라면 상위권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다. 예중·예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실기뿐만 아니라 교과 역량도 대부분 우수한 편이다. 그러므로 실기뿐만 아니라 교과 학습 역량도 충분히 키우면서 예중 지원을 준비하는 것이 현명하다.
미술 계열 입시는 비실기전형 확대 및 디자인 수요 증대로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일반 모집 단위에 비해 입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교육에서 손꼽히는 미대 입시 전문가인 서울사대부고 김동욱 교사가 매월 첫 번째 <내일교육>에 미대 입시 정보를 안내합니다. 미술 계열 진학을 꿈꾼다면 꼭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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