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1172호

2025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두 번째 주제_ 우당탕탕 고교 생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싶은지 끊임없이 질문하기

글 차주엽
경북대 환경공학과 1학년
cjuy777@gmail.com

일탈을 일삼다가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스스로 세상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학교 밖에서 방황하며 도약하기 위해 힘썼고,
여러 경험 끝에 환경공학에 맞닿은 삶을 살고 있다. 공학도의 시선으로, 때로는 환경 운동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언어 능력을 키워준 국어

열일곱 살의 나는 고등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성년이 되기 전 마지막 준비 기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치열하게 고민했다. 어느 수업에서 선생님은 10~20년 후의 내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라고 했다. 나는 아마 세계 여행 중일 거라고 대답했다. 여행 유튜브 채널을 많이 보기도 했고 한곳에 머물지 않고 많은 것을 경험하는 자유로운 삶을 동경했기 때문이다.

나의 모교는 고교학점제를 꽤 오래전에 도입했다. 최소 이수 학점만 채우면 그 외에는 자유롭게 원하는 과목을 수강할 수 있었는데 나는 흥미가 있는 과목만 선택했다. 점수도 잘 나오지 않고 등급에 대한 스트레스만 가득했던 국어는 배제했다. 대학 입시에 불리했지만 당시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대학에 가야 할 이유를 모르겠는데 왜 재미없는 과목을 공부해야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가장 관심 있었던 수학·과학 과목만 수강했다. <기하>와 <미적분> <고급수학>을 수강하며 수학을 심도 있게 공부했다. <고급수학>에서는 미분 방정식을 배우고 보고서를 쓰면서 미분 방정식의 활용법을 공부했고, 어떤 현상이 미분 방정식으로 기술될 수 있는지 탐구했다.

과학 분야에서는 이전부터 관심 있었던 물리, 화학 등을 더 깊이 배웠다. 로켓 제작 프로젝트에서는 물리와 수학을 응용하며 공학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성적에 연연하지 않고 학문을 수단이 아닌 순수한 배움의 도구로 생각했기에 공부가 재미있었다. 더불어 더 많이 배우고 싶다는 욕망도 커져만 갔다.

하지만 하고 싶은 공부만 할 수는 없었다. <융합과학>을 배우며 세상은 자연 과학만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역량은 언어 능력과 이해 및 표현 능력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됐다. 그때서야 국어를 비롯해 <독일어> <세계문제와 미래사회> 같은 과목을 공부했다. 덕분에 배움이 얼마나 가치 있고 즐거운지 알게 되었고 학교를 다녀야 하는 이유를 깨닫게 됐다.





친구들과 창업해 학습 앱 개발

JA 코리아에서 진행하는 창업 놀이터에 참가했던 일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창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함께 일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 일상에서 느낀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학습 앱을 만들었다. 이름은 ‘SSM’. 시간표와 급식 등 학생의 일상을 담았고 수업 후 바로 복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상했다. 시간이 부족했기에 앱 개발은 아웃소싱으로 진행했다.

친구들의 의견 취합부터 피칭, 외부 업체와의 소통까지 쉬운 게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익분기점을 계산하고 외부 업체와의 계약까지 직접 진행한 만큼 자부심이 있었고, 나의 성장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앱 개발을 배운 건 물론이다. 덕분에 개발자의 역할도 알게 됐고, 창업한 대표님을 통해 거친 사회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는 자기 주도 학습을 배울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친구가 부러웠던 나는 우리만의 영어 회화 소모임을 만들었다. 나처럼 영어를 잘하고 싶은 친구들이 많았기에 우리는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우며 성장했다. 때로는 영어 선생님께 잘못된 발음이나 표현을 수정해달라고 했고 외부 영어 모임에 나가 원어민과 어울리거나 매주 주제를 정해 한 명씩 발표하고 토론도 했다. 스스로 필요를 느껴 공부한 경험은 이후 수능을 준비할 때나 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 밖에도 세월호 다큐멘터리 제작, 총학생회와 학생 임원, 축제 준비 위원회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다. 내신과 직접 연관은 없었지만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만들고 ‘주체적으로 활동’하는 의미를 체득할 수 있었다.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싶은가’를 끊임없이 되새기는 것이야말로 고등학교 생활의 진정한 가치 아닐까.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차주엽 (경북대 환경공학과 1학년) cjuy777@gmail.com
  • 2025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2025년 02월 19일 1172호)

댓글 0

댓글쓰기
250207 비상교육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