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동욱 교사
서울대학교사범대학부설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입시 지도를 병행한다. 교육학 박사(미술교육)로 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대학진학지원단에서 활동하며 자료집 집필, 컨설팅, 교사 연수, 입시 설명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공교육에서 미술대학 진학의 꿈을 이루는 밑바탕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다.
미술 계열 대학 진학을 원하는 중학생과 학부모의 가장 큰 고민은 고등학교 선택일 것이다. 특목고인 예술고, 일반고 중 미술중점학교, 보통 일반고를 두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예고 진학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실기고사 준비에 높은 내신 성적까지 요구되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차선책으로 미술중점학교를 선택하고자 해도 먼 통학 거리와 별도 선발 전형에 대한 부담감에 가까운 일반고 진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일 터다. 그러나 들어가는 문이 좁을수록 나올 때의 문은 넓어진다. 그래서 예고 선택은 충분히 가치 있고 도전해 볼 만하다. 1171호의 미술 계열 예술중 입시에 이어 이번 호에서는 미술 계열 예고 입시의 특징과 대비 전략을 알아본다.
CHECK POINT ① 높은 내신 성적 요구
전기고인 예술고는 매년 7~8월 각 학교 홈페이지에 신입생 모집 요강을 공고하고, 10월에 원서 접수와 전형, 합격자 발표를 진행한다. 대부분 전국 단위로 모집하지만 일부는 해당 시·도 거주 학생만 지원할 수 있다. 학비는 사립 예고는 연간 700만~1천만 원, 공립 예고는 그 절반인 300만~400만 원이며, 예고이지만 일반고로 전환 운영되는 학교는 무상교육 또는 100만~200만 원 정도이다. 방과 후 수업비나 기숙사비는 별도이다.
입학 전형은 대체로 중학교 내신과 실기고사 성적을 절반씩 반영하는데 사립 예고는 실기고사 성적을, 공립 예고는 내신을 더 많이 반영하는 편이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충북예고만 내신 성적만으로 선발한다. 내신 성적은 교과, 출결, 봉사 활동 성적 등으로 평가하며, 내신 40% 기준 교과 성적 32%, 출결 4%, 봉사 활동 4% 정도를 반영한다. 서울 소재 예고는 2026학년 입시부터 봉사 활동 성적을 반영하지 않는다. 교과 성적은 대개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1학기까지 3개 학기(광주 전남 전북 충북은 1학년부터 전 학기) 성적을 기준으로 하며, 광주 서울 전남 전북 충북 소재 예고는 전 과목, 나머지 시·도 예고는 대개 국·영·수·과·사(한국사·도덕 포함) 성적을 반영한다. 그중 일반 과목은 성취도 A~E에 5~1점, 예체능 과목은 A~C에 5~3점을 부여하며, 전 과목이 A라면 5.0, 반대로 전 과목이 E라면 1.0점으로 계산된다.
보통 수도권 예고는 평균 4.5 이상이어야 지원 가능하며,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서울예고 선화예고는 합격자 평균이 4.8 이상일 정도로 높다. 봉사 활동은 학교별 만점 기준이 상이한데, 대개 3년간 15시간(계원예고)에서 30시간(부산예고) 정도면 만점을 받는다. 이 외에 창의적 체험 활동으로 학생회 임원, 동아리 부장 등을 하거나 모범상 등을 수상하면 횟수당 점수를 부여하는 학교(강원예고 세종예고 전남예고)도 있다.
CHECK POINT ② 수도권 예고 실기고사 난도 높아
실기고사는 드로잉과 채색화가 기본으로, 수도권 예고는 둘 다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예고는 드로잉과 채색화 각각 혹은 하나만, 아니면 두 가지가 혼합된 표현 중 하나가 당일 제시된다. 따라서 세 가지 유형을 모두 연습해야 하며, 주제를 해석해 창의적으로 표현해야 하므로 실기 준비가 만만치 않다. 참고로 2025학년 입시에서는 드로잉과 채색화 혼합 1문항이, 2023~2024학년에는 드로잉과 채색화 각각 1문항씩이 출제됐다. 선화예고와 덕원예고는 드로잉과 채색화 각각 1문항씩을 출제한다. 선화예고는 둘 다 주제표현, 덕원예고는 드로잉이 주제표현, 채색화는 정물 표현이다. 서울공연예고는 정물소묘와 정물수채화, 서울미술고는 정물소묘로 앞선 3개 예고보다는 수월한 면이 있다.
그 밖에 주제 표현을 실시하는 학교로는 경기예고(드로잉 또는 칸만화), 계원예고(드로잉+수채화), 고양예고(주제드로잉+정물수채화), 인천예고(주제드로잉), 세종예고(자유소묘) 등이 있다. 나머지 시·도의 예고는 여러 실기 유형 중에서 선택하게 하는데, 정물소묘 또는 정물수채화만 준비해도 선택하여 응시할 수 있다. 대체로 수도권 학교가 주제 표현을 통해 문제 해석력과 창의력을 평가하는 경향이라면, 그 외 학교는 묘사력 위주의 기본기를 평가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최상위권 대학이 신입학 전형에서 기초조형(기초소양) 등 주제표현 위주의 실기고사를 시행하고, 그 외 대학은 기초디자인 또는 인물(정물)수채화 등 기초적 조형 능력 위주의 실기고사를 시행하는 경향에 따른 측면이 크다. 수험생 입장에서 난도는 당연히 주제 표현이 높다.
그러면 실기 준비는 언제부터 해야 할까? 예고 입시 실기 준비는 대체로 중2 초부터 시작하며 수도권 예고를 준비한다면 중1 초나 늦어도 중1 여름방학부터는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
CHECK POINT ③ 실질 경쟁률·내신 경쟁·등록금 등 따져봐야
예중을 다니는 학생이라면 고민 없이 예고를 선택하겠지만 일반중 학생은 선택의 기로에 선다. 예고가 좋은 것은 알겠지만 실기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고, 준비한다 해도 합격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예고 경쟁률은 보통 1.5:1 내외에서 형성되는데 수십대 1에 달하는 주요 대학 경쟁률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그러나 같은 재단이나 인근에 예중이 있는 예고는 해당 예중 학생이 대거 응시하면서 일반중 학생의 실질 경쟁률은 더 올라간다. 예를 들어 서울예고의 2025학년 경쟁률은 1.38:1이었으나, 모집 정원 138명 중 서울예중 졸업 예정자 100명이 전원 응시했고 그중 95명 내외가 합격했음을 가정하면 남은 43명 정도가 일반중 출신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중 응시자 90명 중 43명이 합격했으므로 이들의 실질 경쟁률은 2:1 정도다. 그리 쉽다고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능력과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수준이다. 설령 입시에서 떨어진다 해도 입시 준비를 위해 쌓은 실기 실력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자산이 된다.
예고 입시를 선택하는 데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입학 후 치열한 내신 경쟁을 이겨낼 수 있는가이다. 실기 능력뿐만 아니라 교과 학습 능력도 반드시 고려하여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예고의 등록금이 부담된다면 사립의 절반에 달하는 공립 예고(경기예고 인천예고 등)나 예고와 같은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예술 계열 특성화 일반고(서울미술고 대전예고 포항예고 등)를 선택하면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또한 통학 거리가 과하게 멀다면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경기예고 선화예고 등)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CHECK POINT ④ 일반고 진학 시 ‘교육과정’ 주목해야
예고 입시를 준비할 형편이 안 된다면 미술중점학교를 선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미술중점학교는 학년당 1~2개의 미술중점학급을 운영하면서 좀 더 많은 미술 수업 시수를 제공하는 일반고다. 예고에서 운영하는 전문 교과 과목이 개설되니 학생부종합전형에 매우 유리하다. 1단계에서 중학교 미술 교과 성적, 비교과(출결, 봉사) 점수, 자기소개서 점수 등으로 1.5배수를 선발한 다음, 2단계 면접 점수를 합산해 최종 선발한다. 12월에 입시를 치르기 때문에 2학년 1학기부터 3학년 2학기 성적까지 반영한다. 수도권의 미술중점학교로는 서울의 송곡여고, 경기의 가온고(안양) 군서고(시흥) 수택고(구리) 위례한빛고(성남) 중원고(부천) 등이 있다.
보통 일반고를 다니면서 미대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면 최대한 미술 교과가 많이 개설된 학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교육부에서 운영하는 ‘학교 알리미’ 사이트에서 내가 원하는 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및 평가에 관한 사항’을 확인하면 된다. 이때 3년 간 매 학년·학기에 미술 수업이 편성돼 있다면 최적이다. 1~2학년 때 1년 통으로 미술 수업이 없는 학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방과 후 수업 형태로 운영되는 미술 거점 학교 수업을 추가로 이수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참고로 서울의 미술 거점 학교로는 계성고(성북구), 상일여고(강동구), 선정고(은평구), 신광여고(용산구), 영신고(영등포구), 인헌고(관악구), 자양고(광진고), 창문여고(강북구), 청량고(동대문구)가 있다. 수강료가 무료이며, 자기소개서 정도로 수강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입학전형의 부담이 거의 없다.
단 정규 수업과 똑같이 운영하고 성적이 산출되기 때문에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또한 거점 학교 수업만으로는 대입 실기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별도로 학원을 다니는 등 실기 능력 향상을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미술 계열 입시는 비실기전형 확대 및 디자인 수요 증대로 갈수록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일반 모집 단위에 비해 입시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공교육에서 손꼽히는 미대 입시 전문가인 서울사대부고 김동욱 교사가 매월 첫 번째 <내일교육>에 미대 입시 정보를 안내합니다. 미술 계열 진학을 꿈꾼다면 꼭 챙겨 보시길 바랍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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