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피플&칼럼

1167호

2025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 첫 번째 주제_ 좌충우돌 진로 찾기

학교냐 학과냐, 고민된다면 ‘최선의 타협’

글 김민아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
kma00603@naver.com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학교 수업과 EBS 강의로 공부했다. 내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여겼기에 충분했다.
그때의 나에게 필요했던 건 대입을 친절히 설명해줄 누군가, 먼저 겪어본 이의 이야기, ‘개천에서도 용이 나올 수 있다’는 선례였다.
그때의 내가 궁금했고 나에게 필요했던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기자라는 명확한 목표

나에게 진로·학과 선택은 어렵지 않았다. 가고 싶은 학과가 인기 학과였을 뿐. 진로는 5분, 목표 대학과 학과는 3분 만에 정했다. 무지에서 오는 단순함 덕분이었는데 다행히 적성에 맞았다. 행복은 여기까지. 명쾌한 선택 덕에 현실을 깨달았을 땐 되돌릴 수 없었다.

진로를 어떻게 결정했는지 설명하려면 중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 날로 돌아가야 한다. 소파를 등받이 삼아 멀뚱히 앉아 있다가 ‘슬슬 진로를 정해볼까’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걸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쓴맛을 모르는 중학생이기에 가능했던 패기 어린 생각이었다. 나는 글쓰기와 이곳저곳 누비는 걸 좋아했다. 그럼 기자가 돼야지! 어둑한 거실에서 5분 만에 진로를 결정했다.

인터넷에 ‘기자되는 법’을 검색했다. 신문방송학과에 입학하면 언론사 취업에 유리하다는 정보가 있었다. 상위권 대학을 졸업할수록 수월하다길래 신문방송학을 가르치는 좋은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언론홍보영상학부 등 학교마다 학과명에 미묘한 차이가 있었고 홈페이지의 몇 글자로 학과를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가고 싶은 대학의 교육 이념을 따르기로 했다. ‘미디어 경영’처럼 ‘미디어’ 혹은 ‘언론’이 학과명에 포함됐더라도 다른 학문과 융합된 학과는 지양했다. 기자가 되기 위해 설정한 목표였기 때문에 학교보단 학과에 집중했다.

오르기로 결정한 산은 알고 보니 동네 뒷산이 아니라 에베레스트였다. 혹자는 학과를 바꾸고 싶으면 학생부교과전형으로 지원하거나 정시를 준비하라고 했지만 열아홉 살이던 나는 패기를 등에 업고 조금만 더 열심히 공부하면 수시로도 충분히 합격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상위권 대학의 최저 기준은 까다로웠고 솔직히 자존심이 상해 안정 지원을 하고 싶지 않았기에 학과를 우선순위에 두고 수시전형 6개 원서를 모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했다. 도박을 한 셈이다. 뒤구르기를 해도 붙을 대학부터 앞구르기를 해도 떨어질 대학까지 지원했다. 재수는 안 된다는 입시생의 염려와 근거 없는 자신감이 타협한 결론이었다.

하지만 기적도 변수도 없었다. 뒤구르기를 해도 불을 대학은 붙었고 앞구르기를 해도 떨어질 대학은 떨어졌다. 모든 결과가 나온 날, 침대에서 펑펑 울었다. 쓰디쓴 실패로 ‘성적에 맞춰 대학에 가면 불만족하고 언젠가 돌아오는 연어가 된다’는 말을 실감했다.


대학은 소신 지원, 희망 학과 범위는 넓게

재수를 결심한 다음, 상반기에는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6월부터 수능 공부를 시작했는데 여전히 메타 인지는 살아 있어서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 않았다. 대신 까다로운 최저 등급을 맞출 성적표를 만드는 전략을 선택했다.

긴팔을 입는 계절로 접어들 무렵, 원하는 합격선 근처라도 가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학과보다 대학에 우선순위를 두고 유명한 대학의 생소한 학과도 고려했지만 지난 대입을 통해 얻은 교훈이 생각났다. 후회로 가득해 다시 돌아와 삼수하는 연어가 되고 싶지 않았기에 결국 원하는 대학과 학과로 지원했다.

대신 ‘원하는’ 범위를 조정했다. 대학의 범위는 좁혔고 학과의 범위를 넓혔다. 또한 불안에 휩싸여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았다. 두 번째 입시는 대성공이었다. ‘원하는’ 범위를 조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공의 핵심은 최저 등급 ‘3합 6’ 충족이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양자택일이 아닌 ‘최선의 타협’이다. 희망 대학을 정할 땐 소신을 지키고 희망 학과의 범위를 넓히니 후회가 적었다. 희망 학과의 범위를 한도 없이 확장한다면 타협은 무의미하다. 흥미와 관심사를 반영해야 한다. 전공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을 보며 학교만큼 전공도 중요하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결과와 상관없이 과정에 후회를 남기지 말자. 처음 세웠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지치고 힘들면 뒤돌아봐도 괜찮다. 전혀 모르는 길로 이탈하는 것보다 천천히 내가 선택한 길을 가는 게 중요하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김민아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3학년) kma00603@naver.com
  • 2025 공신들의 NEW 진로쾌담 (2025년 01월 08일 1167호)

댓글 0

댓글쓰기
241210 다산북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