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차주엽
경북대 환경공학과 1학년 cjuy777@gmail.com
일탈을 일삼다가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스스로 세상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학교 밖에서 방황하며 도약하기 위해 힘썼고, 여러 경험 끝에 환경공학에 맞닿은 삶을 살고 있다.
공학도의 시선으로, 때로는 환경 운동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학업 분위기가 자유로운 대안학교로 진학
나는 방학이 시작되면 여느 학생처럼 특강을 듣고 학원에서 매일 12시간을 보냈다. 학원에서 크게 배운 것은 없었고 그저 타 학교 친구와 관계를 맺고 매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놀았다. 나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닐 테다.
하지만 누구도 이런 삶을 원하진 않을 것이다. 무언가를 열망하고 투쟁하고 상상만 해도 가슴 뛰는 일을 찾고 싶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런 삶을 원했다. 일찍이 목표를 잡고 나아가는 사람을 보며 이죽거렸지만 동시에 그들을 동경했다. 앞을 향해 헤엄치는 이를 보며 나도 강렬한 꿈을 꾸고 싶었다.
흘러가는 대로 시간을 버리던 중3 때, 농구를 너무나 좋아해 친한 친구들과 농구 대회에 꽤 많이 출전했다. 대회 참가비만 총 60만 원이 넘을 정도였다. 큰 성과는 없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 덕분에 조금씩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과서를 머릿속에 집어넣는 조금은 폭력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경쟁과 틀이 없고 그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는 학교에 진학하고 싶었다. 고등학교 진학을 계기로 새로운 순간을 만들어내고 싶었다. 내가 내린 결론은 대안학교였다.
환경공학의 꿈을 심어준 로켓 개발 프로젝트
나는 꽤 혁신적인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고등학교에서 수행한 첫 과제가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난다. 삶에서 가장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했던 과제의 주제는 ‘꿈 로드맵’이었다. 어렸을 때는 신부님이 되고 싶었고 중학교 때는 파일럿, 스포츠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학생부를 위한 거짓된 꿈이었기에 스스로에게 진정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어봤을 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꿈 로드맵을 채우기 위해 독서부터 시작했다. 두꺼운 책을 읽는 힘이 부족해 단편 소설부터 시작했고, 학교의 축제 준비 위원회에도 들어갔다. 이 외에도 학습 보조 앱 개발 및 창업, 외국 유튜버가 주관하는 수학 대회, 과학 동아리, 총학생회, 학교 물품 관리 웹사이트 개발, 고체 로켓 만들기, 시 창작 수업 청강, 사진·독일어 수업 등 수많은 활동을 했지만 여전히 목표를 정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 융합 과학 수업과 고체 로켓 개발 프로젝트는 진로를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융합 과학 수업에서는 기후위기와 관련한 도서를 바탕으로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솔라카우 프로젝트로 유명한 스타트업 요크(YOLK)와 인터뷰를 하면서 기후위기와 취약 계층에 대한 관심도 넓힐 수 있었다. 학교의 에너지를 전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다. 학교 시공사로부터 설계도를 받아 태양광 패널 설치가 가능한 면적을 계산하고 전기 발생량을 예측해 탄소 제로 학교를 위한 제안서도 작성했다.
고체 로켓 개발 프로젝트는 공학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 프로젝트의 목표는 고체 로켓을 기반으로 한 대기권 돌파였다. 초안을 짠 다음, 여러 대학 로켓 동아리의 도움을 받아 로켓의 연료를 선택했고 시뮬레이터를 바탕으로 구조를 설계했다.
수많은 활동을 거치면서 차츰 내가 꿈꾸는 모습을 그릴 수 있었다. 사회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세상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꿈을 소거법으로 찾다니 상당히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기에 후회는 없다.
꿈 로드맵은 아직도 미완성이며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꿈의 윤곽은 잡힌 것 같다. 잊지 못한 사랑 마냥 계속 생각나는 공부는 환경학, 수학, 공학이었기 때문이다. 아직 희망하는 직업은 없지만 하고 싶은 전공은 확실하다.
요즘에는 대학원에 진학하여 보다 깊은 연구를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단순히 연구자, 교수를 직업으로 삼을지는 미지수다. 지금의 목표가 더 큰 무엇으로 소거당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전자구름 같은 안개 속에서 헤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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