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현진
한국외대 러시아학과 3학년
leo030309@naver.com
여러 고민 끝에 자연 계열에서 인문 계열로 바꿔 러시아학과에 진학했다.
수학과 과학 대신 언어와 문화를 탐구하며 새로운 시각과 경험을 쌓았다.
러시아어와 러시아 문화를 공부하며 넓은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절을 회상하며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학생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코로나로 슬럼프 겪다가 논술전형을 준비하기까지
과도한 경쟁이 있는 분야에서는 주눅 들고 포기하는 성격인 나는 일반고로 진학했지만 학구열이 높은 학교라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그러다 고1 때 <통합과학>을 공부하면서 생명과학에 관심이 생겼다. 당시에는 생명과학에 관심이 있으니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생명과학과 관련 있는 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실험도 재미있었고 특히 유전자 조작 기술에 관심이 많았다.
동물 해부도 흥미로워서 자율동아리를 만들어 돼지 심장을 해부하고 생명과학 블로그도 만들었다. 또한 인문과 자연 계열이 통합되던 시기라 자연 계열을 선택하면 향후 진로가 바뀌더라도 폭넓게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꽤나 열정이 넘쳤지만 학생부종합전형이 요구하는 생명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부족한 것 같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여전히 암기 위주의 중학교 내신 공부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성적은 좀처럼 오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고2를 앞둔 겨울방학에 코로나19가 시작되며 학업을 꾸준히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자유로운 학업 분위기를 선호하는 학생은 오히려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시기였지만 통제된 상황에서 높은 효율을 내는 나에게 자유는 독이었다. 이때부터 성적이 많이 하락해 내신으로 학생부종합전형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시만 준비하기에는 불안했다. 뒤늦게 정신을 차려 공부에 집중해보려고 노력했지만 학업 공백을 메우긴 어려웠다.
방황하고 슬럼프를 겪다 보니 어느새 고3이 됐다. 3월쯤 되자 선생님께서 논술전형을 언급하셨는데 머리를 세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정시밖에 답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논술전형이 있었다니! 마치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것 같았다. 썩은 동아줄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평소 독서를 좋아하고 국어 비문학 지문 분석을 좋아했기 때문에 인문 논술전형에 지원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수리 논술을 시행하는 학교는 대부분 고난도 문제를 출제하는데 수학 고난도 문제에 약한 나에게는 불리했다.
논술전형, 융합형 학생에게 제격
평소 비판적 사고를 하는 나에게 논술전형은 생각보다 잘 맞았다. 암기만 하다가 논술을 공부하면 오히려 환기가 됐다. 점심시간마다 논술 예제를 풀고 필사하며 틈나는 시간마다 논술 공부에 매진했다. 논술은 국어 비문학 공부와 접점이 많기 때문에 수능 국어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다들 알겠지만 많은 학생이 모의고사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며 평정심을 잃고 흔들린다. 모의고사 성적은 등락 폭이 컸는데 논술이라는 대안이 있었기에 수능을 볼 때 과도하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었다. 논술전형을 준비하며 접한 인문학이나 지역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도 흥미로웠다. 입시 전략으로 논술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진로를 탐구하는 지름길이 됐다. 인문이나 자연 계열 모두에 흥미가 있는 융합형 학생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아직 중학생이라면 너무 일찍 진로를 한정하지 말고 폭넓게 고려하길 추천한다. 강한 확신이 없다면 입시 과정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고 대학 진학 후에도 진로에 고민이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진로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소신 지원을 추천한다. 더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원하는 학과를 포기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중심을 잡고 선택해야 원하는 미래를 그릴 수 있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에게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입시는 장기전이다. 시간이 없더라도 잘 챙겨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해야 한다. 당장 해야 할 공부가 많아 마음이 급하겠지만 건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공부에 집중하기 어렵다. 부디 몸과 마음을 잘 살피면서 공부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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