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차주엽
경북대 환경공학과 1학년
cjuy777@gmail.com
일탈을 일삼다가 대안학교에 진학했다. 스스로 세상의 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학교 밖에서 방황하며 도약하기 위해 힘썼고,
여러 경험 끝에 환경공학에 맞닿은 삶을 살고 있다. 공학도의 시선으로, 때로는 환경 운동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본다.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에 집중
열아홉 살 학생은 어른의 보호가 사라지기 직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갭이어를 계획하거나 취업을 준비할 수도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열아홉 살은 사실상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이들은 주로 고3으로 불린다. 중등 교육 기관에서 보내는 마지막 학년으로 많은 학생이 고등 교육 기관으로 첫발을 내딛기 위해 치열하게 준비한다.
나도 그런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환경공학을 보다 심도 있게 배우고 학부 이후에도 더 깊은 연구를 이어가려면 대학 진학이 불가피했다. 대안학교를 다니던 나는 대입에 대한 압박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주변에는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친구도 있었지만 나는 대안학교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학교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거창해 보이지만 사실상 재수를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학업을 완전히 놓은 건 아니었다. 다음 입시를 대비한 공부를 병행하긴 했지만 최우선은 아니었다. 다른 분야의 배움은 꾸준히 이어갔다. <교육학> <세계문제와 미래사회>처럼 시야를 넓혀 주는 과목을 공부했고, 학생 임원으로 자치 활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협의와 협업을 배우기도 했다.
내신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학생부에 다양한 활동이 가득했기에 모든 대학에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지원했다. 하지만 결과는 1차에서 모두 실패. 이후 정시 지원으로 운 좋게 합격했으나 진학을 포기했다. 대학에 가기 위해 더 단단한 기반을 마련하고 싶었고, 높은 입결에 대한 욕심도 있었기 때문이다.
논술전형 실패 후 정시로 합격
‘재수생’이라는 신분으로 스무 살을 맞이했다. 수험생 사이에 ‘재필삼수(재수는 필수, 삼수는 선택)’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재수는 흔했고 나도 그중 하나였다. 이번에는 수시전형을 모두 논술전형 위주로 지원했다. 내신은 좋지 않았지만 논술에는 나름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최저 기준이 없는 대학 3곳과 최저 학력 기준만 맞추면 합격이 보일 것 같은 대학 3곳에 지원했다.
그러나 막상 수능을 치르고 보니 결과가 충격적이었다. 영어와 탐구 과목에서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낮은 점수를 받았다. 등급 컷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과목이 많아서 모든 논술 시험을 보러 갔다. 결국 최저 기준을 맞추지 못했고 최저 기준이 없는 학교조차 불합격했다.
남은 선택지는 정시뿐이었다. 가고 싶은 학과가 확고했기에 점수에 맞춰 대학을 추릴 수 있었지만 사립 혹은 국공립, 수도권 혹은 지방, 자취 여부, 본가와의 거리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야 했기에 쉽지 않았다.
그때 ‘왜 대학에 가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다시 꺼냈다. 재수 기간 동안 잠시 잊고 있던 고민을 꺼내 환경공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와 더 학업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를 곱씹었다. 결국 운이 좋게도 정시 지원한 학교에 모두 합격했고 경북대에 진학했다.
쓰고 보니 순탄해 보이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재수 중에 코로나19에 감염되기도 했고, 고등학교 때 진행했던 프로젝트가 끝나지 않아서 틈틈이 시간을 내야 했다. 좋은 성적을 얻으려다가 나를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지만 점심시간에 잠시 서점에 들러 책을 보며 마음을 다잡거나 친구들과 만나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다. 최선을 다했기에 결과는 조금 아쉽지만 과정에 후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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