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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1129호

2023 공신들의 진로쾌담 ④ 달콤씁쓸 대학 생활

10년 후 내다보는 전공 선택, 어떻게?

글 문소연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munsoyeon99@naver.com

평준화 지역 일반고 출신이다. 중학교는 수업만 잘 들어도 좋은 성적이 나왔지만 고등학교는 달랐다.
원하는 성적을 얻기 어려웠고, 목표가 분명치 않아 진로도 정하지 못한 채 방황했다. 성적에 맞춰 대학과 학과를 정하고 싶진 않아
‘1년 동안 진로를 찾자’는 목표를 다잡고 재수를 결심했다. 다행히 항공교통관제사라는 꿈을 찾았고.
희망하는 대학과 학과에 진학했다. 진로를 정하지 못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음을 말해주고 싶다.



부모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맞이하는 대학 생활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단순한 학문을 넘어 전문 지식을 배울 수 있다는 기대감, 강의 시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 등은 모두 미래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으로 느껴졌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관심을 가졌던 학부에 진학했기에 행복한 대학 생활을 기대했다. 하지만 과연 내 대학 생활은 순탄하게 흘러갔을지, 그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여유로운 대학 생활? NO!

대학의 전공 과목 커리큘럼은 대체로 정해져 있지만, 교양 과목은 직접 선택해 시간표를 짜야 한다. 진로에 맞는 공부를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해진 시간표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으로 대학 생활을 꾸려나가는 과정은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줬다.

수강 신청을 마치고 여유로워 보이는 시간표를 보며 공부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에 행복했다. 하지만 실제 강의를 들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처음 접하는 분야의 강의를 이해하기 어려웠고,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는 강의 시간 외에도 스스로 많이 공부해야 했다. ‘괜히 선배들이 도서관에 자주 가는 게 아니구나. 취업 전까지는 공부의 연속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극 I’가 느낀 팀 프로젝트의 매력

1학년 때는 전공의 기초를 다지는 이론 과목이 주를 이뤘다. 비교적 딱딱하고 팀 프로젝트가 별로 없는 강의가 많았다. 하지만 2, 3학년이 되면서 팀 프로젝트가 늘어나고 동기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지면서 강의가 훨씬 재밌어졌다. 많은 동기들이 팀 프로젝트를 피하기도 했지만, 나는 팀 프로젝트를 통해 강의 내용을 복습하고 새로운 지식을 얻는 과정이 즐거웠다. 특히 ‘교통학개론’이라는 수업에서 교수님 강의 후에 진행된 그룹 스터디가 인상 깊었다. 강의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교수님께 바로 질문하는 방식이었는데, 아직도 그 수업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극 I’인 내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팀 프로젝트를 즐길 줄은 상상도 못했다. 팀 프로젝트를 좋아한 이유 중 하나는 발표 후 이어지는 교수님들의 코멘트였다. 비행기 기체에 대한 발표에서 교수님은 다른 비행기에 관한 설명을 자세히 해주셨는데, 교수님의 설명이 더해지니 내가 얻는 지식이 배가되는 기분이 들어 정말 좋았다.

또한 팀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공모전을 통해서도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에도 교내 공모전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보려고 한다. 강의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접 연구하고 발표하면서 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는 확실히 내 것이 될 수 있다.


‘이 길이 맞을까?’ 대학에서도 계속되는 고민

사람들이 어느 학과를 다니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항공교통전공’이라고 대답한다. 여기서 왜 특정 학과가 아닌 전공이라고 말하는지 의문이 들 수 있다.

나는 항공교통물류학부로 입학했다. 학부 단위로 진학해 전공 기초 과목을 배운 뒤 2학년 2학기에 항공교통전공과 물류전공 중 원하는 전공을 선택했다. 미리 전공을 정하고 오는 친구들도 있고, 학교에 들어와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항공교통을 전공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취업을 생각하면서 물류전공에 대한 고민이 시작됐다. 물류전공은 취업할 수 있는 분야가 다양하지만, 항공교통 분야는 그렇지 않다. 관련 업무에만 지원할 수 있고, 관제사나 운항관리사 자격증이 필수인 경우가 많아 더욱 고민됐다.

결국 3학년을 마치고 휴학을 결정했다. 원래 공기업 관제직 취업이 목표였지만, 예상보다 좁은 취업문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부담이 됐다. 점점 자신감을 잃고 진로에 대한 확신도 흔들렸다. 4년간의 대학 공부를 마치면 직장에 들어가고 이후 오랜 기간 직장인으로 살아갈 텐데, 깊은 고민 없이 단순히 정해진 경로를 따라 취업하는 것이 옳은지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잠시 쉬면서 미래에 대해 고민해볼 시간을 갖기로 했다.


미래 내다보는 선택 필요

분명 어른들은 “입시 공부를 열심히 하고 대학에 가면 실컷 놀 수 있다”라고 말했는데, 실제 대학에 와보니 스스로 해야 할 공부가 훨씬 많았다. 고등학교 때와 비교하면 놀거리의 제약은 줄었지만, 실제 자유 시간은 비슷했다. 직장인이 되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할지 아직 확실히 알진 못하지만, 자유 시간이 많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없다.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대학에서 직업 선택을 고민하는 건 당연하다. 특정 학과에 진학했다고 해서 그 분야의 직업이 자동으로 정해지진 않는다. 만약 선택한 전공이나 진로가 적성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포기하고 다른 길을 모색해도 괜찮다.

오랜 꿈이 있다면 그 꿈을 따라 전공을 선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전공 선택에 고민이 많은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전공을 선택할 때 단순히 흥미만이 아니라, 그 전공이 자신의 인생관과 맞물리는지,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지 등을 고려해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전문직을 원한다면 해당 학과를 전공해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는지, ‘워라밸’을 중시한다면 그 학과를 졸업하고 일할 수 있는 직종이 충분한 자유 시간을 보장해주는지 등 10년 뒤의 미래를 내다보며 고민해봐야 한다.







대학생 선배들의 생생한 조언으로 사랑받았던 공신 칼럼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달라진 환경에서의 진로 탐색과 학습·입시 준비는 물론 대학 생활, 전공 이야기까지 진솔하고 생생하게 담을 예정입니다. 선배들에게 궁금한 점은 이메일로 문의해보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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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소연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munsoyeon99@naver.com
  • 2024 공신들의 진로쾌담 (2024년 03월 06일 1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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