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사진 김성미 리포터 grapin@naeil.com
#1. 반깁스에 독감을 더하다
한겨울에도 반팔 입고 지내는 열혈청춘이라, 바람이 차니 따뜻하게 입고 다니라는 엄마의 당부를 귓등으로 넘겨버린 탓일까요. 아니면 유행하는 건 뭐든 빠지지 않고 경험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일까요. 손가락 골절로 샤프는 쥐지도 못하고 abc 쓰는 것도 힘들다기에 달랑 두 개 다니는 영·수 학원을 통 크게 빼줬건만 어디서 병균을 옮아왔는지. ㅠㅠ 밤새 끙끙 앓던 딸이 아침까지 비몽사몽, 영 기운을 못 차리네요. 깁스 3주 차에 말이죠. 처음엔 감기려니 했는데 하필이면 독하기로 유명한 A형 독감 당첨! 이젠 학원뿐 아니라 학교도 스톱인 거죠.
페라미플루 주사와 해열 수액 콤보로 겨우 기운을 차렸는데, 집에 갈 일이 걱정입니다. 난데없는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로 한 달간 꼼짝없이 계단으로 다녀야 하거든요. 지지리 운도 없지, 왜 하필 지금! 귓가에 어반자카파의 노래 가사가 아련하게 울립니다.
♬ 코끝에 먼저 와버린, 차가운 겨울~~~ 내내 오지 않길 기도해도
점차 나아지겠지 혼자 내렸던 그 모든 결론이 마치 먼지처럼 흩어져 사라져버리던 날♪
어디 우리 딸, 안 아프게 하는 용한 약 없을까요? ㅜㅜ 모두 감기 조심, 독감 조심하세요!
#2. 부상병동과 엘리베이터 대소동
양손에 약과 죽을 들고 하나 둘, 하나 둘! 딸아이를 부축하며 힘겹게 계단을 오릅니다. 청천벽력 같은 엘리베이터 교체 공사 소식. 공지 난 지가 언젠데 드르륵 소리 한 번 안 나더니 공사 기간이 보름이나 늘었답니다. 12월 중순까지 꼼짝없이 계단행 신세네요. 비도 오고 날도 추워지는데 택배도 못 시키고 배달음식도 안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평소 집에서 심부름을 담당하던 남편의 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주말에 정형외과 시술을 받은 남편을 부축하며, 집으로 가는 길. 새 엘리베이터가 작동하면 가장 먼저 족발에 생맥주를 시켜 먹으리라 다짐하면서, 으으 힘을 내봅니다. 계단에서 만난 꼬맹이와 아이 엄마는 24층까지 파이팅, 13층에 사시는 어르신도 무릎 조심하세요!
#3. 아이의 낙서, 쉬어도 괜찮아!
깁스에 독감으로 학원에 이어 학교까지 올 스톱! 문제집은 안 푼 지 오래됐고 학교 진도도 가물가물한데 또 걱정은 엄마 몫인가 봅니다. 수행평가를 챙겨보라고 말을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학교에 제출할 서류를 알아보라고 해도 남 일 마냥 빈둥댑니다. 아침 10시까지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요일별 인기 웹툰 챙겨 보기, 밥 먹을 때도 핸드폰을 놓지 못해 잔소리를 적립합니다. 무슨 작품이 그리 재미있냐고 물으니 <전지적 독자 시점> <화산귀환> <내가 키운 S급들> <더블클릭> 등 만화 제목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나오네요. 손 아파서 샤프도 못 쥔다는 딸인데 핸드폰 조작만큼은 만점감입니다. 독감에 걸려 쉬는 걸 알면서도 잔소리가 재채기처럼 나오려는 순간, 어릴 때 아이가 쓴 낙서가 눈에 밟히네요.
제목: 인생
꼭 빨리 안 가도 돼. 멈추고 생각을 해봐. 쉬는 것은 당연히 돼.
그것은 인생의 쉼표야! 기다려줄게.
네. 지금은 우리 가족 모두 잠시 쉬어가는 시간인가 봅니다. 조바심을 버리고 차분하게 때를 기다려보려고요. 지나간 일을 되새기지 않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으며 긍정적인 태도로 앞을 향해 전진!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Tomorrow is another day!
토닥토닥 Talk Zone(토·톡·존)’은 학부모님들의 공간입니다. 입시 고민에 소소한 푸념, 깨알같은 일상 꿀팁까지 학부모님들이 공감할 만한 소재와 이야기들로 채워질 예정입니다. <내일교육> 학부모님들의 보호구역! 토·톡·존이 언제나 응원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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