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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호

내일신문·내일교육 공동 기획 | 교육학 이론으로 다시 보는 교육 이슈 ⑥

미래 교육을 위한 수행평가의 의미와 역할


글 강태훈 교수
성신여대 교육학과

서울대 교육학과 졸업 후 2006년 미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교육심리학(양적 방법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ACT(미국대학시험)를 주관하는 비영리단체 ACT, Inc.의 교육측정연구팀 연구원 및
UCLA 교육연구소 CRESST에서 선임연구원을 거쳐 2009년부터 성신여대에 재직하고 있다.
성신여대에서 교수학습지원센터장, 학생생활상담소장, 교육혁신원장을 역임했고 한국교육평가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교육 및 심리 검사 자료를 심리 측정 이론을 통해 분석하는 양적 문항 분석, 검사 동등화, 차별적 기능 문항, 인지 진단 모형,
모형 적합도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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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는 최근 ‘Education 2030’ 프로젝트로 장차 사회에 진출할 학생들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역량을 정립한 바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2005년에 수행한 DeSeCo 프로젝트에서 강조했던 ‘미래 사회 적응을 위한 핵심 역량’을 넘어 ‘새로운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다. 코로나19나 챗GPT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맞이할 미래는 불확실성을 띠므로, 학생들이 미래에 대한 적응에 더해 바람직한 사회를 주도할 능력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교육적 지향점 아래, 우리의 학생 평가 방법은 어떠해야 할지 살펴보겠다.


수행평가의 의미와 필요성

수행평가는 실제 혹은 실제와 유사한 모의 상황에서 학생이 보이는 반응을 교사가 직접 관찰하고 판단하는 평가 방식을 말한다. 선다형 문항을 주로 사용하는 기존의 평가에서 주어진 답지 중 정답을 고르게 한다. 이와 달리, 수행평가는 문제 상황하에서 학생의 자유로운 활동과 반응을 교사가 직접 관찰해 수행의 질을 판단한다. 이러한 수행평가의 종류로는 서·논술형, 구술 및 토론, 실험·실습, 연구 보고서 작성 및 발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등을 들 수 있다.

선다형 문항 위주의 내신 지필평가나 수능 시험을 대비하는 수업·학습은 그 속성상 학생 개인의 개성 존중이나 호기심 발휘와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평가 방식은 기초학력 진단 등 유용하게 사용될 일부 맥락이 존재하나 대개 단편적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 즉 교사는 일방적으로 가르치고 학생은 열심히 받아 적고 암기하는 ‘집어넣기’식 수업을 유도하게 된다.

하지만 미래 적응 및 변혁 역량은 당연하게도 ‘폭넓은 독서와 사색’ ‘깊은 사고를 통한 글쓰기와 말하기’ ‘동료 학생들과의 토의·토론 및 협동적 문제 해결’ ‘학교폭력이나 환경오염과 같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프로젝트를 통해 모색하는 경험’ 등으로 키워질 수 있다. 이런 내용의 수업 과정·결과는 수행평가를 통해 점검·판단되는 것이 가장 적합할 것이다.


수행평가의 역할 증대 방안

우리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다양한 난제를 상호 협력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개인과 사회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할 힘을 갖추려면, 그에 걸맞은 교육 내용과 방법이 요구됨과 동시에 수행평가 위주의 학생 평가가 시행될 필요가 있다. 미래 교육을 위한 수행평가의 역할 증대는 다음과 같은 노력 및 변화를 통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평가 결과에 대한 객관성이나 공정성을 지나치게 요구하는 관행을 지양하고 ‘평가의 타당성’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수행평가 자체가 주관적·심미적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객관성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선다형 문항 위주의 평가를 중시할 수밖에 없으며, 공정성에 과도하게 집착할 때 교사의 주관적 판단에 따른 정성적 평가를 배척하게 된다. 이는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수행평가를 통한 변별력 있는 점수 부여를 꺼리게 만드는 원인이기도 하다. 물론 평가의 객관성·공정성을 경시할 수는 없지만 이에 대한 지나친 강조로 인해 타당성의 저해, 즉 수행평가를 통해 평가해야 할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둘째, 교사의 평가 역량 증진을 위해 충분한 학생 평가 관련 교사 연수가 이뤄져야 하며, 이와 함께 교원양성기관에서 예비 교사들이 실제적인 수행평가 방법을 충분히 배우고 적용해볼 수 있는 교육과정이 운영돼야 한다. 동시에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소위 말하는 잡무에서 벗어나 수업과 평가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가 신뢰성 있고 타당한 수행평가를 계획·실행하고 결과를 산출해 학생 개개인에게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평가 전문성과 함께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교사의 평가권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 교사가 판단한 수행평가 결과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가 최소화되려면 교사의 평가 역량 증진이 요구되겠지만, 이에 더해 평가 결과를 전문적 절차와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으로 수용할 수 있게 하는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

예를 들어, IB 교육 프로그램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처럼 한 교사의 평가 결과를 해당 과목에 대한 선임 교사나 교육청에서 지정한 전문가가 학생들의 수행 내용과 함께 살펴보고 필요시 교정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또한 대입에서 내신 결과를 정량적으로 환산해 학생들을 줄 세우는 전형을 지양하고, 교사가 부여한 점수와 함께 기술한 내용으로서의 수행평가 결과를 입학사정관이 읽고 해석하는 방식의 전형이 주가 돼야 한다.

학령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학생 개개인은 한층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든 학생이 높은 수준의 종합적 사고력과 심미적 감성, 정보 활용 역량, 의사소통 및 공동체 역량, 자기관리 역량 등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한 교육에서의 학생 평가 방법으로서 수행평가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그 역할이 실질적으로 증대될 수 있게 하려면 다양한 교육 주체의 지속적 관심과 노력이 요구된다.







1110호부터 학교 안팎에서 고민이 큰 중요한 교육 이슈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교육학자 12명의 릴레이 칼럼이 이어집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를 시작으로 강지영(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강태훈(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동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김준엽(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박소영(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박주형(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이상무(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한종(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 임효진(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 조현명(이화여대 연구교수) 황지원(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 교수) 등 1990년대에 교육학과에 재학하면서 함께 공부한 3세대 대표 교육학자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해법을 만나보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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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태훈 교수 (성신여대 교육학과)
  • COLUMN (2023년 11월 15일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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