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박소영 교수
숙명여자대학교 교육학부
서울대 교육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교육행정 석사 학위를, 미 위스콘신대에서 교육행정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제도연구실, 대입제도연구실, 고등평생국제비교연구실 등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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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9월 ‘교권회복 4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최근 교육계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을 계기로 교사에 대한 지위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다. 법안이 제정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하여 스승을 존경하던 옛말이 옛말이 된 것을 실감하게 되어 씁쓸하다.
학생들의 지식과 인격을 형성하는 데 교사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에 이론이 없을진대, 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 안타깝다. 이런 교사의 근무 환경과 사회적 지위는 교사를 희망하는 예비 교사와 고등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교사의 지위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잘 다루어지지 않는다. 학생으로서 교단에 선 교사의 모습만 알고 있었다면 교사의 다른 모습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교사의 삶과 직무 스트레스
우리가 알고 있는 교사의 삶은 항상 학생들과 함께한다. 그러나 이는 교사의 삶의 일부에 불과하다. 교사가 되었을 때 그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상대는 누구일까? 교원의 업무 실태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교사는 업무 시간의 약 48.6%를 학생들과 함께하며 중학교 교사는 약 32.1%의 시간을 학생들과 보낸다. 학생이 알고 있는 교사의 시간은 교사의 업무 시간 중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업무 시간 배분으로만 보면 초등 교사는 18%의 시간을 동료 교사와 함께하고 중학교 교사는 27%의 시간을 동료 교사와 보낸다. 또한 초등 교사는 25.9%의 시간을 혼자 보내지만 중학교 교사는 27%의 시간을 혼자 보낸다.
교감 또는 교장과 함께하는 비율은 중학교 교사가 더 높게 나타났다. 초등 교사는 2.7%, 중학교 교사는 6.2%의 시간을 교감 또는 교장과 함께 보낸다. 이는 초등 교사가 교실에서 활동하는 데 반해 중학교 교사는 교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께하는 대상에 따라 행복감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다소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초등 교사의 경우 학생과 학부모와 함께할 때 행복감이 비교적 낮았고 중학교 교사는 혼자 있을 때나 동료 교사와 함께 있을 때 행복감이 낮았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급 모두 학생과 함께할 때의 행복감이 높지 않았다.
교사들의 행복에는 직무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친다. 교사들은 어떤 요인으로 인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느끼는가? 2017년 전국 초·중·고 교사 7천71명을 대상으로 교사 직무 스트레스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는 주로 시간적 압박, 업무량 증가, 과도한 직무 부담에서 비롯된다. 특히 직무 요구에 따른 스트레스 정도가 가장 높았고 직무 자율에 의한 스트레스 역시 높은 수준을 보였다.
2018년 ‘교원 및 교직 환경 국제 비교 조사(TALIS)’ 자료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서 구체적으로 교사들의 스트레스 원인을 제시한다. 교사들은 업무 요인 중 수업 준비, 수업 시간, 채점 업무, 행정 업무 등에서 크게 스트레스를 느꼈다. 한편 학생 지도에서는 교실 질서 유지, 학생으로부터의 위협이나 언어폭력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한 학부모 및 외부 기관 대응과 관련해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장기간 지속되면 정서적인 고갈이나 비인간화, 개인적 성취감 결여 등 부정적인 정서에 빠지는 소진(번아웃) 상태로 이어지게 된다. 소진은 학생과의 접촉 회피, 가르치려는 노력 저하, 무기력으로 인한 업무 소홀, 교직에 대한 부정적 인식, 교직 이탈 등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적으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 수준을 낮추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이 제안되고 있으며 직무 스트레스가 교사 소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교사치유센터 등을 통한 정서적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도전과 전문적 지위 확보
변화하는 사회에서 교사는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도전을 맞이하고 있다. 지속적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는 통폐합되고 교사 수요는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학교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며 폐교하는 학교도 늘고 있다. 인구 구조의 변화와 함께 지능정보사회로의 이동은 사회와 학교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과 함께 사회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며 기존 직업의 역할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도 함께 변화하고 교사에게 필요한 지식과 기술도 변화한다. 사회 변화와 함께 교육과정 변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디지털 교과서가 도입되고 있으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업이 교차되며 학교 현장에 끊임없는 변화가 요구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 원인인 직무에 대한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 사회를 사는 모두에게 그러하듯 사회의 변화에 따라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가 높아지는 것은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직무의 변화는 역할의 변화를 가져오고 직업을 둘러싼 주변과의 관계 변화도 가져온다.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정책적 노력과 함께 교사 스스로 전문성을 신장시킴으로써 자신의 지위와 역할을 찾아가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1110호부터 학교 안팎에서 고민이 큰 중요한 교육 이슈를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교육학자 12명의 릴레이 칼럼이 이어집니다. 이화여대 정제영 교수를 시작으로 강지영(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강태훈(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 김동호(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김준엽(홍익대 교육학과 교수) 박소영(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 박주형(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 이상무(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이한종(춘천교대 교육학과 교수) 임효진(서울교대 초등교육과 교수) 조현명(이화여대 연구교수) 황지원(서울시립대 교육대학원 교수) 등 1990년대에 교육학과에 재학하면서 함께 공부한 3세대 대표 교육학자들의 깊이 있는 분석과 해법을 만나보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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