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이수린 기자 darling@naeil.com
사진·도움말 이세용 교사(충남 서일고등학교)
벚꽃이 흐드러진 4월, 충남 서산에 위치한 서일고에서는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4-H 동아리가 주최한 팜파티(Farm Party)가 열렸기 때문인데요. 동아리 친구들이 직접 재배한 채소로 화전과 파전을 굽고,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다 같이 음식을 나눠 먹었습니다. 그 현장을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서일고는 농촌에 위치한 소규모 학교예요. 4-H는 이런 지역적 환경과 학교 교육을 연계해 환경·생명·농업의 가치를 돌아볼 수 있는 청소년 교육 활동을 하죠. 부원들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멘토링을 하거나, 경로당 어르신들께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기도 하고, 풍물을 배워 공연 봉사를 하기도 해요. 그중에서도 ‘그린반’ 친구들은 주로 텃밭을 가꿉니다. 팜파티는 매년 있는 행사예요. 계절에 따라 다르게 재배되는 작물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함께 나눠 먹으며 농업의 중요성을 깨닫죠.”
요즘 아이들은 피자, 햄버거같이 빠르고 간편한 인스턴트 음식에 익숙합니다. 이렇게 직접 수확한 재료로 요리를 하는 경험은 흔치 않죠. 4-H 동아리의 팜파티는 농촌과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몸소 알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어요.
4-H 안에서도 그린반에 들어오는 친구들은 대부분 농업생명 계열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입니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맡은 텃밭에 책임감을 갖고 주말에도 꾸준히 나와서 가꾸곤 합니다. 동아리장이기도 한 2학년 최은서 학생은 식물의 생장을 지켜보는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이번엔 처음으로 봄에 팜파티를 열었어요. 지난가을에 심은 쪽파가 다 자랐거든요. 파전이랑 같이 화전을 만들려고 학교 뒷산에서 직접 진달래꽃을 땄어요. 주변에 있기는 해도, 직접 산에 올라가거나 꽃을 자세히 들여다볼 기회는 없었는데 새로웠어요. 머리에 꽃을 꽂으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기도 했고요.”
벚꽃잎이 자꾸 날려 프라이팬 위로 떨어지고, 음식을 굽는 족족 친구들이 가져가버리는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파티를 하는 동안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여름에 상추와 방울토마토가 나오면 삼겹살을 구워 먹을 계획이라고 합니다. 학생들은 벌써 설렌다고 하는데요.
“서일고는 일반고예요. 학생들은 내신을 관리하고, 수능 공부를 하느라 학업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죠. 팜파티 같은 행사는 친구들과 경쟁하는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잠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시간이에요. 꼭 같은 동아리가 아니라도 친구들, 선생님들과 함께 음식을 나눠 먹으며 화합을 다질 수 있었어요.”
겨울을 이겨내고 새롭게 자라난 봄날의 쪽파처럼, 친구들도 힘든 시기 속에서 멋진 추억을 쌓았습니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건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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