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조나리 기자 jonr@naeil.com
사진·도움말 최미현 교사(경기 효원고등학교)
Q. 롤 모델 프로젝트 기획 동기
작년에 한국사 수업을 주로 들어갔는데, 1시간 진로 시수가 주어졌어요. 담임 반으로 배정됐는데 1학기엔 진로 탐색 시간을 가졌고, 2학기엔 구체적으로 직업을 알아보기 위해 ‘롤 모델 프로젝트’를 구상해봤답니다. 사실 <내일교육>의 인터뷰 기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학생들이 희망하는 일을 하고 계신 분을 찾아보고, 해당 직업의 업무와 전망, 근무 환경 등과 관련한 질문을 만들어 직접 답을 구해보기로 했습니다.
Q. 학생들이 준비했던 과정들
일단 제가 제시했던 기준은 찾고자 하는 인물이 기사나 방송 등을 통해 공개된 분이어야 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야 미리 정보를 파악하고 심화된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진부한 질문은 피하도록 지도했고요. 이 기준에 따라 학생들이 인물을 찾고 질문을 만들었어요. 자신을 소개하고 인터뷰를 요청하는 글도 직접 써보도록 했고요. 마지막으로 답변 여부와 상관없이 준비 과정과 소감을 제작해 발표했습니다. 학생들이 가장 어려워한 과정은 연락처 찾기였습니다. 저 역시 학생들이 꼭 답변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 열심히 찾아봤지만 쉽지 않더라고요.
Q. 학생들의 발표 내용과 반응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열정을 보인 연희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연희는 ‘미래의 수소에너지’라는 주제로 발표했는데요. 롤 모델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수소연구단장님을 선정했습니다. 연구단장님이 특허를 낸 분리막과 2030년까지 그린수소 기술을 100% 국산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용을 발표했어요. 다만 답을 얻지는 못했답니다. 대신 연희가 자문자답을 했는데요. 재밌었던 부분은 답변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한 연희의 분석이었어요. 자신이 보낸 메일의 제목이 매력적이지 않아서 연구단장님이 확인하지 않으셨을 거란 분석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학생은 반대로 답변을 가장 상세하게 받은 태경이입니다. 수학 교사가 꿈인 학생인데 인터뷰 대상을 선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어요. 그래서 제가 ‘거꾸로 교실(주입식 강의 대신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교육에 참여하는 수업)’이라는 주제로 방송에 소개된 이해영 선생님을 소개해줬어요. 태경이는 ‘수포자’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이 인상 깊었다고 했는데요. ‘수포자’ 대신 ‘수학 공부가 힘든 아이들’로 정의한 점과 학생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거꾸로 교실의 수학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존경스러웠다고 밝혔답니다.
Q. 프로젝트 소감
생각보다 답변을 받지 못한 학생들이 많아서 같은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도 컸어요. 저야 가르치는 직업이다 보니 이런 요청에 더 적극적이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자율주행차 연구원에게 학과 선택에 대한 조언과 응원을 받아서 진심으로 기뻐한 학생도 있었거든요.
또 프로젝트를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었어요. 질문을 만들었는데 메일을 보내지 못하고 시간이 흘러간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진로 희망이 정해져 있지 않은 학생일수록 롤 모델 선정 자체를 어려워했습니다. 그래도 학생들이 이 프로젝트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고 말한 아이도 있었고요. 참 예쁘고 예의 바른 학생들입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했던 1반 학생들이 한뼘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건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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