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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7호

교과서 파먹기 37 | <정치와 법> 선거구제

소선거구제 폐단 없앨 해법? ‘중대선거구제’ 보는 다양한 시선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화두로 띄우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힘을 보탠 중대선거구제가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매 선거철마다 등장하는, 이미 20년이 넘은 정치권의 해묵은 과제다. 여야는 현 소선거구제하에서 고착화된 지역주의와 양당독점 등의 병폐에 공감하고 표면적으론 선거구제 개혁에 동의하는 모양새지만 (언제나 그랬듯) 실제 중대선거구제 도입 여부에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지금 이 시간, 고등학교 <정치와 법> 교과서 3단원에 등장한 소선거구제와 중대선거구제의 개념과 두 제도의 차이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선거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까지 둘러보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민주주의와 정당정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야. 당연한 말을 왜 이리 힘주어 이야기하냐고? 일단 들어봐~

민주주의란 모든 국민이 나라의 주인으로서 권리를 갖고 그 권리를 자유롭고 평등하게 행사하는 정치 방식을 뜻해. 즉 민주정치의 주체는 국민인 거지. 하지만 국민 개개인이 정치에 참여하기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라. 그래서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 대다수는 국민을 대신하는 정당이 정치의 주체가 된 ‘대의 민주주의’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어.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려 해도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은데, 하물며 나라일은 말해 뭐해. 따라서 국민들의 여러 의견을 수렴하려면 그만큼 다양한 정당이 있어야 하고 정당마다 내세우는 정책도 달라야만 하겠지. BUT! 그러나~ (정의당을 비롯한 정당들이 몇 개 있긴 있다만) 두 개의 거대 정당이 정권을 독식하고 있는 게 바로 대한민국의 현주소 아니겠니.

대한민국에서 양당독점 체제가 굳어진 데는 지역주의(지역감정이라고도 해.)에 기댄 소선거구제가 큰 역할(?)을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야. 거대 양당(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특정 지역을 텃밭으로 삼고 있고 특히 영호남의 지역주의는 고질적인 병폐로 평가받아. 영호남에서는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그 후보자가 100% 당선되기 때문에 선거는 있으나마나 해보나마나일 정도라니까. (오죽하면 댕댕이가 나와도 뽑힐 거란 우스갯소리까지 나왔겠냐고~) 영호남 사람이라도 정당이 아닌 후보자의 공약과 품성을 중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알아.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정의로운 의견은 소선거구제에선 통하지 않아. 지역감정을 부추긴 후보가 1표만 더 얻어도 당선되는 게 소선거구제의 특징이거든.


1등만 인정한다!_소선거구제

그럼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살펴볼까나? 고등학교 <정치와 법> 교과서 3단원에 나온 소선구제와 중대선거구제 개념을 먼저 훑어보고 따라오면 지금부터 다룰 내용을 이해하기가 훨씬 편할 거야.

현재 우리나라가 시행하고 있는 소선거구제는 선거구를 작게 나눠 한 선거구에서 1명의 대표자를 뽑는 제도를 말해.

선거구의 지리적 범위가 비교적 좁아 관리가 쉽고 유권자가 후보자들을 쉽게 파악할 수 있으며 선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어. 그러나 전국적으로 골고루 지지를 얻는 것보다 특정 지역에서 표를 독식하는 편이 의석수를 늘리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정당들은 쉽사리 지역감정에 의존하곤 해. 또 1표라도 더 얻으면 당선되는 ‘승자독식’ 구조라 유권자의 민의가 왜곡된다는 단점이 있어. 2위 후보가 49%를 득표해도 그건 모두 ‘사표(죽은 표)’가 돼버리거든.

사표 문제로 가장 피해를 입는 건 소수 정당이나 신생 정당이야. 유권자 다수는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는 걸 원치 않거든. 때문에 당선 가능성이 큰 거대 양당 후보자를 찍거나 투표를 아예 포기해버리곤 하지.
승자독식 선거 제도는 정당 정치를 망가뜨리는 원흉으로도 꼽혀. 공천을 1명만 받으니 경쟁이 얼마나 치열하겠니. 그렇다 보니 공천권을 따내고 싶은 이들은 각 정당의 힘 있는 자들에게 충성 경쟁을 벌이기도 하고 인지도를 쌓기 위해 저급한 발언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쏟아내기도 하지. 이러다 보니 정당 내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는커녕 신인 정치인이 등장할 기회도 거의 불가능한 판국이야.





소선거구제 병폐 해결 대안?

현행 선거구를 2~5개 정도 묶은 ‘통합선거구’에서 2인 이상의 대표자를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의 병폐를 해결할 대안으로 (총선 때마다) 거론돼왔어. 후보자 선택의 폭이 넓어 소수당 후보자나 뉴 페이스의 의회 진출 가능성이 크고 국민의 다양한 의사가 반영될 수 있으며 사표가 비교적 적게 발생한다는 거지. (반대로 생각하면 유권자의 후보자 파악이 힘들어질 수 있고 군소 정당 난립으로 정국 불안정 야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말씀이겠군.)

그럼 전체 대표자의 수가 많아지는 거 아니냐고? 아냐~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선거구 100개에서 1명씩 100명을 선출하면 소선거구제고 50개 선거구에서 2명씩 100명을 선출하면 중선거구제, 10개 선거구에서 10명씩 100명을 선출하면 대선거구제가 되는 거거든.
전문가들은 선거구당 2명만 선출하면 여전히 거대 정당이 독식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한 선거구당 3~4명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1등부터 4등까지 4인 당선 체제가 되면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호남에서도 국민의힘 의원이 당선될 확률이 높아질 거고 자연스럽게 지역주의가 해소되지 않겠느냐며 말야. 하지만 말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지금 소선거구제에서 정당들은 한 선거구에 1명의 후보만 내고 있지만 중대선거구제 시행 땐 법으로 막지 않는 한, 한 정당이 2명 이상의 후보를 내는 ‘복수 공천’을 할 수 있어. 이렇게 되면 (상상하기도 싫지만 이론적으론) 4석을 싹쓸이할 수도 있단 말씀인 거지.

백 번 양보해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4등으로 겨우겨우 당선됐다 치자. 1등과 40% 차이 나는 5%로. 이렇게 표 차이가 큰데 당선자가 똑같은 대표성을 획득한다는 게 과연 공정한가? 소선거구제와 다름없이 국민의 뜻이 왜곡된 거 아니냐 이 말씀이야. (교과서에선 이를 가리켜 ‘투표 가치의 차등 문제 발생’이라 표현해놨으니 참고 바람.)


갈길 먼 중대선거구제

한 가지 더 생각해보자. 중대선거구제 시행 뒤 영남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가 몇 명 당선됐다고 치자. 하지만 호남에선 국민의힘 당선자가 0명이네? 그리고 이런 현상이 몇 차례 반복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어라? 우린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를 배출하는데 너넨 뭐야!’하며 영남 사람들 마음에 호남에 대한 반감이 더 커질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다음 수순은 자연스레 ‘복수다!’가 되고 또 특정 정당에 몰표 주기가 이어지고 네 탓 내 탓 하다가 지역감정 나오고 아이고 머리야~ 도돌이표 재가동!

이건 안 비밀인데 말야, 실은 이미 작년에 중대선거구제를 살짝~ 도입해봤다는 거 아니니. 2022년 6월 열린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일부 기초의원 선거를 했는데 그중 30곳에서 시범적으로. 결과는 어땠냐고? 영남 쪽에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명 당선됐지만 호남에서는 국민의힘 후보가 1명도 당선되지 못했어. 대신 정의당 후보 1명, 진보당 후보 2명이 승리를 거머쥐었지. 또 30개 선거구 109명 당선자 중 소수 정당 후보는 4명으로 전체 당선자의 3.9%에 불과했고. 나머지 96.3%는 양대 정당 출신이었단다.

하지만 이 결과를 두고 호남이 영남보다 지역주의가 심하다고 단정지어선 곤란해. 과거로부터 산업화가 영남 중심으로 이뤄진 탓에 영남에는 10% 이상의 호남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반면 호남에 사는 영남 사람은 거의 없는 상황이거든. 또 두 거대 정당이 제한 없이 후보를 낸 탓에 제도의 의의를 살리지 못한 면도 있고. (앞서 언급했던 우려들이 이미 현실로 몽땅 드러났구먼!)





난항 예상되는 선거법 개정

내년 총선을 치르려면 오는 4월 10일까지 선거법 개정을 마쳐야 해. 여야는 현행 소선거구제의 폐단에 공감하면서도 중대선거구제로의 개편에는 난색을 표하고 있어. 당연한 일이지 뭐, 지역별로 ‘손해’를 보는 현역 의원들이 생겨날 테니 말야. (특히 어느 지역이라고 말하진 않겠어. 생각보다 내가 입이 좀 무겁걸랑~) 또 중대선거구제로 가려면 국민 공감대 형성이 필수지만 지금까지 나온 여론 동향을 살펴보면 이에 대해 깊은 공감이나 절대적인 선호를 보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기도 해. 왜냐고? 그 이유는 정치인들이 누구보다 잘 알지 않을까.

매번 선거법 개정 필요성을 큰소리로 외쳐대지만 절대 실행에 옮기지 않는 이들이 바로 선거구제 개편 법 개정 권한을 가진 국회의원 자신들이니까. 게다가 우린 지난 21대 총선에서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양당의 ‘꼼수 정치’를 똑똑히 목도했잖니. 정치인들이 권력을 위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랄까. 새로운 정치 세력 유입을 위해 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겠다더니 원내 1, 2당이 위성 정당을 내세워 지역구 의석과 비례대표 의석까지 싹쓸이해버렸잖아. 결론적으로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위해선 현직 국회의원이 몽땅 자신의 기득권인 의원직을 지체 없이 내려놓을 각오를 해야 하는데… 아마, 많이 힘들 거야. 그치?


중대선거구제 달성 위한 4가지 과제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이유로 희망을 포기한다면 변화는 결코 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 우리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왕 정치권의 화두가 됐으니 이참에) 성공적 중대선거구제 시행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고!

우선 선거구에서 2인만 선출될 경우 양당 나눠 먹기로 갈 수 있으니 3인 이상의 당선자를 내는 구조로 가야겠지. 또 선거구를 획정할 땐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나누는 짓(!)은 절대 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도 반드시 도입해야 할 거고.

다음으론 거대 양당에서 복수 공천을 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시켜야겠지. 이미 거론했듯 3인 이상 선거구를 확대해도 양당에서 다수 후보자를 추천하면 소수 정당의 당선 가능성은 매우 낮아질 수밖에 없거든. 지난 시범 실시 지역에서 소수 정당이 당선된 4개 선거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 선거구에선 당선자가 모두 거대 양당 후보였다는 사실을 우리 꼭 기억하자고.

비례대표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어. 비례대표제는 ‘전국 득표율만큼의 의석만 획득’하는 걸 뜻해. 어떤 정당이 10%를 득표했다면 그만큼에 해당하는 의석수를 가져가는 제도지. 아무리 신생 정당이라도 0.4% 이상의 지지율만 얻으면 국회의원 1명을 배출할 수 있어. 우리나라 총선에서 당선자들이 얻는 평균 득표율은 40% 정도야. 그럼 국회 의석 수가 300석이니 그중 40%인 120석만 차지해야 하잖아. 한데 150석 이상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단순 다수대표제는 득표율과 의석 수 일치를 보장하지 않거든. 30석 이상이 과대 대표되는 이 같은 ‘대표의 불비례성’은 뉴 페이스의 진입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어.

정치권은 오랜 기간 국민들을 이념과 진영의 잣대로 분열시켜놓았어.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느냐 마느냐보다 중요한 건 구태가 되풀이되는 ‘탐욕의 선거구제’를 높으신 양반들이(?) 그만 내려놔야 한다는 거야. 국민들의 이해와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세계 10위 경제 대국이자 문화 선진국에 걸맞은 정치를 이젠 그만 겸손하고 좀 보여줄 때가 됐다고 봐. 동감? 동감!





교과서는 학생들과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면서도 친해지지 않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교과서의 재미를 알아가고, 내용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교과서 파먹기’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나도 모르게 놓쳤거나, 어려워서 지나친 교과 단원을 쉽게 만나고 싶다면 이메일(lena@naeil.com)로 문의해주세요.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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