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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69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처음이라 더 뜻깊은

취재·사진 조나리 기자 jonr@naeil.com
도움말 박종호 교사(광주 인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전공 체험의 날. 불안해서 한 번도 시도를 못했는데…. 우리 쌤들 역시 대단! 학생들도 사뭇 진지하다. 이것이 진정한 역량 강화!” 광주 인성고 이경기 교감 쌤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입니다. 슬쩍 들어보니 학교에서 처음으로 학생들이 ‘진로 강사’가 되어 23개 전공을 친구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인근 대학의 학부생들이 해왔던 일이라고 하는데요. 첫 도전이었지만 과정도 결과도 ‘대만족’이라고 합니다. 자세히 들어볼까요?

“지난 2년간 코로나19 때문에 학생들의 자기 주도 활동이 부족했어요. 이번 기회에 본인이 희망하는 학과의 교육과정과 비전, 졸업 후 진로를 직접 조사해 발표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지요. 3학년은 희망 전공이 대부분 정해진 시기라서 1~2학년을 대상으로 했는데,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프로젝트를 기획한 박종호 쌤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과 학과를 탐색해보고, 자신의 진로를 스스로 설계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랐다고 합니다. ‘잘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쌤은 학생들의 역량을 믿고 추진했습니다.

공지를 보고 참여 의사를 밝힌 학생들은 35명.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는데요. 학생들은 개인이나 팀으로 나눠 한 달가량 조사와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조사 내용과 발표 준비를 도운 박종호 쌤과 양수영 쌤. 매주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학생들이 참 똑똑한 게 상황이 닥치면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더라고요. 대학생인 본인의 형이나 누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대학 홈페이지에서 교수님 메일이나 학과 사무실 번호를 찾아내서 직접 인터뷰도 요청하고요.”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죠. 아무래도 모르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는 게 학생들에겐 쉽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한 명의 학생도 빠짐없이 과제를 완수했습니다.

올해 학생들이 준비한 ‘전공 체험의 날’은 이전과는 확실히 분위기가 달랐다고 하는데요. 학과 조사를 진행한 학생들은 물론 발표를 듣는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대학생이 와서 강의했을 때는 수동적인 자세로 임하는 편이었죠. 그런데 올해는 친구가 발표를 해서 그런지 집중도가 높았어요. 대학생들에게는 질문하기가 어렵잖아요. 모르는 사람이기도 하고, 그런데 친구나 후배가 발표하니까 편한 거죠. 내년에는 자기도 발표하고 싶다고 말하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한 담임 선생님은 본인 반 학생이 발표하는 모습을 보고 ‘저렇게 적극적인 아이인 줄 몰랐다’라면서 본인이 그동안 잘못 봤다고 하시더라고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학과나 전공은 무엇이었을까요? 박종호 쌤에 따르면 대체로 신설 학과나 전공명만으로는 어떤 내용을 배우는지 알기 어려운 학과에 몰렸다고 합니다. 늘 그랬듯 의예과와 약학과에도 많은 관심을 보였고요. 호텔조리학과와 경호학과도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이 교실을 찾았습니다. 선생님은 올해를 시작으로 내년에도 학생들이 준비하는 전공 체험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참여 규모가 올해의 2배가 될 것 같다면서 벌써부터 긴장 중인 쌤.

“충분한 역량이 있는 학생들인데 기회가 없었다고 생각해요. 장을 만들어주니까 능력이 절로 생기더라고요. 양수영 선생님께도 감사합니다. 다만 학생들이 PPT 자료를 만드는 것을 어려워하더라고요. 내년에는 그 부분에 좀 더 신경을 쓸 계획입니다.”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jonr@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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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쾌발랄 우리학교 (2022년 11월 16일 10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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