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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1057호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분실물 찾아요!

취재·사진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



내 물건은 어디에~




“엄마, 비가 너무 많이 와요. 저 좀 데리러 와주시면 안 될까요?”

부탁할 때만 쓰는 존댓말로 전화를 건 중학생 아들! 유독 잦은 국지성 호우로 날씨가 오락가락했던 초여름의 어느 날이었네요.

“아침에 엄마가 아끼는 장우산 줬잖아? 그건 어쩌고?”
“그게… 내가 분명히 교실 우산통에 꽂아놨는데…. 없어! ㅠㅠ”
“대체 이번이 몇 번째니? 집에 우산 다 동났어!”

무법천지 정글 같다는 남자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는 잃어버리는 품목이 점점 늘고 있어요. 샤프, 지우개, 볼펜, 필통, 버스카드는 기본이고요. 우산, 교과서, 체육복, 휴대폰에 심지어 교복 재킷까지 제자리에 뒀는데 없어졌다고 그냥 집에 오네요. 굴러다니다 다시 돌아오는 것도 있고, 영영 이별인 것도 있고요, 다들 비슷한 처지인지 학교에서는 분실물 못(안) 찾아주니 스스로 챙기고 고가의 물건은 학교에 절대 가져오지 말라는 담임 쌤의 경고성 문자도 종종 날아옵니다. 휴~~

“오늘 저희 OO가 학교 후드 점퍼를 분실했는데요, 안쪽에 새겨둔 이름 확인 좀 부탁드려요.”

학부모 단톡방에 분실물 찾는 메시지 하나가 올라옵니다.

“찾아보시는 김에 ☆☆ 것도 좀.” “저희 ××도요.” “저희는 한 달 전.”…

한편으론 우리 애뿐만이 아니라니 살짝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답 없는(?) 사춘기 아들들의 리모델링 중인 뇌,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 잡겠죠?




가출한 성적표




“성적표 안 나왔니? △△, □□는 다 가져왔다던데.”
“음… 사물함에 넣어놓고 그냥 왔네. 내일 가져올게요.”

고3인 큰아이는 고등학교 내내 성적표를 제때 가져온 적이 없네요. 서너 번 재촉하면 마지 못해 주섬주섬 힘겹게 꺼내놓을 뿐. 허나 이번엔 기필코….

“성적표! 오늘은 가져왔니?”
“아, 또 깜박~~ 근데 엄마, 다음에 ‘진짜 성적표’ 가져오면 안 돼요?”
“그럼 지금 성적은 가짜야? 네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구나.”

시험 직후나 학기말이 되면 학부모 커뮤니티엔 성적표를 가져오지 않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의 글이 많아요. 한 번도 아이로부터 성적표라는 걸 받아본 적이 없다는 엄마, 아이랑 실랑이하느니 담임 선생님께 직접 성적표를 받는다는 엄마, 방학 하면 나이스에 올라오는 걸로 확인하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엄마…. 각양각색입니다.

다수가 겪는 일이라니 서운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은 누그러지고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보게 됩니다. 만족스러운 성적표라면 자랑스럽게 가져왔겠지요. 공부도 어렵고 계획대로 안 되고, 시험 실수도 있었고 원하는 성적도 아니고. 원래 인생사는 뜻대로 안 되는 게 이치니까요.

어느 날 아이 방 구석에서 구겨진 성적표가 하나둘씩 또 나타나겠지만 이번엔 무심한 듯 작은 쪽지로 대신할 것을 다짐합니다. 꼭 남과 비교할 필요 없다고, 스스로 조금씩만 앞으로 나아가면 그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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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소영 리포터 yoonsy@naeil.com
  • EDU TALK_ 소(笑)‧심(心)한 일상 톡톡 (2022년 08월 17일 10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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