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어릴 땐 ‘인테리어’를 내려놓고 사춘기가 되면 ‘분위기’를 잊고 삽니다. 하지만 소소한 행복까지 포기할 순 없죠. 적은 비용으로 따뜻한 집 안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아이템을 소개합니다.
글·사진 이도연 리포터 ldy@naeil.com
기분 전환에 가성비 최고, 포스터 액자
첫째가 고입 이후 허구한 날 예민한 기운을 팍팍 내뿜을 때 해와 함께 ‘GOOD VIBES ONLY’라는 문구가 적힌 깜찍한 포스터 액자를 샀어요. 말없이 현관 입구에 세워뒀지요. 둔한 아들도 바로 알아보더군요. “엄마, 이거 나 보라고 산거야?” “아니~ 우리 집에 좋은 기운만 가득해하라고!”
아들 방에 있는 또 다른 액자는 어릴 적부터 아들이 가장 좋아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업>의 포스터예요. 액자 속 ‘츤데레’ 왕코 할아버지를 보면 우리 할아버지가 생각난다며 본인이 직접 고른 거예요. 집 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다면 개성 있는 포스터를 걸어보세요. 기분 전환에 이만한 가성비를 자랑하는 소품이 없더라고요~
바람 불 때마다 딸랑딸랑
이사 올 때 딸아이가 방 벽지를 꼭 연보라색으로 해달라고 했어요. 여러 가지 사정상 하늘색으로 벽지를 통일했습니다. “내가 그렇게 연보라색으로 하고 싶다고 했는데!” 딸의 아쉬움을 대신할 아이템을 찾다가 조개와 자개로 만든 알록달록한 풍경을 달아줬어요. 천장에 매다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딸랑딸랑 예쁜 소리가 나서 딸이 무척 좋아합니다.
꽃 트럭 오는 날=집에 향기 가득한 날
오늘도 아파트 단지에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꽃 트럭을 기다립니다. 각종 초록이 화분은 물론, 꽃집에서는 비싸서 엄두도 못 내는 생화를 부담 없는 가격에 살 수 있어요. “엄마, 우리 집에 손님 와?”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오늘은 프리지아네~” “엄마, 꽃 트럭 왔던데 안 내려가?”라고 자연스럽게 물어요.
얘들아, 남매 인형처럼 친해지길 바라~
첫째 아이를 가졌을 때 친정엄마가 어여쁜 아들과 딸을 낳으라며 사주신 남매 인형. 엄마 말씀처럼 아들, 딸을 낳았지만 각자의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이 항상 어여쁘지만은 않더라고요. 분명히 손잡고 다니던 정다운 시절이 있었는데 지금은 남매가 말 그대로 소가 닭 보듯 합니다.
서로에게 심통을 부리고 외동이 부럽다며 인형 한 개를 쓱 치우기도 하지만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남매 인형은 늘 저나 아이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인형처럼 언젠가 둘이 다시 친해지는 날이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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