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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호

유쾌발랄 우리학교

까짓것, 해보는 거야!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이 땅의 고딩들을 가장 머리 아프게 하는 질문, 그건 바로 ‘희망 진로는?’일 겁니다.

경남 양산에 있는 효암고에서 학생들의 진로 진학을 담당하는 김순남 쌤께 어느 날 도착한 한 통의 상담 신청서. 제출된 자료의 진로 희망란에는 ‘농부’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교직 생활 29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농부가 되겠다니! 너무 반가워 아이에게 어떤 농부가 되고 싶은지 물었죠. 우선 감자를 심어보고 싶다고 하더군요.” 이렇듯 김 쌤을 흥분과 감동의 도가니로 몰고 간 주인공은 효암고 1학년 정예지 학생입니다.

“그래, 이왕 농부가 되기로 한 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작물을 찾거나 개발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치?” 기특한 제자에게 미래의 먹을거리 개발이라는 큰 그림을 보여준 행동파 김 쌤, 내친김에 “좋아! 우리 감자를 직접 심어보자”라며 일을 크게(?) 벌렸습니다. 학교 뜰에 아담한 텃밭을 일구고 예지 학생과 함께 씨감자를 준비해 정성껏 심은 거죠.

심은 지 한 달여 만에 감자는 예쁜 싹을 드러냈고 얼마 전 귀한 첫 결실을 맺었죠. 그 작은 텃밭에서 수확한 감자가 무려 ‘이만큼’입니다! (사진 확인 플리즈~) 그 광경을 목격한 효암고 이강식 교감쌤은 “이건 부동산 투자보다 더 남는 일”이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옆에서 물개 박수를 치셨다는 소문입니다. (덕분에 감자 네 알을 선물로 받으셨다는 건 안 비밀) 농부를 꿈꾸는 10대 학생과 그런 제자에게 행동으로 응원과 지지를 보내는 스승, 두 분 모두에게 ‘엄지척’을 보냅니다. 수확된 감자를 보니 예지 학생은 농사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네요.

미래 먹을거리를 책임질 인재의 뒤에 저도 조용히 줄 서보려 합니다. 너무 늦게 알게 된 관계로 이번 감자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두 분이 다음에 키울 작물은 수확 시기를 미리 알아내 달려가겠습니다. 혹시 압니까, 교감쌤보다 열렬히 물개 박수 치면 저도 좀 얻을 수 있을지~





지난 8월 6일, 포항제철고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거행됐는데요, 이름하야 ‘메타버스 시상식’이라고 합니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를 맞은 이번 ‘포항제철고 AI 창작 공모전’은 ‘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했는데요, 전교생 1천 명 중 무려 357명이 보고서를 제출하며 큰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이에 학교에서 수학 교과와 더불어 인공지능 수학 동아리 ‘Math AI’를 지도하고 있는 김문석 쌤은 ‘참여한 학생들과 수상의 기쁨을 나눌 순 없을까’ 고민과 번뇌를 거듭하다 인공지능 교육 중점학교의 쌤다운 해법을 찾아내셨는데요 (역쉬 뇌섹남!) 그건 바로 ‘메타버스’, 가상세계에서의 행사를 기획한 것이죠.

휴대폰 어플 가상공간에 수상자 모두가 아바타로 들어오는 특별한 시상식. 김 쌤은 “‘Ifland’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실제 시상식을 그 안에서 그대로 재현했어요. 국민의례, 교장선생님 말씀, 내외빈 소개 등의 순서로요. 다들 어찌나 신기해하던지~ 아! 이번 시상식에는 우리나라 메타버스의 1인자이신 강원대 김상균 교수님도 참석해주셨습니다. 덕분에 전 지갑이 가벼워졌고요. 하하하.”

알고 보니 김 쌤을 메타버스로 인도해준 건 다름 아닌 김 교수님의 ‘메타버스 강연’이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 행사를 함께 진행한 동아리 학생들에게 “이번 시상식에 김상균 교수님을 초청하면 내가 고기를 쏘마!”라고 했는데 웬걸, 불가능할 줄 알고 툭 던졌는데 고기를 향한 애모(愛慕)가 진심이었던 제자들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김 교수님께 메일을 드렸고 교수님은 이 어린 영혼들의 요청에 흔쾌히 응하셨다지 뭡니까~ (교수님 짱!)

국내 최초로 교육 관련 메타버스 시상식을 기획하고 과감하게 진행한 김 쌤과 학생들. 앞으로 또 어떤 깜짝 뉴스로 교육계를 들썩이게 할지 왕 기대됩니다.
더불어 이번 메타버스 시상식에서 대상을 차지한 3학년 남예령 학생, 박수를 보냅니다! 작품 주제가 ‘OECD 국가들의 보건비 지출 동향,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이었다지요. 제 고교 3학년 시절을 돌아보고 참 반성했어요. 그때 전 만화책 <영심이>로 독후감을 써냈다가 혼났거든요.



‘라떼는…’이 유행할 만큼 빠르게 바뀌는 사회,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쾌한 쌤들과 발랄한 학생들이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죠. 소소하지만 즐거운 학교 풍경을 담아보려 합니다. 우리 학교 이야기를 알리고 싶은 분들은 이메일(lena@naeil.com)로 제보해주세요! _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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