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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호

어쩌면 쓸모 있을 TMI | 세기의 라이벌 2 _ 충신vs간신? 놉!

새로운 세상 꿈꾼 개혁가vs개혁가!




이번 시간엔 우리나라 마지막 왕조, 조선으로 널 초대할게. 조선 건국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정씨’ 성을 가진 두 인물이 있어. 그게 누구? 고러치~ 정몽주와 정도전! 본관은 다른 정씨니 둘을 친인척 관계로 오해하면 곤란해. 정몽주 하면 떠오르는 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해골 되어~’ 그… 그만, 거기까지! 그래, <단심가> 한 수로 지금껏 충신의 아이콘으로 통하고 있지. 정도전은? 뭐 그닥 생각나는 게 없다고? 놀라지 마라, ‘조선’이라는 국명을 지은 것부터 수도 한양의 설계와 건설을 책임지는 일까지 도전씨의 손을 안 거친 게 없다~ 한때 뜻을 함께한 둘도 없는 절친이었다가 안타깝게도 갈라선 정몽주와 정도전. 지금부터 이 두 친구의 이야기를 들려줄게.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위키백과



‘찐팬’에서 ‘절친’으로(feat. 정도전)

야, 나 지금 완전 떨려~ 고려 최고 스타 몽주 형 팬 미팅에 사인 받으러 왔거든. 꺅!

3차에 걸쳐 치르는 과거시험에서 세 번 모두 장원급제를 한 사람은 고려 전체를 통틀어 몽주 형이 최초일 걸? 어릴 때부터 ‘안 가르쳐줘도 백을 아는 천재’로 유명했다더니 진짜였어! 나도 빨리 과거에 합격해서 형과 함께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하고 싶다~
(그로부터 2년 뒤) 정도전! 도전에 성공하다, 음하하하! 고수는 고수를 알아본다더니, 나보다 5살이나 위인 몽주 형은 ‘대화가 통하는 진실한 벗’이라며 나를 끔찍이 위해주지 뭐야.

지금 우리 고려는 밖으로는 원의 간섭으로, 안으로는 무능한 왕과 권문세족의 부패로 인해 백성들의 삶이 도탄에 빠져 있어. 몽주 형을 비롯한 우리 사대부들은 썩은 기득권층을 몰아내고 성리학(이기설과 심성론에 입각해 실천도덕과 인격, 학문의 성취를 강조한 송·명대의 ‘신유학’인데 이게 뭔 소린가 싶으면 그냥 공자·맹자님 거 ‘유학’이겠거니~ 해)에 입각한 ‘알흠다운’ 정치를 펼치고 싶지만 실현 가능성이 ‘1도’ 보이지 않아. 게다가 원나라에 빌붙은 친원파들은 나와 몽주 형을 쳐낼 궁리만 호시탐탐 하고 있고. 정말이지 이놈의 세상을 확 뒤집어버리고 싶다! 몽주 형~ 세상이 왜 이래!?


너에게 ‘그 책’을 선물하는 게 아니었다(feat. 정몽주)

도전이와 난 왕부터 백성까지 모두가 사람답게 살며 인의예지를 지키고 토지를 고르게 배분해 누구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지 않는, 또 충효를 바탕으로 국가 기강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들고 싶었어. 하지만 당시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이권을 생쥐의 코털만큼도 나눌 생각이 없었지.

가슴에 불을 안고 사는 도전이는 그런 현실을 누구보다 힘들어했어. 그런 그를 위로하고 싶어 <맹자>를 선물했지. 아뿔싸, 이게 사단이 날 줄이야.

문신인 우리가 고려를 뒤바꾸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걸 깨닫고 나와 도전이는 우리와 뜻을 함께할 무인세력을 찾게 돼. 그렇게 만난 인물이 이성계지. 우리 셋은 힘을 합해 기존 세력을 숙청하며 고려 되살리기에 나섰어.

우선 무능한 우왕과 창왕을 폐위했고 공양왕을 옹립했지. 우리의 의견을 존중할 왕을 새로 맞았으니 이제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마음껏 펼치면 되겠구나했는데… 난 이렇게 가는 길이 <맹자>가 말한 민심이자 천심이라 여겼건만 같은 책을 본 도전이는 ‘망가진 고려를 되살릴 방법은 없다.

<맹자>의 가르침을 따른 ‘역성혁명’(다른 성씨에 의한 왕조 교체)’만이 답이다!’라며 이성계를 수장으로 한 새 국가를 원하더라고. 우린 엄연히 고려의 신하이며 신하의 본분은 충성인데 말야!





<단심가>의 정몽주, 조선을 디자인한 정도전

이후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돼. 둘 모두를 끔찍이 아꼈던 이성계는 정몽주가 자기 사람이 돼주길 바랐어. 하지만 정몽주는 ‘두 왕을 섬길 수 없다’며 끝내 이성계, 정도전과 척을 지지. 결국 야심가였던 이성계의 다섯 번째 아들이자 훗날 조선 3대왕 태조가 된 이방원이 시 배틀(<단심가>와 <하여가>)로 정몽주를 시험하고 처단했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니 설명은 넣어둘게.

그 뒤 정도전은 꿈꾸던 이상 국가를 현실에 만들어내고자 온갖 열정을 쏟아부었어. 국명을 조선이라 하고, 도읍지를 한양으로 정하더니 새로 지을 궁궐과 종묘의 위치, 이름까지 일일이 제정했지. (경복궁, 근정전, 사정전, 강녕전… 다 도전 씨 작품이여~) 또 국가 운영지침서인 <조선경국전>을 저술하고 군사 제도를 정비해 직접 군사 조련까지 담당했어. 또… (지면 관계상 여기까지만 소개할게. 끝이 없다).

그런 그의 모습을 탐탁지 않게 여긴 이가 있었으니, 누구? 조금 전 등장한 이방원! 딩동댕! 신하의 파워가 세지면 왕권은 반대급부로 약해질 거 아니니. 결국 정도전도 이방원에게… (그 뒤 이 똑똑한 왕자는 정몽주는 충신, 정도전은 간신이라 하지. 왕에게 충성하고 새 나라를 인정하지 않는 신하다운 신하가 새 왕조에 필요한 인재상이었을 테니 말야).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정몽주와 정도전 이 두 절친이 끝까지 뜻을 함께했다면 우리의 역사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선택한 방식은 달랐지만 결국 두 사람이 원한 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이었으니까. 자, 어느 쪽 정씨가 더 매력적이니? 둘 다? 미투!



‘지금까지 이런 TMI(too much informa tion)는 없었다!’로 시작한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독자 분들의 요청에 다시 시작합니다. TMI 시즌 2는 “재밌게 읽었을 뿐인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도움까지 됐다”는 말에 ‘어쩌면 쓸모 있을’을 타이틀로 삼았습니다. 과학, 문학, 역사, 예술, 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세기의 라이벌들로 재밌게 풀어볼 예정입니다. 그저 즐겁게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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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 EDU CULTURE (2021년 05월 19일 10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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