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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8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40 | 기업 경제 활동

노키아 뒤 밟는 LG 스마트폰 혁신의 시대, 기업을 흔든 ‘방심’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철수 단계에 돌입했다. LG전자 휴대폰은 한때 삼성과 국내 시장을 양분하고 세계 3위에 빛나는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2009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 2015년 2분기부터 지금까지 누적 적자 규모가 5조 원에 달한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홈, IoT 등 기업의 주축인 가전과의 시너지가 큰 품목이라 쉽게 사업을 정리하지 못했던 LG전자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그에 따라 더 빠르게 변하는 시대다. 이에 맞춰 시대가 요구하는 상품을 반걸음 앞서 생산해야 하는 기업의 역량도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LG전자의 파란만장했던 스마트폰 역사를 통해 이 시대, 기업의 경제 활동에 요구되는 것과 나아갈 방향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TV 뉴스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재화와 서비스 생산의 주체 ‘기업’

잠시 질문! 네 보물 1호 스마트폰은 어느 기업 제품이지? 스마트폰으로 가장 많이 하는 건 뭘까? 네이버 웹툰 구독과 카톡! 모비릭스 모바일 게임도 빼놓으면 섭섭하다고? 이 잠깐의 대화 속에 등장한 기업만 4개에 달하는군.

기업은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는 경제 주체야. 국가 경제에서 기업이 수행하는 기본 역할은 가계가 필요로 하는 각종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해 제공하는 거란다. 이를 통해 기업은 수입을 늘리고 비용은 줄이는 방향을 모색하며 이윤을 창출해내지.

소비자의 취향은 끊임없이 변하기 마련이고 점점 더 좋은 물건을 사용하길 원하기 때문에 기업은 시대의 욕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제품을 끊임없이 개발해야만 해. 기업이 신제품 연구와 개발에 많은 자금을 투입하는 이유지.

때론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새로운 도전을 감행하기도 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상품이나 기술 개발, 새로운 시장 개척, 새로운 경영 조직 구성처럼 말야. 기업의 이 같은 노력은 냉혹한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고 이윤을 창출하며 기업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소비자에게 보다 나은 상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지.

중학교 <사회Ⅱ> 3단원 ‘경제 생활과 선택’과 고등학교 <경제> 1단원 ‘경제 생활과 경제 문제’를 펴보자. 국가 경제에서 기업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어떻게 이윤을 창출해내는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


다시 읽는 ‘기업 경제 활동’



휴대폰의 제왕 ‘노키아’, 영광에 취한 참담한 대가

최근 10년 사이에 가장 급격하게 몰락한 기업을 꼽으라면 1위는 단연코 ‘노키아’일 거야.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2007년에도 핀란드 기업 노키아는 점유율 40%를 웃돌며 휴대폰계의 절대 강자로 넘사벽 1위를 고수했어. 당시 자국 수출의 20%, 법인세 23%를 책임지며 ‘핀란드는 노키아가 먹여 살린다’는 평까지 들을 정도였지. 2006년 한 해 동안만 2천900만 대의 휴대폰을 판매했다니까. 아이폰을 선보인 애플이 출시 3년이 지난 후에야 누적 판매량이 간신히 3천만 대를 넘어선 점을 감안하면 당시 노키아의 영향력이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키아의 CEO(최고경영자) 올리 페카 칼라스부오는 ‘이제 스마트폰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에 이렇게 화답했다고 해. “아이폰은 우리 시장에서 먹히지 않을 Joke(농담, 장난)같은 제품이다. 우리가 정한 것이 곧 표준이다!” 하… 지금 이분 어딘가에서 안녕히 계신가 모르겠네.

결국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애플과 삼성전자로 양분된 상황에서 노키아가 설 자리는 없었지. 결국 2012년을 기점으로 삼성전자에게 글로벌 휴대폰 시장 1위 자리를 내주고 전성기 시가총액의 0.07%에 불과한 1천73억 달러(약 7조3천 억 원)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되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됐단다.


오만한 판단이 부른 기업의 몰락

확고부동한 1위 자리에서 순식간에 몰락의 길을 걸은 기업은 노키아뿐만이 아냐. 가까운 옆 나라 일본을 살펴볼까?

1980~1990년대 최대 전성기를 맞았던 일본 대표 기업 ‘소니’. TV와 오디오, 휴대용 카세트 등 거의 모든 가전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었지. 특히 TV는 절대적인 위치로 평가받았고. 후발 주자였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가 TV 개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자 “두 기업이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기술 면에서 소니를 따라잡을 순 없을 것”이라는 1도 안 웃긴 망언을 했더랬지.

특히 TV와 스마트폰의 필수라 불리는 OLED기술 상용화를 위해 삼성디스플레이가 부단히 노력할 때 “물구나무를 선 채 후지산을 등반하는 일”이라며 비웃은 일화는 유명해. 결과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는 전 세계인의 거실을 점령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를 달리고 있지. 소니 TV는… 어디서 본 사람 손! 뭐? 박물관에서 봤다고?

131년 전통을 자랑하는 미국 필름의 제왕 ‘코닥’. 디지털 카메라의 도래를 제때 읽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며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기업의 최후를 온몸으로 보여준 산증인이 됐지.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의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루어지자 검색 엔진의 개척자로 등장한 ‘야후’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야후라는 고유명사가 웹서핑을 대표하는 보통명사로 불릴 정도였지만 ‘구글’의 등장으로 쓸쓸한 퇴장을 맞고야 말았어. 야후라는 이름은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덜떨어진 인간’에서 따왔다지? 작명의 중요성이란.

오래된 기업이 쇠락의 길을 걷는 건 필연 아니냐고? 89년 역사를 지닌 덴마크 ‘레고’를 봐. 1990년대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게임이 대세가 되고 인구 고령화로 장난감 수요층인 어린이가 감소한 와중에도 ‘어른도 즐기는 장난감’ ‘많은 시간을 투자해 창의성과 성취감을 느끼게 하는 장난감’ 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금까지 굳건히 왕좌를 지키고 있잖니.


한걸음 더 생각하기


세계 3위 LG 스마트폰, 비주류폰 전락사

2010년은 스마트폰 역사가 새로 쓰인 해야. 아이폰에 자극받은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대가 왔음을 인지하고 수년째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던 피처폰 브랜드 ‘애니콜’을 과감히 없앴거든.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겠다는 자세로 ‘갤럭시’라는 브랜드명을 짓고 최고 인재들을 투입했지. 결과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양강 구도를 펼치고 있잖니.

하지만 LG는 새 시대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사 인기 제품인 초콜릿폰 등의 성공에 심취해 ‘피처폰 마인드’를 벗어나지 못했어. 전문가들도 LG의 피처폰 성공이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고 평가해. 피처폰 세계 1위였던 노키아가 쓰러진 것도 같은 이유라면서 말야.

LG에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냐. 2013~2014년에 출시된 G프로, G2, G3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삼성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었으니까. 하지만 그 뒤 출시된 G4의 메인보드 품질 문제와 사후 서비스 등에 발목이 잡히며 이미지는 추락했고 설상가상 세계 최초로 제품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표준화하는 ‘모듈러 디자인’을 채택해 야심차게 내놓은 G5에서도 배터리 모듈 결합 불안정 등의 문제가 노출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돼. 이는 만성 적자로 이어졌지. 그 뒤로 스마트폰은 LG전자의 ‘애물단지’ ‘미운 우리 새끼’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고 LG전자의 순익과 기업 가치를 짓누르는 요인이자 비주류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게 됐단다.


생활가전 세계 1위, LG의 선택

LG전자의 생활가전 영업이익은 2017년부터 미국 가전명가 ‘월풀’을 넘어선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어. 올해 초에도 미국 유력 소비 매체 <컨슈머리포트>가 선정한 ‘최고의 세탁기·냉장고’ 부문에서 1위를 휩쓸며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에서 저력을 과시했다는 희소식을 전했지.

이러한 이유로 일각에선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어. 스마트폰이 전 세계 IT기업의 기술력을 상징하기 때문이지. 뭔 소리냐고? 생각해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람과 가전, 자동차 등 각종 사물을 잇는 중심 연결고리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큰 게 뭘까? 사람들이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스마트폰이 가장 우세하지 않을까? 마치 리모컨처럼 말야.

하지만 LG전자 측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더라도 생활가전을 지원하는 사물인터넷(IoT)이나 모바일 핵심 기술 기반의 미래 사업엔 전혀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LG 가전의 IoT서비스를 반드시 LG 스마트폰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건 아니란 뜻이지. 모든 스마트폰에서 카카오톡 기능이 가능한 것처럼 말야. 최근 LG전자는 소프트웨어 전문가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코딩, 보안, 아키텍트(전체 시스템 설계) 분야 전문가를 2023년까지 1천여 명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

신기술·신제품이 하룻밤 사이에 쏟아지는 세상이야.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상품은 상향평준화돼 더 이상의 드라마틱한 제품을 출시하기는 기업 입장에서도 힘든 실정이거든. 제품 자체가 아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고객 만족에 집중하는 것이 ‘가심비’와 ‘가성비’를 모두 잡을 답안이라는 거지.

과거의 영광과 안일한 미래 대응으로 ‘우리가 답이다’라며 방심하는 순간 무너진 기업을 우리는 익히 봐왔어. LG전자는 ‘돈 먹는 하마’였던 스마트폰의 정리를 암시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어. 이에 대한 나비효과도 주목해야겠지. 삼성전자는 LG 스마트폰이 국내 2인자의 자리를 내려놓는 순간,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과 격전을 치러야 할지도 몰라.

‘혁신’은 기업에게 있어 생명과 같아. 이를 가능케 하려면 소비자인 우리는 제품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멈추지 말고 기업은 열린 가슴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수용해야 할 거야. 우리의 후손들과 동일 기업의 제품을 사용하며 추억을 나눈다는 것, 생각만으로도 기쁘다~!




뉴스는 넘치지만 의미를 제대로 알기는 더 어려워졌죠.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언제고 도움이 될 뉴스들을 ‘콕’ 집어서, 교과서 개념과 연결해 쉽게 읽어주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중·고등학생의 눈높이로 풀어보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내일교육(lena@naeil.com)으로 언제든 제보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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