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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3호

교과서로 세상 읽기 37 | 배양육

치느님을 실험실로 주문한다! 동물권·온난화 해결사 ‘배양육’

실험실에서 기른 ‘고기’가 전 세계 마트 진열대로 다가오고 있다. 싱가포르는 지난 19일 세계 최초로 배양육 판매를 시작했다. 배양육은 소나 닭, 돼지 등 동물의 세포를 채취해 실험실에서 배양하는 고기를 가리킨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동물권(동물의 생명권)과 지구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가운데 동물을 잔인하게 죽일 필요 없이 고기를 얻을 수 있고 온난화 최대 주범인 축산업을 개선할 수 있는 ‘미래 식량’으로 주목받고 있다. 배양육의 기술 발전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또 향후 전망은 어떠한지 면면을 담아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TV 뉴스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지구온난화 1등 주범, ‘축산업’

어제 하루 동안 먹은 삼시세끼 메뉴를 읊어보련? 아침엔 소고기 미역국, 점심은 제육볶음, 저녁으로는 닭갈비라고? 와우~ 진정 고기의 향연이로군. 채소도 좀 먹었다고? 뭐, 김치?

전 세계 수많은 이들이 육식을 즐기며 살아가는 지금, 지구촌에서는 얼마나 많은 가축이 키워지고 있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상의 포유동물 가운데 야생동물은 불과 4%밖에 남지 않았다고 해. 인간과 인간이 먹기 위해 기르는 가축이 96%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지. 개체수로 따지면 소가 약 15억 마리, 돼지 10억 마리, 양 10억 마리, 지구상 조류의 70%를 차지하는 닭이 190억 마리. 지구는 그야말로 인간과 가축의 세상인 셈이야.

연간 도축되는 가축의 수는 이보다 더 많아. 소는 태어나 18개월이 지나면 푸줏간으로 직행하게 되고 돼지는 6개월, 닭은 항생제와 촉진제를 주입해 억지로 몸을 키우며 불과 31일 만에 생을 마감해. 우리가 ‘치느님’을 부르며 닭 사랑을 목 놓아 외칠 때 수많은 닭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단 얘기야. 돼지와 닭의 폭발적인 수요로 도축되는 가축의 수는 연간 700억 마리가 넘는단다.

문제는 맛난 고기가 행복만을 가져다주지 않는다는 데 있어. 지구 환경을 위협하는 대기 온난화의 주범이 바로 축산업이야. 자동차, 기차, 배, 비행기 등 지구상의 모든 교통수단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총합보다 가축들이 쏟아내는 가스가 더 많아. 게다가 가축들을 먹일 사료를 키우느라 숲과 열대우림이 계속해서 파괴되고 있고. 전 세계 곡물의 40%가 가축에게 주어진다니 말 다했지. 고등학교 <통합사회> 2단원 ‘자연환경과 인간’의 ‘환경문제를 위한 방안’에서 ‘고기 없는 월요일 캠페인’을 자세히 다룬 건 다 이런 깊은 뜻이 있는 거야.


다시 읽는 배양육

상상에서 출발해 현실이 된 배양육

1931년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50년 뒤의 세계’라는 글에서 “우리는 가슴이나 날개를 먹기 위해 닭을 통째로 키우는 모순에서 벗어나 적절한 배양액 내에서 부위별로 닭을 키우게 될 것”이라며 배양육의 탄생을 예견했어. 처칠의 예상보다 40년이 더 걸리긴 했지만 70여 년이 흐른 지금 영화 같은 상상은 현실이 됐고, 배양육 기술의 발전 속도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어.

‘클린미트’, 우리말로 ‘청정고기’로 불리는 배양육은 2013년 미국의 한 스타트업이 구글의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의 투자를 받아 소 줄기세포(여러 종류의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이용한 햄버거 패티를 처음 만든 데서 시작됐어. 당시 200g도 안 되는 고기 한 덩이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내는 데 든 금액은 33만 달러(약 4억 원).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고깃값의 80만 배가 들었지. 평생 사 먹는 게 낫겠다고? 그런 근시안적 사고, 옳지 않아~.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들어본 적 있니? 인간이 지닌 게놈(한 생물이 가진 모든 유전 정보)의 모든 염기서열을 해석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1990년에 시작해 2003년 완료됐지. 수십 억이 투자된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우리는 생명체 설계도의 전체 모습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고 덕분에 미지의 세계였던 많은 생명 현상들과 각종 질병, 노화의 원인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했어. 기술은 진화를 거듭했고 지금은 겨우 수백 달러로 유전자 검사가 가능할 정도가 됐지. 미래에 대한 투자를 단지 금액만을 따져 치부할 수 없는 이유야.


동물의 죽음 없는 고기

배양육은 가축의 근육세포 조직을 활용해 만든단다. 우선 가축의 세포 조직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낸 다음 생물학적 반응이 일어나는 ‘생물반응기’에 넣고 길러내지. 생물반응기에는 세포의 성장을 돕는 영양분인 ‘배양액’이 담겨 있어. 바로 이렇게 배양된 고기를 용도에 맞게 가공해 우리가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거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은 육식을 즐겨왔어. 만족감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영양 측면에서도 고기는 우리 식생활에서 배제할 수 없는 재료지.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고기를 얻는 방식은 동물과 인간, 환경 모두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어. 또한 고기를 얻기 위해 길러지는 가축들은 생명을 지닌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정성과 사랑 속에서 자라지 못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이익 창출을 위한 상품으로 분류돼 열악한 사육 환경과 갖은 학대가 가해짐은 기본이고 몸집을 키우고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온갖 약품이 주입되기도 하지. 이렇게 받은 스트레스와 약품들을 가득 품은 채 도축당한 소와 돼지 닭, 등은 그대로 우리 식탁에 오르게 돼. ‘내가 먹는 것이 나를 이룬다’는 말 들어봤니? 그렇다면 우린 스스로에게 어떤 음식을 허락해야 할까?

배양육의 맛은 일반 고기와 다를 바가 없다고 해. 닭 배양육은 닭고기 맛이, 소 배양육은 소고기 맛이 난다는 거지. 그렇다면 쥐 배양육은… 그만하자. 연구진들은 “세포는 무한대로 증식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작은 세포 하나로 전 세계 소고기 공급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배양육 산업이 활성화되면 죽음 없는 청정고기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주장하고 있단다.


출처 STEPI, ‘배양육(In Vitro Meat)의 미래’ 보고서



한걸음 더 생각하기


배양육, 어디까지 진행됐나?

2017년 빌 게이츠는 170억 달러(약 18조4천억 원)를 멤피스미트 배양육 스타트업에 투자했어. 빌 아저씨가 배양육의 투자 가치를 알아본 거지. 이를 증명하듯 전 세계 배양육 생산 업체는 2016년만 해도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지만, 지금은 60개 이상에 달해. 미국 최대 축산기업인 타이슨푸드도 배양육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어. 두 기업 모두 2022년에는 배양육을 식탁에 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

세계적으로 배양육 시장에서 가장 앞선 기업은 미국의 잇저스트야. 12월 2일 잇저스트의 닭고기가 세계 최초로 싱가포르 식품청의 판매 승인을 얻었지. 배양육이 판매 승인을 받은 첫 사례야. 싱가포르 당국은 그동안 식품독성학, 생물정보학, 영양학, 역학, 공중보건정책, 식품과학, 식품기술 전문가 7명으로 패널을 구성해 배양육 닭고기의 모든 제조 공정과 안전성을 평가했어.

그러면서 “분석 결과 배양육 닭고기는 단백질과 불포화 지방산, 미네랄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구성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지. 싱가포르에 위치한 레스토랑 ‘1880’은 배양육 닭고기로 만든 요리를 고객들에게 선보였고 잇저스트는 조만간 치킨 너겟을 상품화해 슈퍼마켓에서 시판할 예정이라고 해. 싱가포르 정부가 선제적으로 배양육 시판에 나서면서 전 세계 배양육 업체들은 개발 속도에 한층 박차를 가하고 있어.

세계 4위의 소고기 수입국이자 1일 1인 1닭을 외치는 우리나라도 다나그린, 시위드, 셀미트 등 바이오 스타트업들이 배양육 개발에 힘쓰고 있어. 소규모 스타트업이 대부분이지만 해외 투자사와 배양육 업체가 주목할 만큼 연구 성과도 내고 있대.


‘농업혁명’ 이은 ‘육류혁명’?

배양육 산업의 최대 걸림돌은 배양육 제조 가격이야. 시장조사 기관 럭스 리서치는 배양육 1㎏을 만드는 데 최소 400달러(약 44만 원)에서 최대 2천 달러(약 219만 원)가 필요하다고 전했어. 하지만 배양육 업계는 ‘대규모 생산 시스템이 갖춰지면 비용은 낮아질 것’이라고 주장해. 미래 전문가들은 배양육 시장 규모가 앞으로 10년 내에 1천400억 달러(약 15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우선 급격한 인구 증가로 인해 지금의 육류 생산 방식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거라는 분석이지. 인류학자들은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현재 생산되는 식량에서 70%가 더 필요하단 뜻이지. 하지만 지구의 땅은 더 이상 농경지나 축산으로 사용될 곳이 없을 만큼 포화상태야. 축산업이 환경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설명하는 건 이제 입이 아플 정도니 그만할게. 환경오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중차대한 일이라는 건 코로나19로 집콕을 1년째 강행 중인 우리 모두 동의하는 거지?

장점만 가득한 것 같지만 실상 배양육이 상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아. 도축한 소고기, 닭고기처럼 동물의 형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 유래를 알 길이 없다는 것. 또 수많은 축산업계와 그에 수반한 업계들이 받을 타격 등이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기 전 그에 수반한 제도를 발 빠르게 논의하고 대중과의 합의를 거쳐 합리적인 지침을 만드는 일을 우선으로 해야 할 거야. 누군가의 피해는 최소로 하되 기술과 혁신을 이끌어가는 미래 지향적 사고도 놓치지 않아야 하겠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갈 것인가는 우리에게 달렸어. 배양육, 클린미트가 가져올 미래, 궁금하지 않니?

뉴스는 넘치지만 의미를 제대로 알기는 더 어려워졌죠. 청소년의 실생활과 밀접하거나 알아두면 언제고 도움이 될 뉴스들을 ‘콕’ 집어서, 교과서 개념과 연결해 쉽게 읽어주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중·고등학생의 눈높이로 풀어보고 싶은 이슈가 있다면 내일교육(lena@naeil.com)으로 언제든 제보해주세요. _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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