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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982호

뛰는 정책 위에 나는 집값

규제 통하지 않는 난공불락 성(城)?

2020년 11월 기준, 서울 지역의 가구 소득 대비 집값 비율이 26.5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평균 근로 소득을 벌 경우 일절 소비 없이 26.5년을 모아야 서울의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인간은 누구나 안락하고 쾌적한 공간을 누리고 싶어 한다. 거주지로서의 ‘집’이 이를 뜻한다. 그러나 모두가 집을 보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집의 이중성 때문이다.
집은 거주지이자 ‘사적 보유 자산’ 즉 투자가 가능한 재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정부의 개입이 소환된다. 왜 정부는 끊임없이 부동산 정책을 내놓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짚어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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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불평등, 사회 갈등 심화의 주범

코로나19가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네. 친구들과 성탄절도 연말도 함께하지 못하고 방콕을 할 널 위해 영화 한 편 소개할게. 2018년에 개봉한 <모털 엔진>, 필립 리브가 쓴 소설이 원작이야. 장르? 신나는 액션!이지만, 심도 있는 철학적 요소가 살짝 가미된, 두고두고 곱씹어볼 만한 여운이 남는 작품이야.

세계대전을 방불케 한 전쟁이 끝난 지구. 전쟁으로 오염된 땅은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됐고 간신히 살아남은 소수의 사람들은 캐터필러(caterpillar)를 장착한 이동 도시를 만들어 폐허가 된 지구를 누비지. 15살 톰이 살아가는 도시는 과거에 영광을 누렸던 대도시의 이름을 딴 ‘런던’이야. 이들 이동 도시 간에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해.

런던 같은 큰 도시는 작은 도시를 잡아먹어. 작은 도시의 자원을 빼앗고 그곳 시민들을 노예로 삼는단다. 또 이동 도시에는 계급이 존재해. 부자는 상층 갑판의 고급 주거지에서 살고 아래쪽은 가난한 사람들의 차지지. 사치를 일삼는 부자들은 하층 갑판 사람들의 헌신으로 부를 유지해.

영화가 보여주는 허구의 세상이 낯설지 않은 건 지금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야. ‘공간 불평등’이 야기한 ‘계급 불평등’이 만연한 세상. 고등학교 <통합사회> 6단원 ‘사회정의와 불평등’ 속 ‘공간 불평등 현상’을 펼쳐보자.

누구에게나 고르게 주어질 만큼 사회적 자원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규칙과 경쟁을 통해 이를 배분한다고 나와 있지? 그 결과 어떤 사람은 다른 이들에 비해 더 많은 재산과 권력, 쾌적한 공간을 갖게 된다고 말야. 그러데 만약 ‘자원의 쏠림’이 제어되지 못하고 일부 세력에게 계속 몰린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 정부가 욕을 먹으면서도 부동산 정책을 꺼내드는 이유, 이제 살짝 감이 오니?


다시 보는 ‘부동산 정책’

부동산 정책이 필요한 이유

부동산 정책은 ‘부동산(움직여 옮길 수 없는 재산, 토지나 건물)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정부의 노선’을 뜻해. 정부 주도로 추진되기 때문에 공공 정책 혹은 국책(國策)이라 부르기도 한단다.

부동산은 사적 보유 자산인 ‘재화’가 분명하지만 공공재적 성격 또한 띠고 있어. 부동산, 즉 집의 가격이 너무 오르거나 내리면 국가와 국민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잖니.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원만히 조정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정책을 펼치고 있지. 이 경우 정부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투자 수단으로서의 부동산에 집중하기보다 거주 공간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펼치려 해. 그래서 부동산 정책을 주관하는 부처도 기획재정부가 아닌 국토교통부야.

또한 정부는 부동산을 투자처로 인식하는 사람들로 인한 투기 과열을 낮추고 신혼부부나 저소득층의 실수요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부동산 시장에 투자 목적으로 진입하는 사람들을 방지하는 데 규제 정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지.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부동산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큰 자산이며 재산 증식 수단이야. 주거 안정을 위한 정책을 설계한다 해도 투자를 목적으로 매매하는 이들을 배제하고는 부동산 정책을 펼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뜻이지.

이미 대한민국 부동산은 극단적인 쏠림 현상이 발생했어. 우리나라 땅의 97%를 몇 %의 인구가 소유하고 있는지 아니? 10%야. 게다가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어선 지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약 44%가 무주택자야. 왜냐고? 이 또한 상위 10%가 다~ 갖고 있으니까.


부동산 정책, 실패의 연속인 까닭은?

24전 24패. 일부 언론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은 표현이야. 24번이나 부동산 정책을 내놨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거지. 그러면서 과거 참여정부 시절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 참여정부와 현 정부 모두 ‘주택 공급 부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는 거야. 집이 필요한 이들은 많은데 ‘수요 억제’에 방점이 찍힌 정책을 펼치고 있어 부동산 시장이 과열된다며 말야.

공급량을 늘리면 집값이 안정될까? 2008년 서울 잠실에 5층 규모 대단지 아파트가 재건축돼 30층 높이로 탈바꿈했어. 거대 단지가 들어서며 강남권에 상당량의 물량이 공급된 셈이지. 그렇다면 가격 안정이 따라줘야 하지 않겠니? 그러나 집값은 잡히지 않았어. 다양한 편의시설과 뛰어난 교통망을 갖춘 지역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었거든.

특히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계속해서 오르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제가 서울에 집중됐기 때문이야. 대부분의 일자리가 서울에 몰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 이로 인해 서울을 나가려는 사람은 적고 들어오려는 사람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서울에 집을 구하지 못해도 최소한 접근성이 좋은 서울 외곽 지역을 선호하지. 이 욕구를 정부가 막을 수 있을까? 공급을 늘려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는 건 ‘언 발에 오줌 누기 식’, 단기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야.


지난 40년간 쌀값은 3배가 오른 반면 강남구의 아파트는 84배가 올랐다.


한걸음 더 생각하기

서민들의 ‘부동산 블루’

현 정부 3년간 서울 아파트값은 무려 52%나 올랐어.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지난 14일 기준으로 77주 연속 상승했지. ‘부동산 블루’가 ‘코로나 블루’보다 더 무섭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야.

코로나19 사태로 일자리는 감소하고 경제 불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집값만 고공행진 중이야. 불황이라도 투자처를 찾는 자본은 있기 마련이고 그래도 믿을 건 부동산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이지. 정부는 빈부 격차가 심화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부동산 정책을 펴고 있는데 현실은 그 반대가 되고 있는 실정이니 원.

최근 들어 생긴 부동산 신조어에서 주목할 점은 2030 청년세대와 관련한 용어가 유독 많아졌다는 거야. 가장 유명한 ‘영끌(집을 사려 영혼까지 끌어 모은다)’ ‘패닉바잉’ ‘빚투(집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빚까지 내 투자하는 현상)’등의 신조어는 모두 2030세대와 연결 지어 등장했지.

과거에는 ‘내 집 마련은 40대에 해도 늦지 않다’는 인식이 일반적이었지만, 나날이 치솟는 집값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서울 집은 오늘이 가장 싸다’ ‘하루라도 빨리 집을 사야 한다’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어. 월급으로 돈을 모아봤자, 부동산 투자로 버는 것을 못 따라간다는 분위기와 기약도 없는 미래 준비에 매달리다 눈앞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청년들 사이에 팽배하고 있지.

얼마 전 모 방송에 나온 배우 김광규와 가수 육중완의 사례는 현재 부동산이 시민들에게 어떤 타격을 주고 있는지 ‘제대로’ 보여줬다는 평이야. 몇 년 전 서울의 같은 아파트를 두고 육씨는 6억 원에 구입했지만, 김씨는 구입하지 않았어. 현재 그 아파트값은 2배로 뛰어 육씨는 12억 자산가가 됐지만, 김씨는 치솟은 전셋값에 월세살이를 하게 됐고.


‘살(buying) 집’에서 ‘살(livable) 집’으로

미국의 유명한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가 10억 달러(약 1조1천100억 원) 이상을 가진 전 세계 부자들 중 상속이나 증여로 부자가 된 비율을 20년간 추적 조사해보니 중국 2%, 일본 18.5%, 미국 28.9%인 데 반해 대한민국은 무려 74.1%라는 결과가 나왔어. 한국 사회에서 부자가 되려면 부자 부모를 둬야 한다는 이야기지. ‘내 꿈은 재벌 2세인데 아빠가 노력을 안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우습지 않게 들리는 이유야.

현재 가장 큰 문제가 ‘집’이라는 데 정부와 국민 모두가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대하는 시각이 다르니 뾰족한 해법을 구하기 힘든 판국이지.
집은 삶의 공간이자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 요건이야.

집이 투기꾼의 먹잇감이나 일부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되는 이유지. 경제적 불평등이 만연하고 양극화가 심화되는 사회는 건강하지 않아. 더 늦기 전에 집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뜻이지. ‘살(buying) 집’이 아닌 ‘살(livable) 집’으로, 국민 모두가 편안하게 거주할 수 있는 기본적 공공재화로 인식을 바꿔나가야 해.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부동산 시장을 왜곡해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시장 기능에 모두 맡기기란 사실상 불가능해.

따라서 집에서 나오는 불로소득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앞으로 공급하는 신규 주택도 ‘로또 분양’이라는 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실수요자에게 합리적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해야겠지.

부동산 정책, 즉 주택 문제 해법을 찾기 위해선 비판적이되 생산적인 논의와 대안 제시가 필요해. 집을 소유하든 세를 살든 중요한 건 편히 거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아니겠니? 집이 본연의 역할을 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어. 하지만 이는 건강한 사회, 부의 이동이 원활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될 우리 모두의 숙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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