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중등

981호

이제 하다하다 김치까지?

도 넘은 중국발 ‘김치 종주국’ 논쟁

교과서로 세상 읽기 35 | 중국의 문화 강탈

동북공정을 넘어 이번엔 김치공정이다. 예로부터 김치는 우리 민족과 삼시세끼를 함께한 ‘소울푸드’다. 특히 최근 들어 김치의 면역력 증진 효과가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국 김치는 건강 발효식품의 대명사이자 글로벌 스타로 우뚝 섰다. 한데 얼마 전 중국 언론 매체인 <환구시보>는 ‘김치 종주국’이란 표현을 들먹이며 한국이 아닌 중국이 김치의 원조국임을 주장하고 나섰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복식인 한복과 민요 <아리랑>까지 중국 기원설을 내세우고 있다.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자국에 편입시키려는 중국의 검은 속내는 무엇일까? 그 면면을 들여다봤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연합





TV 뉴스와 신문기사로 본 세상




교과서로 뉴스 이해하기


삐뚤어진 민족주의 ‘동북공정’

‘중국’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니? 코로나19를 발생시킨 민폐 국가, 일당 독재, 짝퉁, 불량식품, 낮은 위생 수준, 패권주의, 무질서… 그, 그만! 좋은 소리가 하나도 안 나오네. 사실 역사를 되돌아보면 근대 이전까지 중국은 가장 발달한 문명을 지닌 선진국이자 대국(大國)으로 여겨졌어. 물론 이웃한 우리와 긴 세월을 함께하며 서로 전쟁을 치르기도 했고 중국의 오만한 태도에 분개하는 선조들도 있었지만 말야.

19세기 아편전쟁으로 서구에게 패권을 넘기기 전까지, 중국은 1800년간 굳건하게 세계 최대 경제대국 지위를 유지해왔어. 그 뒤 100여년의 세월 동안 중국은 ‘종이호랑이’라 불리며 약소국 신세로 전락했지. 그 때문일까? 20세기를 기점으로 다시 도약한 중국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G2로 부상하며 마치 그간의 피해를 보상받으려는 듯 ‘과거 영광 되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어.

그중 가장 먼저 야욕을 드러낸 부분이 주변국 역사 자국 중심 개편이야. 중학교 <사회Ⅱ> 교과서 6단원 ‘우리나라와 중국의 갈등’을 펼쳐보자. ‘현재 영토를 기점으로 그 안에서 전개됐던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하겠다’는 삐뚤어진 민족주의 연구 작업인 ‘동북공정’이 보이지? 그들은 이를 기반으로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고대 지방정권이라 주장하며 우리의 찬란한 역사를 강탈하는 걸 당연시하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소리인데 누가 믿냐고? 동해는 왜 일본해로 불리게 됐을까? 독도를 다케시마로 알고 있는 많은 외국인은 어떻게 설명하지? 히틀러의 나치 정권을 선전한 괴벨스는 말했지. 거짓을 100번 말하면 진실이 된다고.





다시 보는 김치와 파오차이


‘파오차이’ 국제 표준 인증이 부른 논란

지난달 24일 중국 쓰촨(四川)성 서남부 메이산(眉山)시의 특산품 ‘파오차이(泡菜)’가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국제 표준 인증을 받았어. 그러자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김치 종주국 한국의 치욕’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김치 산업은 이번 인가를 통해 국제 김치 시장에서 기준이 됐다. 우리의 김치 국제 표준은 세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는 참여하지 않았으며 굴욕당한 한국 매체들도 결과에 분노하고 있다’며 파오차이가 김치의 국제 표준이 됐다고 주장했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중국측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의 입장은 단호했어. 김치(Kimchi)는 이미 2001년 식품계의 최고 기구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국제 규격을 인증받은 식품이라는 거지. CODEX가 뭐길래 남의 나라 식품을 규격화하느냐고?

1993년 타결된 우루과이 라운드(미국 주도하에 주로 농업·서비스업과 지적 재산권 등의 분야에서 각국 시장을 개방한 협상) 이후 국제적으로 수입·수출을 위한 검사 규격을 통일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식품 분야에서는 CODEX가 그 임무를 담당하게 됐어.

우리 옆 또 하나의 밉상 이웃 일본이 1994년부터 ‘기무치(kimuchi)’를 CODEX에 국제 표준으로 등록시키려는 계획을 추진했었다는 사실, 알고 있니? 한일전을 방불케 한 이 ‘김치·기무치 전쟁’은 결국 김치의 승리로 훈훈하게 막을 내렸지. 감히 음식에 진심인 우리를 건드리다니!


전혀 다른 두 식품 김치와 파오차이

대한민국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된 줄 알았던 김치 논쟁. 하지만 중국은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논란에 다시 불을 지폈지. 지난 8일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김치가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문장을 지웠어. 아, 이제 말이 좀 통하나~ 싶었는데… 뭐야!? 삭제 후 6시간 만에 ‘김치가 삼국시대 때 중국에서 건너갔다’는 요~상한 설명을 다시 올린 거야.

바이두는 지난 2002년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 베이징농업무역관에서 발표된 논문을 주장의 근거로 제시했어. 논문에 ‘1300년 전 중국 장차이(醬菜·절임 채소)가 한국에 전해져 오늘날 김치로 진화했다’고 쓰여 있었다는 거지. 이에 대해 당시 베이징농업무역관장을 역임한 정운용 전 NH농협무역 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 김치의 우수성을 홍보했을 뿐 중국 학술지에 그러한 내용(김치 중국 기원설)을 쓴 적은 없다”고 강조했어.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채소’라는 뜻이야. 유산균이 거의 없어 김치보다는 피클에 가깝지. 프랑스의 오이피클, 독일의 사우어크라우트, 일본의 쓰케모노(漬物)를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거야. 김치도 절인 배추나 무 등을 사용해. 하지만 고춧가루와 마늘, 생강, 쪽파, 액젓, 찹쌀풀 등을 넣어 만든 양념이 둘 사이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지. 또한 전문가들은 ‘채소를 오래 저장하기 위해 소금이나 술, 식초 같은 담금원에 두는 것은 인류 보편적인 문화’라며 장차이가 김치의 원형이라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어.

포털사이트 바이두는 위키피디아처럼 검증된 외부 전문가라면 내용 수정이 가능한 시스템이었어. 하지만 이제 급기야 김치에대한 설명을 추가 수정할 수 없도록 차단해 버렸단다. 이런 걸 가리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라고 하지.


피클의 일종인 파오차이와 발효식품의 대표주자 김치.출처 HEAD TOPICS



한걸음 더 생각하기


높아진 김치의 위상에 올라타려는 중국

2003년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던 감염병 ‘사스’. 병마가 위세를 떨칠 때 우리나라는 감염자가 단 3명에 그쳤고 그마저도 모두 완치됐어. ‘한국인이 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이유는 김치 섭취 때문’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며 김치의 상업성이 부각됐지. 그러나 당시 한국은 김치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중국에게 김치 생산 주도권을 넘기고 말았어.

김치의 가치를 알아본 중국은 자국에 김치 공장을 설립하고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한국 수출량을 늘리기 시작했지. 값싼 식자재를 선호하는 식당 등이 중국산 김치의 주고객이 됐어. 지난해의 경우 김치 수출량이 6만 톤에 그친 반면 수입량은 30만 톤에 달했단다. 수입 물량 중 99%가 중국산이고. 불편한 진실이지.

코로나19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세계적인 이슈로 떠올랐고 김치는 전례 없이 큰 주목을 받고 있어. 게다가 김치는 전 세계 채소 발효식품 중 유일하게 국제 식품 규격을 갖추고 있어. 바꿔 말하면 세계적으로 품질과 위생 안전성이 인정된 채소류 발효식품은 김치가 유일하다는 뜻이지. 지금 이 시점에서 중국이 왜 김치 논란을 일으켰는지 조금 삘~이 오니?

전문가들은 김치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올린 중국이 김치의 유명세에 올라타 파오차이를 산업화, 표준화해 자국 핵심 수출 상품으로 키우려는 야심을 드러낸 거라 판단하고 있어. 한국 김치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지는 파오차이를 김치로 홍보하고 이를 부각해 파오차이의 명성을 올리겠다는 전략인 거지.


냉정한 현실 인식과 대응으로 맞서야

김치 종주국을 자처하면서도 국내 김치 시장을 중국에 내준 우리. 어쩌면 중국의 억지는 우리 스스로 자초한 일일지도 몰라. 게다가 지금껏 우리나라 대표 포털인 네이버와 다음의 번역 서비스를 비롯해 공영방송인 EBS까지 ‘김치=파오차이’로 잘못 표기했었다는 건 반성할 문제지.

2013년 농림수산부가 김치의 중국식 표기법을 ‘신치(辛奇)’로 정하고 중국에서 상표권 등록까지 마쳤지만 정작 우리조차도 김치를 파오차이로 쓰고 있었던 거야. 구글은 우리 측 요청에도 여전히 ‘Kimchi’와 ‘김치’를 ‘파오차이’로 오역해 제공하고 있어. 이를 시정하려면 논리로 무장한 더 강력하고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겠지.

중국의 우리 역사와 문화 끼어들기는 동북공정과 김치, <아리랑>뿐만이 아냐. 2005년 강릉 단오제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고 2019년 한국 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을 때도 ‘한국이 중국 단오제와 서원을 강탈했다’며 거친 여론몰이를 했지. 물론 단오와 서원의 효시가 중국은 맞아. 하지만 유네스코가 주목한 건 원형이 아닌 그 민족 고유의 얼이 담긴 ‘독자적 발전 내용’이었어.

얼마 전 중국 기업 페이퍼 게임즈가 신작 모바일 스타일링 게임 ‘샤이닝니키’ 국내 출시를 기념해 게임 의상에 우리 고유의 한복(韓服)을 선보였어. 그러나 중국 누리꾼들이 한복을 중국 명나라 때 의상인 ‘한푸(漢服)’라고 항의하면서 결국 한국 서버에서 철수하는 촌극이 벌어졌지. 당시 중국의 속국이었던 고려가 명나라 의복을 가져다 썼다나?

물론 이런 주장을 모든 중국인의 의견이라 여기면 곤란해. 하지만 ‘김치 종주국이 왜 중국에서 김치를 사먹느냐’는 물음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는 우리 모두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거야.

종주국의 자리를 확고히 하려면 우리가 먼저 자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해. 중국이 우리 문화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무엇이 잘못됐는지 정확하게 짚어주고 적극적으로 대응해나갈 수 있어야 하겠지.

그런 의미에서 김치의 종류가 모두 몇 개나 되는지 아는 사람? 2004년 출간된 <김치백과사전>에는 일반김치(2천400여 종), 장아찌(680여 종), 겉절이(50여 종)가 소개돼있어. 하지만 안타깝게도 CODEX 규격에는 배추김치만 등록돼 있지. 자, 나머지 3천129종을 어떻게 등록시킬지 오늘부터 모두 고민해보자고.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0

댓글쓰기
240318 숭실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