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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호

EDU CULTURE |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38

천벌을 받을 것이야~ 미국을 떨게 한 ‘테쿰세의 저주’

‘저주’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오싹한 느낌이 나지 않니? <잠자는 숲속의 공주>는 저주를 받아 100년간 강제 숙면에 들어갔고 원래 초절정 미남인 <미녀와 야수> 속 야수는 저주로 인해 외모를 강탈당해 성격까지 삐뚤어져버렸잖아. 저주 걸기의 달인, 조선 최고의 미녀 장희빈도 빼놓으면 섭섭하지. 이처럼 저주는 증오에 바탕을 둔 적극적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어. 어떤 대상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닥치길 기원하는 행위지. 남의 불행을 바라다니! 저주를 거는 사람은 모두 악당들이라고? 자~ 지금부터 미국의 원주민, 아니 원주인인 인디언들의 추장 테쿰세의 이야기를 듣고 판단해보도록 하자고!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사진 위키백과 참고 <발명 마니아>





# 기억하라, 20년마다 아픔이 오리니

유럽 백인들이 ‘신대륙 발견’이라는 미명하에 평화롭게 지내던 미국 대륙의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했다는 사실은 너도 익히 알고 있을 거야. ‘늑대와 춤을’ ‘작은 나무’,‘주먹 쥐고 일어서’ 등 개개인의 특징과 개성을 살린 애정 어린 호칭으로 서로를 부르던 그들에게 ‘인디언’이라는 집단명을 붙여버렸다는 것도.

지도를 제대로 못 보면 작명 센스라도 있어야지 원. 미국 원주민을 ‘인디언(인도사람)’으로 부르는 놀라운 지성미와 단순미라니.

각설하고, 백인들은 신대륙의 땅을 소유하고 싶어 했지만 인디언들에게 소유의 의미는 도통 이해불가의 외계어였어. 땅은 사람과 동식물 모두의 것인데 어떻게 그걸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것인지 도대체 알 길이 없었지.

처음 백인들이 미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인디언들이 그들을 포용하고 농사 짓는 법까지 손수 가르쳐준 건 땅은 생명을 가진 모두의 공공재라 여겼기 때문이거든. 결국 네가 알다시피 신식 무기를 장착한 백인들과 평생 자연을 벗삼아 산 인디언들 사이에 잔혹한 전쟁이 벌어졌지.

인디언 부족들 가운데 용맹하기로 명성이 자자했던 쇼니족 추장 테쿰세(날아가는 화살)는 ‘이 대지는 대대로 여기서 살아온 우리 것’이라며 백인 지배에 끝까지 저항했어. 그러나 안타깝게도 테쿰세가 이끌던 인디언 연합세력은 1811년 티피카누 격전에서 인디애나 주지사 해리슨 장군이 이끄는 미 정부군에 의해 궤멸당했지. 테쿰세의 동생이자 예언자였던 쇼니는 분노의 눈물을 흘리며 해리슨 장군에게 저주를 꾹꾹 눌러 담은 한 통의 편지를 보냈단다.

‘올해 해리슨은 패배해 추장이 되지 못하리. 하지만 해리슨이 이길 날이 반드시 오리니, 그렇다 해도… 해리슨은 집무실에서 목숨을 잃게 되노라. … 해리슨이 죽은 뒤에 올 추장들도 20년마다 선택된 이들은 반드시 죽게 되리라. 그때마다 떠올려라. 겹겹이 쌓인 우리들의 시체를.’




# 120년간 100% 적중한 테쿰세의 저주

근대 과학을 신봉하던 백인들에게 인디언들의 ‘저주’와 ‘예언’은 그저 우스운 농담처럼 여겨졌어. 하지만 이를 미신이나 우연으로 치부하기엔 그 여파가 실로 엄청났단다.

테쿰세의 저주는 1840년부터 120년 동안 단 한 번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적중했어. 쇼니의 예언대로 해리슨은 그 전투를 승리해 일약 영웅이 됐지만 그 직후 대통령 선거에서 패배했지. 1840년 대선에서 당선됐으나 다음해 3월 취임식 연설 때 상한 목이 폐렴으로 번졌고 그 다음달에 죽었어. 장대비 속에서 외투를 벗고 1시간 동안 연설을 했다나 뭐라나.

그로부터 20년 후 1860년에 에이브러햄 링컨이 당선됐으나 5년 뒤 재임에 성공한 직후 극장에서 공연을 감상하던 중 반대파 지지자의 저격으로 피살됐어. 1880년 대통령에 당선된 제임스 가필드 역시 취임 6개월 만에 사망했지. 그를 살해한 사람은 정신이상자였는데 자신에게 관직을 주지 않아 앙심을 품게 됐다고 고백했대.

1900년에 대통령이 된 윌리엄 매킨리 역시 그 다음해 9월 무정부주의자의 총에 맞아 죽었고 1920년에 당선된 워런 하딩은 3년 뒤 알래스카 유세에서 돌아오다 심장마비로 객사했어. 1940년 3선에 성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대통령직을 역임한 인물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양대 국난을 안정적으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4선 직후인 1945년 4월 뇌출혈로 세상을 떠났어.

1960년 당선된 존 케네디는 3년 뒤 유세지인 텍사스 댈러스에서 오픈카 퍼레이드 중 총탄에 맞아 사망했고. 당시 그가 살해되는 장면이 TV로 생방송 돼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지. 그 뒤 1980년 로널드 레이건과 2000년의 부시는 건강하지 않았냐고? 레이건은 간신히 목숨은 건졌지만 총에 맞아 평생을 알츠하이머로 고생했고 부시도 재임기간 중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단다. 어라? 그러고 보니 이제 2020년! 새로 당선된 미국 대통령은!? 두둥~

테쿰세의 저주가 무섭지만 악랄하다고 여겨지지 않는 이유는 그 안에 ‘약자의 비애’가 담겨 있기 때문일 거야. 저 하늘에서 테쿰세가 미소 짓는 날, 저주는 그저 옛날 얘기로 자연스레 흘러가게 되겠지.





오픈카 퍼레이드 중 총격을 받은 케네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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