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드러난 국제 분업의 취약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100일 만에 대한민국은 ‘확진자 수 세계 2위 위험국’에서 ‘모범 방역국’으로 우뚝 섰어. 전 세계가 K-방역을 주목하며 우리의 위기 대처 시스템에 찬사를 보내고 있지. 각국의 정상들은 한국산 진단 키트를 구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우리의 방역 경험 공유 요청도 쇄도하고 있어. 우리 정부는 앞으로 또 이 같은 팬데믹 사태가 벌어졌을 때 전 세계가 즉각 대처할 수 있도록 ‘K-방역 국제 표준화’를 추진해 감염병 대응에 앞장설 방침이라고 해.
코로나19 사태는 우리에게 경제적 독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어. 무슨 소리냐고? 대다수의 국가들이 바이러스 유입 차단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이동 금지 조치를 내렸을 때 우리는 어땠지? 대구에 환자가 속출했을 때도 봉쇄는 없었어. 국민 개개인이 마스크 쓰기를 생활화하며 사회적 거리 두기를 통한 선진적 시민의식으로 이겨냈지. 그래, 우리는 다행히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마스크와 의료용 방역복을 자체 생산하는 능력이 있었던 거야. 미국과 유럽, 일명 선진국들은 자국에 공장을 두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다는 판단하에 대다수의 제조 공장을 개발도상국으로 보냈어.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럽과 미국을 강타하자 다급해진 각국은 마스크를 확보하려 안간힘을 썼어. 급기야는 독일이 다국적 기업 3M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마스크를 수입하자 미국이 중간에서 가로채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 이에 더해 미국은 프랑스, 캐나다와도 마스크 문제로 언쟁을 벌이며 ‘마스크를 탈취하는 해적집단’이라는 오명을 썼지.
자각하는 세계, 국제 분업에 제동을 걸다
바이러스 진단 시약, 인공호흡기, 마스크, 의료용 가운조차 만들지 못하는 허약한 제조 시설. 아파도 병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 코로나19는 자본주의가 주도한 무한 성장 아래 가려졌던 유럽과 미국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나게 했어.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더해 또 하나의 문제를 생각해봐야 해.
견과류가 두뇌회전에 좋다는 건 유명하지? 아몬드, 호두, 캐슈너트 등으로 대표되는 견과류는 대부분이 수입산이야. 바나나나 칠레포도, 망고 등 디저트의 한 축을 담당하는 달콤하고 맛난 과일도 수입산이 많지. 육식주의자인 네가 매일 먹는 고기는 어떻고. 소고기는 호주산, 돼지고기는 미국산, 닭고기는 캐나다산…. 이렇듯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은 우리의 식탁까지 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코로나19 사태는 그런 우리에게 질문을 던졌지. 각국이 무역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식량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과연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나?
실제로 얼마 전 말레이시아가 국가 봉쇄를 결정하자 싱가포르가 식료품 위기를 맞았고, 베트남이 식량 안보 문제로 쌀 수출을 금지한 바람에 필리핀이 큰 곤욕을 치렀지.
우리나라의 경우 곡물을 기준으로 했을 때 쌀 자급률은 100%에 달하지만 콩과 밀, 옥수수는 거의 수입산이야. 다른 농작물은 말할 것도 없지. 이런 와중에 모든 나라가 식량에 대해 빗장을 걸어 잠근다고 생각해봐. 그야말로 ‘식량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니.
지금껏 ‘식량이 부족하면 언제든지 국제 시장에서 수입할 수 있다. 이것이 자본주의’라는 주장을 펼친 신자유주의와 자유무역 옹호론자들의 발언을 다시금 곱씹어봐야 할 때야.
이제 인류는 위기 앞에 국제 분업과 자유무역은 전혀 효율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게 됐어. 또한 농업을 비롯해 국민의 생존과 건강이 직결된 산업은 국가가 적극 보호해야 한다는 점도 깨달았지.
한걸음 더 생각하기
코로나19 이후의 변화
이미 우리는 코로나19 이후의 세상 속으로 한발 내디뎠다 해도 과언이 아냐. 온라인 개학과 수업이라는 사상 초유의 방식을 네가 직접 몸소 겪고 있는 중이잖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는 거지.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인류의 삶은 결코 이전과는 같을 수 없다고 주장하며 특히 3가지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해.
첫째, ‘언컨텍트(Uncontact) 사회’로의 변화야. 즉 비대면이 일상화된다는 얘기지. 이미 미래형 모델이었던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이 현실화됐고 배달로 생필품을 주문하는 게 일상인 생활이 돼버렸어. 이제까지 햄버거, 커피 같은 일부 외식업에만 한정적으로 적용되던 비대면 ‘드라이브 스루(Drive-Thru)’ 서비스는 백화점, 마트 등의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재래시장까지 확산, 도입되고 있지. 또한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세계적으로 ‘원격 의료’, 온라인 의료 상담의 확대를 둘러싼 논의가 시작되고 있어. 스포츠와 콘서트, 전시회와 공연, 영화 감상도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고 있지.
둘째, ‘디지털 혁신의 가속화’를 꼽을 수 있어. 언컨텍트 사회가 가능하려면 전 세계를 이어줄 첨단 IT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인프라 확산은 필수지. 이에 발맞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높아져 과학자와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의 영향력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야.
셋째, ‘국제 분업과 자유무역 체제의 전환’이 일어날 거라고 봐.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는 우리 곁에 있는 ‘공장’은 혐오 시설이 아닌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줬어. 국가적 위기에 제조업 기반이 국내에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절감하게 됐지. 언제든 다시 바이러스가 창궐할지 모르는 현 시대에 세계무역의 상당 부분은 이제 관리무역(국가에 의해 관리 통제되는 무역) 체제로 전환될 가능성이 농후해. 선진국들은 그 해답을 ‘리쇼어링’에서 찾고 있어.
흔들리는 국제 분업, 그 후
국제 분업이 흔들린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게 될지 생각해보자. 해외 공장이 자국으로 돌아오면 일자리도 늘어나고 좋지 않냐고? 흠…. 지금까지 세계가 국제 분업을 한 이유는 ‘이윤 추구’ 즉 비용 때문이라고 했던 걸 상기해보자. 선진국은 낮은 임금 지불로 생산 비용을 줄여 좋고 개발도상국은 일자리가 생겨 좋은 시스템이었지. 그러나 바이러스의 위협은 생산비용이 증가하더라도 리쇼어링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결정일 수 있음을 보여줬어.
세계 각국이 리쇼어링을 진행하면 기업들은 인력에 의존하지 않는 기계나 로봇, 디지털 기술을 도입할 가능성이 커. 자동화 시스템은 바이러스에도 안전하니 노동력 손실이나 생산 능력에도 영향을 덜 미치겠지. 바꿔 생각하면 자본과 기술, 원자재 없이 저임금의 노동력으로 버티던 개발도상국에게는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얘기지. 또 국제 분업이 사라지면 이제껏 누렸던 모든 것들의 가격이 상승할거야.
제2·제3의 감염병 팬데믹을 막을 체계적인 글로벌 방역 시스템과 리쇼어링 후 야기될 개발도상국과 저소득층의 정책 지원, 이는 모두가 공조해야 할 범세계적 문제야.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전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었어. 이웃나라의 문제가 곧 우리나라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지구촌’에서 평화롭게 공생할 방법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모색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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