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들~ 오늘은 옥수수를 얼마나 잡수셨나? 옥수수 근처도 안 갔는데 뭔 소리냐고? 흠, 과연 그럴까. 다큐멘터리 PD이자 <옥수수의 습격>의 지은이 유진규 작가는 “청소년들의 머리카락을 채취해 분석해본 결과 머리카락 성분의 34%가 옥수수로 확인됐다”고 전했어. 이게 웬 마른하늘에 옥수수 털리는 소리냐고 묻는 네게 힌트를 주자면 매일 먹는 음식에 그 답이 들어 있단다.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껌, 우유, 고기, 케첩, 샐러드 드레싱…. 옥수수가 안 들어간 음식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야. 놀란 입 다물고, 이제 옥수수가 어떻게 허락도 없이 물을 제외한 네 몸의 3분의 1을 차지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들어봐.
취재 │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 <옥수수의 습격> <식탁위의 세계사>
종교박해를 피해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온 백인들에게 수확한 옥수수를 나눠주는 인디언들. 무릎을 꿇은 인디언들의 모습을 통해 백인들의 시각으로 역사를 그려냈음이 드러난다.
바이오 연료.
옥수수 값이 오르면 전 세계가 긴장?
세계 곳곳을 휘젓고 있는 옥수수의 위력
1492년 의도치 않게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콜럼버스는 원주민들이 굽고 건조시켜 가루로 만드는 맛있는 곡물을 보게 돼. 유럽인과 옥수수가 처음 만난 순간이지. 당시 아메리카 전역에서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었는데 어라? 요것 봐라~ 1알을 심었더니 200알까지 수확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년에 2번이나 재배할 수 있는, 최고의 생산비율을 자랑하는 신통방통한 곡식인 거야. 기온만 적합하면 어디서나 싹을 쑥쑥 틔우지.
결국 옥수수는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맛과 포만감을 만족시키는 가성비 대마왕으로 소문이 나면서 유럽을 거쳐 전 세계로 퍼져나갔어. 그런데 말야, 이 가성비가 문제가 될 줄 누가 알았겠니.
지난 150년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에너지 자원으로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건 바로 ‘석유’야. 그러나 천연 자원인 석유가 나는 나라는 서아시아 지역을 비롯한 몇몇뿐이라 이들이 가격을 담합하거나 그 지역이 전쟁 등으로 정세가 불안정해지면 원유 가격이 크게 오르게 돼. 석유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가 늘 불안한 이유지. 때문에 각 나라들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 연료 개발에 엄청난 공을 들였고 드디어 석유를 대신할 ‘바이오 연료’개발에 성공했단다. 하하~ 눈치 빠른 친구라면 바이오 연료가 옥수수로 만들어진다는 걸 알아챘을 거야. 이렇다 보니 석유 가격이 오르면 바이오 연료 수요가 늘고 그러면 옥수수 가격이 뛴다는 것쯤은 알겠지?
문제는 옥수수가 석유만 대체하는 게 아니라는 거야. 전 세계 소와 돼지의 주식도 옥수수라고! 그러니 옥수수 가격 상승은 축산 농가의 부담이 되고 사료가 비싸지니 돼지랑 소고기값은 물론 우유에 버터, 치즈, 피자…. 휴~ 말을 말자. 게다가 음식에 단맛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액상과당도 모두 옥수수로 만들어. 음료부터 시작해 연근조림까지 이건 뭐 걷잡을 수 없는 거지. 더 큰 문제는 그로 인해 옥수수가 주식인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더 굶주리게 되는 악순환이 펼쳐진다는 거야. 이제 옥수수의 슈퍼 울트라 파워가 좀 체감되니?

옥수수로 아프리카 추장이 된 한국인
마이애군 김순권, 아프리카의 빛이 되다
옥수수 박사 김순권.
‘만델라가 남아프리카 5천만 인구에게 자유를 주었다면 김순권은 아프리카 5억 인구에게 생명을 주었다.’ 아프리카에서 옥수수와 희망을 동일어로 만든 사람, 김순권을 만나보자.
이름보다 ‘옥수수 박사’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한 김순권은 아프리카의 옥수수 생산량을 크게 늘린 공로로 노벨상 후보에 다섯 번이나 추천됐었단다. 그런데 그거 아니? 이 모든 게 김순권이 그토록 원했던 상업고등학교에 똑! 떨어졌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말야. 열다섯살 어린나이에 고입 실패라는 쓰디쓴 아픔을 겪은 그는 1년간 농사일에 매진하다가 정말 농사를 사랑하게 돼버렸어. 우장춘 박사를 롤모델로 삼고 육종학자(농작물의 품종을 개량하거나 새로운 품종을 연구·개발하는 학문)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지.
옥수수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 그는 1976년 우리나라 기후와 땅에 최적화된 슈퍼 옥수수 ‘수원19호’ 개발에 성공했고 가난한 농민들에게 옥수수 풍년으로 꿈과 희망을 선사했어. 그러나 김순권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전 세계 가난한 이들을 굶주림에서 구해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로 떠났단다. 말라리아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도 옥수수 연구에 매달린 김순권, 결국 척박한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마법처럼 풍성한 열매를 맺는 새로운 품종의 옥수수를 개발해 아프리카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기적을 일으켰어.
아프리카 사람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하며 가난한 이를 배불리 먹인 자라는 뜻의 ‘마이애군’이라 불렀고 그는 명예 추장으로 받들었지.
혹시 네가 훗날 나이지리아에 가게 된다면 ‘옥수수 동전’이라 불리는 ‘50코보’를 보게 될 거야. 이 동전에는 아프리카의 탐스런 옥수수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데 이게 바로 김순권의 노력과 땀의 결정체 ‘오바슈퍼 1호’란다.
아프리카로 떠난 지 17년 만에 다시 고국으로 돌아온 이 열정의 옥수수 박사는 또 북한 동포들의 배를 든든하게 해주고 싶다며 북한의 기후에 맞는 슈퍼 옥수수 개발에 매달렸지. 결과는? 식량난에 허덕이던 북녘 땅에도 사랑의 옥수수가 자라게 됐어. 지금도 김순권의 ‘옥수수로 세상 구하기 프로젝트’는 그가 설립한 국제옥수수재단을 통해 진행 중에 있단다.
옥수수 한 알에 담긴 이야기들, 참 다채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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