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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7호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19 녹색

악마의 색깔?_슈렉과 헐크 피부색의 비밀

어라? 너도 우리 회원이니? 피부색은 아닌데 생긴 걸 보니 맞는 것도 같고. 오늘은 우리 ‘녹색 스킨’ 동아리 회원들과 2020 신년 파티를 여는 날이야. 난 모임의 막내이자 총무를 맡고 있는 ‘슈렉’이라고 해. 오~ 나를 아는구나! 이놈의 인기란. 저기 우리 ‘헐크’ 형님이 오시네. 역시~ 저 꽉 끼는 섹시한 스판 바지라니. <어벤져스> 끝판왕답게 멋지다니까. 영화 <마스크>의 주인공 ‘스탠리’와 <몬스터 주식회사>의 ‘마이크’ 형님도 곧 도착하신다네. 다 모이려면 한참 걸리겠는 걸. 좋아, 할리우드 영화 속 악마나 괴물, 아웃사이더들이 죄다 녹색 스킨 동아리 회원이라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깨닫고 입 벌리고 있는 너에게 막간을 이용해 ‘녹색’ 이야기를 들려줄게.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종횡무진 서양사>




#1. 녹색은 악당의 컬러?

평온함을 뜻하는 대명사 앞서


앞서 소개한 분들 외에 녹색 스킨 동아리 회원 중 몇몇에 대해 추가로 알려줄게. 너는 잘 모르겠지만 네 부모님이 어릴 적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아니 거의 화면 속으로 들어갈 뻔하며 봤던 <브이(V)>라는 추억의 미국 드라마가 있어. 인간형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발전된 과학기술로 지구를 접수(?)하려 한 이야기지. 외계인 팀의 수장인 ‘다이애나’ 누님이 쥐를 잡아먹던 장면은 드라마의 백미로 꼽히지. 다이애나도 동아리 회원이 냐고? 맞아! 그 드라마에 출연한 외계인들은 모두 파충류야. 지구인과 겉 모습은 똑같은데 피부를 벗기면 초록괴물로 변하지. <반지의 제왕>의 ‘오크’와 <인사이드 아웃>의 성깔 있는 ‘까칠이’도 당연히 포함!


괴물이나 악마 말고 좀 멀쩡한 회원은 없냐고? 흠…. 우리 중 가장 약체인 로빈 후드와 피터 팬을 말하는 건가? 그 두 형님은 녹색 스킨은 아니지만 인간계에서 말썽 좀 피운 관계로 우리 모두의 인정을 받고 모임에 가입됐어. 비록 지금 존재감은 거의 없지만 말이지.


사실 색채심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빨주노초파남보의 가시광선 한가운데 있는 녹색은 흥분된 사람조차도 진정시키는 평온한 컬러 라고 해. 사실 우리도 외모는 이렇지만 마음들은 죄다 비단결이야. 그런데 어쩌다 녹색이 서양에서 괴물을 상징하는 색이 됐냐고? 지금부터 그 이유를 설명해줄게!




#2. 녹색 의미의 변천사

교황의 색에서 악마의 색으로


기독교는 313년 로마에게 공인받아 유럽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갔어. 기독교의 수장은 바로 교황이야. 대관식 같은 성대한 의식을 치를 때 권력과 권위를 상징하는 삼중관을 써. 삼중관을 대표하는 색이 빨간색, 하얀색, 녹색이야. 특히 녹색은 평온을 뜻해서 빨간색과 더불어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색이 됐고 이탈리아의 국기 색으로도 채택될 만큼 사랑받았어.


기독교가 세계적인 종교로 뻗어나갈 무렵 아랍 메카에서 무하마드(마호메 트)라는 인물이 짠~ 나타나 이슬람교를 창시하지. 그런데 웬걸, 갓 태어난 신흥 종교인 이슬람교가 불과 한 세기 반 만에 빛의 속도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까지 접수하더니 대제국을 건설하게 된 거야. 한 종교가 발현해 이 렇게 빨리 세력을 떨친 경우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어. 기독교의 입장에서 생각해봐. 예수 사후에 겨우겨우 공인받고 어렵사리 신도들을 모아가고 있는데 웬 ‘듣보잡’인 ‘알라’가 위대한 ‘삼위일체 하나님’을 위협하다니. 싫으면서도 얼마나 무서웠겠니?


당시 이슬람교가 신도들의 마음을 재빨리 사로잡은 이유는 ‘톨레랑스’, 즉 관용의 정신이었어. 이슬람 제국은 개인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락했을 뿐만 아 니라 마음 놓고 상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줬지. 지금의 테러 범들과 이슬람교를 동일선상에 두어선 안 된다는 말씀이야. 이제 좀 감이 오나? 그래, 기독교가 두려워하던 이슬람을 상징하는 색이 바로 녹색이야. 현재 아랍권 국기들을 떠올려봐.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녹색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 없지. 아랍 국가들의 대다수가 사막을 끼고 있어 오아시스를 상징하는 녹색이 희망의 색으로 이슬람을 대표하게 된 거야.




#3. 다시 명예 회복

친환경 상징으로 우뚝 서다


서구 세력의 종교가 기독교이니만큼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괴물이나 악당, 정상적이지 않은 인물들이 모두 녹색 피부를 지녔거나 녹색 옷을 입은 이유를 이제 알겠지?


악당을 연기한다고 해서 실생활에서도 악당은 아니라는 사실은 너도 잘 알 거야. 나만 하더라도 영화에서나 성격이 좀 그렇지 얼마나 부드러운 남자인데~ 피오나 공주와 내 친구 동키가 그 증인이야! 우리 녹색 스킨 동아리 회원들도 죄다 억울한 캐릭터들이라니까. 마음만은 모두 백설기처럼 뽀얗고 곱거든. 우리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이제 녹색은 환경오염에 맞서는 친환경 색상으로 사랑받고 있어. 의료계에서도 환자의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녹색이 이용되지. 의사의 수술복을 떠올려봐.


여기까지 들려줬으니 이제 친구들과 영화 볼 때 녹색 악당이 나오면 내가 들려준 이야길하며 아는 척 좀 해봐. 엄청 지적으로 보일거야. 그리고 덕분에 우리 녹색 스킨 회원들은 조금씩 오해를 풀어가겠지. 새해 복 많이 받으렴 친구~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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