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시 전형은 대학마다 수능 성적 반영법이 다르고 미세한 차이로 합격이 갈리므로 꼼꼼히 따져 지원해야 한다. 정시 모집 상위권 대학의 합격자 절반 이상이 N수생이기 때문에 재학생들은 이를 염두에 둬 입시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정시 전형 확대 기조로 2022학년 모집 정원은 증가할 듯하지만 각 학교의 정시 강점 유무와 자신의 성적대에 따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취재 박민아 리포터 minapark@naeil.com 도움말 장지환 교사(서울 배재고등학교)·허준일 교사(대구 경신고등학교)·조미정 대표(에듀플라자) 자료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 <2020 대입 정시 전형의 이해와 대비>
전형 요소, 수능 반영 방법 따져 지원 수시 지원 병행해 합격률 높여야
정시 전형은 대부분의 대학이 수능 중심으로 학생을 선발하지만 필요에 따라 학생부나 면접을 반영하여 선발하는 대학도 있다. 동일 대학이라도 모집 군이 다르면 ‘학생부+수능’ ‘수능 100%’ 등 전형 요소가 다를 수 있어 지원 시 유의해야 한다. 수능 성적은 표준점수, 백분위, 등급 등을 활용해 반영하는데 중위권 이하의 대학이 주로 백분위를 반영해 선발하고 대부분의 상위권 대학은 국어와 수학은 표준점수, 탐구는 백분위를 반영한 변환 표준점수를 활용한다. 영어와 한국사의 절대평가로 소수점 이하에서 합격선이 갈리는 상황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별 수능 과목 반영 비율과 방법을 꼼꼼히 따져 지원해야 한다. 수시 전형으로 6회 지원 가능하고 불합격한 학생은 정시 전형으로 3회 지원 가능하다. 총 9번의 기회 중 수시만 또는 정시만 선택하는 것은 합격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선택이다. 그러나 모의고사 성적이 내신 성적보다 훨씬 좋거나 내신 등급으로 원하는 대학의 수시에 지원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정시 위주의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서울 배재고 장지환 교사는 “내신이 3.5등급보다 낮은 학생들의 2015학년 대비 2019학년 대입 수시 합격률이 상승했다. 자사고에 근무하고 있지만 5등급 이하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합격하는 전형도 교과 전형과 학생부 종합 전형이다”라고 전한다. 정시 위주의 전략을 선택하더라도 지원 가능한 수시 전형에 지원하고 수능 성적에 따라 면접 여부를 결정하면 합격률을 높일 수 있다.
정시 전형 경쟁력 커져
정시 모집 인원은 올해 전체 모집 인원의 22.7%(전년 23.8%)인 7만9천90명(전 년 8만2천972명)으로, 모집 인원이 꾸준하 게 하락해 전년보다 3천882명(1.1%p) 감소했다. 수시에서 미등록한 수험생의 정시 이월을 고려하더라도 22.7%의 모집 비율은 역대 최소 모집 비율임을 알 수 있다 (표 1). 그러나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2020학년 정시 선발 비율 변화(예체능 포함, 정원 외 제외)를 살펴보면 오히려 2019학년에 비해 선발 인원이 1천87명 증가했다(표2). 이에 대해 대구 경신고 허준일 교사는 “작년 교육부 차관이 상위 15개 대학에 요구한 것은 2021학년 대입 전형부터 정시 선발 비율을 30%로 맞추는 것이었는데, 2020학년 대입 전형에서 다수의 대학들이 이미 비율을 맞췄다. 2021·2022학년 정시 선발 비율이 궁금해지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정시 확대 기조로 인한 모집 비율과 시기는 이번 달 발표를 지켜봐야겠지만, 현 고2가 치르는 2021학년 전형별 모집 인원을 포함한 대입 전형 시행 계획이 지난 4월 이미 발표됐으므로 현 고1이 치르는 2022학년 대입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허 교사는 “실제로 정시 비율 30%를 계획하고. 5~10% 인원이 수시에서 이월된다고 가정한다면, 이미 정시 비율 35~40%를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의 정책 흐름이라면 그 이상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전한다. 2021학년 대입 전형에서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의 정시 비율이 모두 30%로 맞춰지고 2022학년 대입에서 정시 비율이 그 이상으로 확대된다면, 정시 전형이 꾸준히 하락되고 있는 추세가 반전돼 낮은 내신 성적으로 어쩔 수 없이 준비해야 하는 전형이 아니라 집중해야 할 주요 전형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최근 급감하는 학령인구와 더불어 정시 선발 비율 변화가 향후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돼 확정 비율과 적용 시기를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정시 확대 기조에 무조건 정시 올인은 위험
최근 자연 계열 상위권을 중심으로 고2 여름방학에는 정시 집중 여부를 결정해야 승산이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모의고사에서는 최상위권이지만 내신으로는 원하는 대학과 학과를 지원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한 경우다. 정시 전형의 경쟁 상대로 재학생뿐 아니라 N수생을 고려해야 한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고2의 경우 ‘98/94의 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98/94의 법칙’은 고2 때 모의고사 백분위 98은 되어야 수능 1등급, 백분위가 94는 되어야 수능 2등급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N수생들이 평가에 포함되는 고3 9월 모의고사부터 백분위가 급격히 하락하기 때문이다. 허 교사는 “주요 과목 내신의 학년별 반영 비율이 2:4:4 혹은 2:3:5 정도라고 봤을 때 수시 기준으로 내신의 비중이 50% 이상 정해지는 시점, 즉 2학년 2학기를 마무리하고 나서 불가피하다면 정시 쪽으로 방향을 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한다. 수능 역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 기본이고 내신 공부로 익힌 지식과 학습 태도가 수능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에듀플라자 조미정 대표는 “정부의 정시 확대 정책으로 재수생과 반수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재학 중인 고등학교의 강점이 수시에 있는지 정시에 있는지 판단해 성적대별로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정시가 확대된다고 무조건 정시 준비를 외치는 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신과 모의고사의 성적 차이, 기대치의 차이 등으로 불가피하게 정시 준비를 결정했다면 교과 외 활동은 최소화하고 교과목 공부에 충실하여 수능 문제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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