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소 없는 단팥빵과 단무지 없는 자장면을 상상할 수 없듯 현대인의 의복에 빠지면 섭섭한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단추. 지퍼와 함께 옷을 쉽게 여미는 기능을 하지. 한데 격식 있는 자리에 입는 정장이나 예복에는 어김없이 단추가 빼곡히 달려 있어. 눈치챈 사람 손 들어봐! 왜 그런지 궁금하지 않았어? 없다면 다음 질문! 남성의 와이셔츠와 여성의 블라우스의 공통점은 단추로 잠근다는 것. 하지만 왜 와이셔츠는 오른쪽에, 블라우스는 왼쪽에 단추가 달려 있을까? 뭐! 처음 알았다고? 지금부터 단추 구멍만 한 눈을 크게 뜨고 집중해서 이야길 들어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문화와 역사가 담긴 옷 이야기><역사를 바꾼 17가지 화학이야기>
# 알고 보면 화려했던 과거
꽃봉오리라 불리던 브로치의 조상
단추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역사학자들은 기원전 6 천 년경 이집트에서 조개껍질이나 갑오징어 같은 연체동물의 뼈를 말려 옷에 꿰매 입으면서 시작됐을 것이라 추론하지. 이후 발전을 거듭해 상아나 동물 뼈에 정교하게 조각을 하거나 금이나 보석을 활용해 장식을 했다고 해. 단추가 영어로 뭐니? ‘버튼(Button)’이잖아. 설마…, 이건 알고 있었겠지? 이 단어의 유래는 꽃봉오리를 뜻하는 라틴어 ‘보통(Bouton)’에서 왔대! 즉 단추는 옷을 잠그는 기능적인 면보다는 브로치처럼 멋을 내는 장식용이었던 거야.
실제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던 중세 유럽까지 단추는 작은 보석이나 다름없었어. 실제로 보석으로 단추를 만들기도 했고. 이런 귀한 단추를 콧대 높은 귀족 양반들이 어떻게 했을 것 같니? 맞아. 농민이나 평민들은 가질 수도, 사용할 수도 없었지. 그들의 단추 사용을 법으로 금지했었다니까! 오직 귀족만이 단추로 치장한 옷을 입어 신분을 드러냈고, 누가 더 옷에 단추를 많이 달았는지로 부를 과시했어.
1520년 신성로마제국과 프랑스와의 전쟁 때로 가보자. 프랑스의 르네상스 군주 프랑수와 1세는 영국의 협력을 얻으러 영국 왕 헨리8세를 만나러 갔어. 왜냐고? 27년째 신성로마제국과 이탈리아 북부 땅을 놓고 전쟁 중이었거든. 영국을 제외한 전 유럽의 땅이 신성로마제국에게 먹힐 상황이었지. 그런데 도움을 구하러 간 프랑수와 양반이 1만3천600개의 금단추를 달고 가. 당시 영국은 유럽대륙에 비해 모든 게 열세인 변방 국가였거든. ‘영국 왕아, 넌 이런 거 없지?’란 잘난 척에 ‘맴찢’ 당한 이가 헨리 8세야. 동맹? 당연히 결렬이지! 참고로 헨리 8세의 원통함을 풀어준 효녀가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1세란다~ 영국을 해양대국으로 키워낸 그녀는 한쪽 장갑에만 48개의 금단추를 달고 ‘모두 꿇어!’를 외쳤대!
# 산업혁명, 단추를 대중화하다
귀족의 사치품에서 서민들의 실용품으로
단추는 오랫동안 장식용으로만 쓰였어. 13세기경 어떤 이름 모를 위대한 인물이 단춧구멍을 발명했어. 옷에 단춧구멍을 만들고, 단추도 달아 ‘여미는’ 실용성이 강화됐어. 당시 유럽인들이 이 발상에 얼마나 열광했던지 옷 입는 데 수시간을 쓸 만큼 단춧구멍을 만들었대.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기 시작하면 점심식사 시간이 됐다나 뭐라나. 그러다 1770년 독일의 위스터란 사람이 금속단추 제조기술을 발명해 보다 저렴한 재료로 단추를 만들 수 있게 됐고, 그 뒤 산업혁명에 따른 기계 보급으로 제조법도 쉬워져 윌리엄과 촬스~ 만 달고 다니던 단추를 스미스와 브래드도 이용할 수 있게 됐지.
그렇다면 왜 남성용 와이셔츠 단추는 오른쪽에, 여성용 블라우스 단추는 왼쪽에 달렸을까? 과거 유럽에선 크고 작은 전쟁이 많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남자들은 전쟁에 자주 불렸고, 검과 총을 소지해야 했지. 대부분이 오른손잡이라 무기를 왼편에 찼어. 적을 만나면 재빨리 무기를 뽑아야 하는데 잘못하다 단추 단에 걸리면 안 되잖아. 때문에 당시 재단사들은 왼쪽에 단추를 달았지. 여성의 블라우스 단추가 오른쪽인 이유는 뭐냐고? 단추는 원래 귀족들만 사용했잖아. 스스로 단춧구멍에 단추를 넣을 일이 없었다는 뜻이야. 하녀들도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니 그들이 잠그기 편하도록 단추의 위치가 정해진 거지.
# 이게 다 단추 때문?
나폴레옹의 선물, 러시아 전투의 악몽 되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 나폴레옹의 말이야. 프랑스에서는 불세출의 영웅으로, 다른 나라에선 전쟁광으로 불린 사람, 다 알지? 유럽에서 땅따먹기를 할 만큼 한 나폴레옹이 마지막으로 눈독을 들인 곳이 어디? 그래, 광활한 러시아야. 당시 정복 전쟁을 위해 프랑스의 많은 젊은이들은 국민병으로 차출됐어. 나폴레옹은 이들의 사기를 높이려 새로 발견된 금속인 주석(녹슬지 않는 은백색의 고체금속)으로 단추를 만들어 군복에 달았지. 당시 주석은 귀족들이 와인잔으로 만들어 사용할 만큼 고가였어. 번쩍번쩍한 주석 단추를 단 나폴레옹의 군대는 그야말로 부티가 철철 흘렀지. 자, 비싼 단추도 주렁주렁 달았으니 떠나 볼까! 1812년 6월 나폴레옹은 60만 명의 대병력을 이끌고 러시아 원정에 나섰지. 결과는? 러시아군의 퇴각 전략으로 식량 보급에 차질을 빚은 프랑스군은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을 맞게 돼. 그런데 이게 웬일? 가뜩이나 코에 고드름 맺히게 추운데 군복을 여민 단추들이 다 으스러져 깨지는 거야. 기온이 낮아지면 깨져버리는 주석의 성질을 몰랐던 거지. 결국 수많은 프랑스군이 멋 부리다가 동사한 슬픈 역사를 쓰게 된 거지. ‘겨울 멋쟁이 얼어 죽는다’는 표현이 여기서 나온 건가…. 흠흠. 어때, 옷에 달린 작은 단추 하나에 이렇게 많은 역사가 담겨 있는지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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