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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0호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11 프라이드치킨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인다? 눈물 없인 뜯을 수 없는 치느님의 과거

때는 16세기 대항해 시절, 서구에서는 신대륙 발견이 마치 유행처럼 번졌어. 한 번 떠나면 몇 년이 걸릴지도 모를 항해를 준비하려면 제일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뭐겠니? 빙고! 식량이지. 냉장고도 없는데 어떻게 수많은 사람이 먹을 최소 몇 개월분의 양식을 상하지 않도록 준비할 수 있을까? 맞아, 살아 있는 동물이라면 상할 염려가 없지. 그렇게 나 ‘치느님’은 몸이 작아 배에 싣기 편할 뿐 아니라 알까지 낳는다는 이유로 대항해의 동반자로 선택됐어. 부담 갖지 말고 프라이드치킨을 뜯으며 내 과거사를 들어봐.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세계 음식명 백과>




“서로 같음을 축하하라. 누군가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고 누군가는 어패류를 먹지 않지만 우리 모두가 치킨은 사랑하지 않느냐!”

-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 시즌 21 16회 에피소드 중



# ‘치느님’의 위대함

단백질 부족에 시달리던 인류를 구원하다

나와 동료들은 천신만고 끝에 미국 플로리다에 도착했어. 지금은 미국이라 불리는 그 낯선 대륙에 우리는 첫발을 내딛었고, 그 뒤 많은 영국인들이 더 많은 닭을 배에 싣고 대서양을 건너왔단다. 이런 식으로 나는 세계 곳곳에 정착했지.

나는 어딜 가도 인기 폭발이었어. 생각해봐. 너희들이 아는 특정 종교나 문화 중에 소나 돼지, 생선 등을 기피한다는 얘기는 일찍부터 들어봤어도 나를 안 먹는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을걸? 그렇다 보니 나는 전 세계 어느 문화권에서건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으로 각광받았지. 특히 소가 신성시되는 인도나 돼지를 기피하는 이슬람권에서는 내가 사람들의 단백질 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냐. 그래서 비행기에서 먹는 기내식에 빠지지 않는 메뉴가 나, ‘치느님’ 아니겠니. 2019년 현재 지구상의 내 개체수가 얼마나 되게? 놀라지 마~ 무려 인류의 8배, 600억 마리야. 네가 지금 뜯고 있으니 한 마리 빼라고? 양계장에 내 동료들이 전하래. 방금 1천 마리의 병아리가 알을 까고 나왔다고. 계속 나오는 중이라나 뭐라나.




# 미국 흑인 노예의 음식

백인이 버린 부위로 프라이드치킨을 개발하다

18~19세기 미국에서 흑인 노예들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착취당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유명하지. 백인들은 그들에게 아침부터 저녁까지 죽어라 일을 시키면서도 충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지 않았어. 더군다나 흑인 노예들이 값비싼 가축을 구해다 먹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지. 그러나 사람이 풀만 먹고살 수는 없는 법! 그들은 자체적으로 단백질 공급을 고민하기 시작했고 위대한 해답을 찾아냈지.

당시 미국에서 백인들은 나를 요리할 때 날개나 다리, 목, 꼬리, 내장 등은 잘라버리고 몸통만 구워서 로스트 치킨을 해먹었어. 버려진 부위는 흑인들이 가져갈 수 있었지. 하지만 모가지나 날개는 먹기에 양이 너무 적었어. 그래서 흑인들은 뼈까지 먹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 거야. 그들은 면화 농장의 부산물인 면실유(목화씨를 원료로 기름을 추출한 것)와 버려지는 돼지 비계에 주목했어. 면실유와 돼지 비계를 녹인 라드에 닭의 모가지와 날개를 넣어 오래도록 튀겨봤지. ‘딥 프라이드치킨’이 탄생한 순간이야.

먹어도 괜찮을까? 한입 베어무니, 오호라~ 이를 어째! 너무 맛있는 거야. 깊이 튀겨내 니 뼈까지 부드러워져서 통째로 바삭하게 씹어 먹을 수 있었고, 뼈 안의 골수가 녹아 나오면서 감칠맛이 증가해 맛도 훨씬 좋았지. 게다가 튀김이다 보니 칼로리가 높아 조금만 먹어도 금방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가난한 노예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이 된 거야. 흑인들은 자신들이 발명해낸 프라이드치킨에 갖가지 향신료를 참가해 더욱 맛나게 튀겨내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점차 백인들도 치킨의 세계에 초대됐으며 미국 전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는 ‘치느님’으로 영접을 받게 됐단다.



# 프라이드치킨, 세계인의 사랑을 받다

미국의 ‘KFC’부터 한국의 ‘BBQ’까지

세계에서 점포 수가 가장 많은 프랜차이즈 전문점이 뭐게? 맞아 치킨집이지. 우선, 미국의 경우만 보더라도 ‘KFC’ 와 ‘파파이스’ ‘엘 폴로 로코’ ‘처치스 치킨’ ‘보스턴 마켓’ 등 20여 개의 체인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어. 한국에도 치킨 프랜차이즈가 만만치 않게 많다지? 치킨집 이름으로 빙고 게임을 할 정도라며? 또 한국인들의 1년 평균 소비량이 무려 8억 마리에 달한다는 소리를 듣고 내가 얼마나 놀랐게? 5천만 국민들이 1인당 1년에 16마리는 기본으로 먹는다는 얘기 잖아~

지금은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나 ‘치느님’ 이지만 그 이면에는 흑인 노예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눈물이 숨어 있었다는 걸 기억해주면 좋겠다. 그럼 목이 메어서 못 뜯는다고? 그럴리 없다에 내 다리 한쪽을 걸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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