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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2호

알아두면 있어 보이는 TMI 8 육포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기는 간식?

나 그렇게 시시한 음식 아니다!

800여 년 전, 유목민들로 이루어진 몽골은 부족 간의 끝없는 내전으로 몸살을 앓았다. 천신만고 끝에 내전을 종식시키고 몽골을 통일한 칭기즈칸은 가난과 전쟁의 공포로부터 몽골 백성을 구원하려면 더 넓은 세상으로 가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 뒤 칭기즈칸의 군대가 내달리는 여정에 따라 세계 질서가 바뀌어갔다. 그 위대한 여정에나, ‘육포’ 님이 늘 동행했다.
취재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
참고 <세상을 바꾼 음식 이야기>




“칭기즈칸이 세상을 흔들자 술탄들이 힘없이 쓰러졌다. 칼리파들은 넘어졌고 카이사르들은 왕좌에서 떨어져나갔다. 그는 천수를 누리며 최고의 영광을 맞이한 상태로 죽었다. 마지막에는 중국을 완전히 정복하라는 유지를 남긴 채 숨을 거뒀다.”
-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쇠망사> 중



# 해가 지지 않는 나라는 영국?
인류 역사상 가장 넓은 식민지를 차지한 나라가 어디였을까? 대영제국! 그래. 그런 까닭에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렀지. 전 세계 어디에나 영국의 식민지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어. 하지만 그 전에 ‘몽골제국’이라는 대선배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규모로만 따지면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영토를 가졌던 국가지. 그러나 대형 범선 등 선진 운송 기술과 무기가 발달한 시대에 탄생한 대영제국과 달리, 몽골제국은 무기 발달되지 않은 시절에 도보와 말 등의 원시적 이동수단과 오로지 육로를 통해서만 형성된 제국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어.
서기 1206년 칭기즈칸에 의해 건국된 몽골제국은 전성기 때 영토가 2천400만㎢에 달했다고 해. 도대체 감이 오지 않는다고? 전 세계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한 나라가 어딘지 아니? 맞아. 러시아야. 현재 러시아의 면적은 1천710만㎢야. 몽골제국의 크기도 상상이 되지? 칭기즈칸 한 사람이 정복한 땅이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나폴레옹, 히틀러 세 정복자가 차지한 땅을 합친 것보다 더 넓었다고 하니 말 다했지. 이쯤 되면 가히 ‘팍스 몽골리카’라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는 수준이지. 영국이 차지한 영토는 어느 정도였냐고? 전 세계 도처에 식민지를 건설한 대영제국은 20세기 초 기준으로 3천550만㎢였다고 해. 참, 열심히도 땅따먹기를 했지.




# 몽골제국 탄생의 일등 공신 ‘육포’
칭기즈칸의 몽골군이 중국 대륙과 중앙아시아, 러시아를 거쳐 유럽 일대를 순식간에 정복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맞아! 바로 신출귀몰한 기동력이지. 몽골군이 어느 정도로 빨랐냐면 말야, 아득히 멀리서 미세한 흙먼지가 일고 있는 게 보이고, 땅에 약간의 진동이 느껴져서(기마부대가 달려오니까) 보고를 하러 가다가 지금은 어디쯤 왔나 확인 차 뒤를 한 번 돌아보는 순간 눈앞에 와 있었다고 할 정도야. 몽골군의 뛰어난 기동성이 단순히 말을 잘 탔기 때문이라 여긴다면 내가 좀 섭섭해~ 군대가 전쟁을 치르기 위해 이동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아니? 공부할 때도 가장 먼저 하는 것! 맞아, 든든하게 먹어야 해. 오늘날엔 간편한 전투식량이 많아져 보급부대의 역할이 크지 않지만 과거에는 식량 보급이 전쟁의 승패를 담당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어. 한 부대가 움직일 때는 적어도 몇 개월분의 식량을 진 부대가 뒤따라 와야 해. 짐을 잔뜩 싣고 가니 속도를 내기란 참 어려운 일이지.
그런데 몽골군은 보급부대가 따로 없었어. 왜냐! 바로 나 ‘육포’를 개인별로 말안장 밑에 휴대하고 다녔기 때문이야. 완전 건조식품이라 부피도 적고 부패 위험도 없어서, 몇 개월 치의 식량을 안장 밑에 장착할 수 있었지. 나를 가루로 만들어 물에 타 먹으면 뱃속에서 서서히 부풀어 올라 배를 채워주니 한 끼 식사로 충분하거든. 또 끝내주는 단백질 공급원 아니니 내가! 특히 전쟁 중에 불을 피워 조리할 필요도 없어 부대가 적에게 노출되지도 않았지. 이게 바로 몽골군의 신출귀몰한 기습작전이 가능했던 이유야. 어때, 내가 갑자기 위대하게 느껴지지?
더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겠어. 난 유럽에서 햄과 소시지로, 특히 스페인에서는 ‘하몽’으로 발전돼 항해 식량으로 쓰였어. 응,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는 데도 한몫한 거지. 게다가 햄버거 패티도 내 손주뻘이야. 나를 먹는 건, 곧 역사를 먹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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