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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90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내 일만 집중하면 입시·취업 생존 어려워



유학은 물론 이민의 제1목표는 자녀 교육인 경우가 많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기 마냥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절로 미소 짓다가도 너무 놀기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과 염려를 반복하기 일쑤다. 이때 아시아 이민자나 유학생은 학업에만 몰두하는 실수를 자주 범한다. 캐나다에서는 성적은 입시와 구직의 벽을 넘을 때 필요한 조건 중 하나일 뿐, 다양한 활동과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책만 파서는 눈높이에 맞는 대학도, 직업도 구하기 어렵기에 더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 바로 캐나다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교사 추천서
캐나다의 고교 학제나 대입 제도는 한국과 차이가 있다. 특히 시간표 짜는 법은 낯설다. 학생마다 시간표가 제각각이라 고교에선 담임 교사가 따로 없다. 그렇다고 과목 선택을 아이에게만 맡기지는 않는다. 전공할 생각도 없으면서 음악 과목만 2~3개씩 듣는 등 친구를 따라 엉뚱한 과목을 중복해 듣거나, 희망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목을 듣지 않아 원서도 못 낼 수 있어서다. 대학·전공을 고려해 적절한 시간표를 짤 수 있도록 학부모도 교내 상담 등을 통해 과목 선택에 일정 부분 개입한다.
입시에서는 성적 외 요소도 중요하다. 알려졌듯 동아리 활동은 학교생활에서 비중이 크고, 전공이나 직업으로 이어지는 일도 잦다. 예를 들어 딸아이 학교의 쿠킹 클럽 학생들은 순번을 정해 점심시간에 교내 카페테리아에서 매일 요리를 하고, 세일즈 클럽 학생들이 이를 판매한다.
개인적으로 아시아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소홀하다는 점이 안타깝다. 대학 진학에 목표를 두고 공부에만 시간을 할애하는데, 정작 입시에서는 이를 후회한다.
북미권 대학에 지원하려면 입학 원서와 함께 교사 추천서, 참여 클럽·사회 활동에서의 역할·실적을 담은 이력서와 에세이를 제출해야 한다. 5~10명의 교수들이 진행하는 개별 혹은 집단 인터뷰에서도 활동을 설명하고 증명해야 한다. 서류 확보가 중요한 셈.
미국 아이비 리그의 진학 조사에 따르면 아시아 출신 학생들은 성적은 우수하지만 서류, 특히 좋은 추천서를 갖추지 못해 진학에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
이곳 교사들은 제자라고 해서 무조건 추천서를 써주지는 않는다. 추천한 학생의 서류가 실제와 다를 경우 추천인의 신용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 따라서 잘 모르는 학생에게 추천서를 써주는 데 소극적이고, 써주더라도 성적표의 기록을 토대로 사실만을 열거하는 형식적 추천서를 건넬 가능성이 크다. 공부는 물론이거니와 평상시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교내 행사나 클럽활동 등에서 자신의 역할을 알리고 가능성을 드러내는 것 또한 북미권 대입에선 필수라는 점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내 취업에 친구 인터뷰가 필수
다양한 활동을 중시하는 것은 비단 대입뿐만이 아니다. 취업도 비슷하다. 얼마 전 캐나다 한인 공직자 초청 토크쇼에 참석했다가 한국과 사뭇 다른 사회 진출 방식에 매우 놀랐다. 캐나다는 한국의 공채처럼 정해진 날에 시험을 치러 공무원을 선발하는 제도가 없다. 대학 졸업 후 다른 경제활동을 하다가 해당 직무 채용 계획이 발표되면 원서를 내고 연락을 받은 후 인터뷰를 거쳐 훈련하는 과정을 거친다. 보통 3~4년이 걸리며, 길게는 10년 이상 소요되기도 한다.
경찰인 한인 여성은 대학 졸업 후 국세청에 근무하다 경찰에 지원했는데,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고 여성이기에 가점을 받아 1년 반 만에 합격 통지를 받았다고 한다. 이 여성에 따르면 캐나다 경찰은 사회 경험 없이는 지원 자체가 불가능하다. 200쪽 분량의 질문지와 에세이를 채우고, 자신에 대해 설명해줄 지인의 이름과 연락처를 10개 이상 제출해야 한다. 이들에게 지원자에 대해 묻고, 다른 지인까지 추천받아 최소 30명의 의견을 듣는다. 수차례의 인터뷰와 체력 테스트 등을 거치고 그 과정 중에도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까지 점검한다니 까다롭기 그지없다.


이곳 사람들은 사생활은 매우 존중하지만, 입사 전 지원자의 과거와 현재를 샅샅이 훑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직장을 옮기는 일이 흔하지만, 이직할 때마다 이전 직장 상사나 동료를 통해 지원자를 검증한다. 쉽게 얻을 수 없는 교사의 추천서, 동아리 활동이나 인턴 등 다양한 교내외 활동을 담아야 하는 입학 서류는 이 같은 사회생활의 전초전과 같다.
여유로운 배움이 가능하고 여러 번의 기회와 다양한 길이 있지만, 지속적이고 관계 지향적으로 현재의 삶을 관리하지 않으면 캐나다에서 살아남기는 힘들다. 캐나다는 남보다 앞선 ‘no. 1’보다 삶을 주도하는 ‘only one’을 요구한다. 단순히 대학 입학이 아니라, 사회 진출 후 삶의 모습을 그려보는 것에서 진로와 입시를 계획해야 한다는 점을 이민이나 유학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알리고 싶다.






1, 2 승마 클럽과 배구 클럽에서 활동하는 딸의 모습.
초등학교 5학년 이후에는 5년 이상 지속할 수 있는 활동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꾸준한 활동은 추천서를 받거나, 관계를 형성하기에도 좋아 수상 실적보다 입시나 취업에 더 도움이 된다.
3. 현지 공무원 채용 절차를 상세히 알려줬던 캐나다 한인 공직자 세미나 현장.
4. 여름방학 동물보호소 캠프 참가를 위한 추천서. 캐나다는 사소한 활동에도 추천서를 요구하고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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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9년 01월 09일 8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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