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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80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경쟁 싫어 온 스페인 왜 선행학습 찾나요?



스페인은 3년 전부터 부쩍 이민자가 늘었다. 스페인에 대한 호감도 상승과 경기 침체 타개책으로 유학생 유치에 나선 정부의 정책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까다로웠던 조기 유학 비자 기준을 완화하고, 부모에게도 동반비자를 함께 제공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한국인들의 조기 유학이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스페인 교육이나 학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없이 막연한 환상과 기대를 품는 경우가 많아 우려된다. 스페인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 부모가 알아야 할 스페인 교육과 생활을 짚어봤다.


기다려주는 스페인 학교
사실 한국에서 스페인은 고등 교육, 즉 대학과 대학원의 유학 수요가 많은 곳은 아니다. 한국에서의 인지도가 미국이나 다른 유럽 지역 대학에 비해 낮고, 관광·레저 산업이 국가 주요 산업이라 취업에서 유학생이 이점을 얻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측면이 반영됐을 것이다.
하지만 조기 유학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경제적인 부담이 적고,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모두 배울 수 있는 데다,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다른 유럽 지역을 여행하며 경험을 쌓고 유럽 내 대학에 진학하기도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그렇다면 실제 학교는 어떨까? 한국 부모에게 가장 알리고 싶은 점은 속도다. 사교육을 이용해 앞서 배우는 일이 없다. 연령과 학교 급에 맞게 교육이 이뤄진다.
한데 한국 부모들은 아이들이 덜 경쟁하는 교육을 받았으면 해서 스페인에 왔는데도 아이가 제 학년에 맞는 공부만 하는 것을 막연히 불안해한다. ‘한국의 경쟁 교육이 싫다’면서 ‘조금 더 미리 배워 아이가 쉽게 좋은 성적을 얻으면 좋겠다’ ‘한국의 또래에 비해 뒤처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은 미처 내려 놓지 못한 것이다. 학원이나 인터넷 강의는 커녕 아이들 학습을 위한 참고서나 문제집도 찾기 어렵다 보니 공부할 환경이 미흡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리 많이 배워봤자, 수업이나 시험에서 별 쓸모가 없다. 스페인에 오기 전, ‘늦는 아이를 기다려주는 것’이 스페인 교육임을 되새겼으면 한다.
단, 언어의 벽은 고민하길 바란다. 중국인을 비하하는 의미가 담긴 ‘치노(Chino)’라고 불릴 때 제대로 대응하거나, 스페인어는 물론 영어나 프랑스어, 독일어 능력까지 요구하는 기업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현지인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교환학생이나 2~3년 단기 유학으로 현지 대학에 진학하거나 취업을 하긴 어렵다는 얘기다.


스페인은 이민자에게도 천국일까?
스페인은 천국의 휴양지로 불린다. 하지만 유학이나 이민은 여행과 다르다. 아이들보다 부모가 부적응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다.
정이 많고 흥도 많은 한국 사람과 기질은 같다고 하더라도, 문화와 사회 시스템은 달라도 너무 다르기 때문.
특히 ‘가정적인 스페인’은 노동 환경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스페인은 하루 8~10시간 이상 근무나 주말 근무가 법적으로 금지돼 있고, ‘시에스타’에 따라 오후 2~5시에는 일을 쉰다. 근무 시간이 적어 가족과 함께할 여유가 많다. 평일 퇴근 시간 이후나 주말의 놀이터에서는 아이와 놀아주는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족들의 가벼운 피크닉을 쉽게 볼 수 있다.
달리 보면 상점이나 관공서 운영 시간이 짧다. 평일 시에스타나 일요일에는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는다. 여기에 서류가 중심인 관공서의 업무 처리는 한국인들을 기겁하게 한다. 한국에선 클릭 한 번으로 서류를 출력하거나 정보를 등록할 수 있지만 이곳에선 보안상의 이유로 서류를 우편으로 두세 번 보내야 한다. 여기에 병원에 한번 가려면 의사의 스케줄을 미리 물어야 하고, 질환에 맞는 전문의를 바로 만날 수도 없다. 전화를 통한 예약이나 문의가 어려운, 언어가 서툰 초기 이민자들은 끝없는 장애물 경기를 하는 기분이다.


스페인은 좋은 나라다. 평화롭게 일상을 보내기에 이보다 나은 곳을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행복을 느끼기까지 거치고 이겨내야 하는 부분도 많다. 특히나 가족과 함께 새로운 땅에서 아이를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다. 학교는 기다려주지만, 친구 관계나 취업은 아이들의 몫이다. 스스로 막연한 기대나 환상은 내려두고, 더 정확한 정보를 찾아야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아울러 목적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경쟁하는 교육, 회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으로 스페인에 왔는데도 ‘미리 많이’ 를 버리지 못해 힘겨워하는 경우가 많다. 주말에 마트를 이용 못해도, 시스템이 불편해도, 친절한 서비스를 못 받아도 스페인 생활을 즐기고, 그때그때 수업을 받는 아이를 웃으며 맞이하려면 무엇을 위해 어려운 길을 선택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한다.





1. 동네 공원에서 운동하는 아이들. 오후 5시에 퇴근한 아빠들이 아이를 응원하거나, 가족들과 산책하는 일이 흔하다.
2. 스페인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다음 학기 교재를 신청, 2개월 뒤에 받는다. 다음 학년 교과서나 교재를 미리 공부하지 않는 스페인을 엿볼 수 있는 문화다.
3. 주말 쇼핑몰에서 열린 아이들을 위한 문화 행사.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데, 아이들을 데리고 온 아빠들이 많다.
4. 시에스타 시간이 적힌 매장 운영 시간표. 스페인에선 대부분의 상점이 간판 밑에 운영 시간표를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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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10월 24일 8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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