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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76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선생님 소리 없는 스페인 학교



스페인에 자리를 잡은 지 5년, 어느새 익숙해졌다. 특히 아이의 학교생활은 한국보다 이곳이 기준이 됐다. 선생님이란 단어는 있지만, 실제로는 부르지 않는 학생들과 중2병은커녕 이성에 대한 관심을 부모에게 털어놓는 아이들을 나도 모르게 당연하게 여겼다. 돌아보니 한국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같은 사춘기 학창 시절인데, 왜 한국과 스페인의 아이들은 이렇게 다를까?


‘선생님’ 호칭 쓰지 않는 학생들
성인이라도 살아온 지역을 벗어나 적응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니 아이가 다른 나라에서, 생활하는 것은 더욱 만만치 않다. 특히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한 문화와 학교에서 마주치는 문화가 다를 때 아이는 혼란스러워한다. 처음 스페인 학교에 갔을 때 아이를 충격에 빠트린 것 역시, 스페인 글자가 가득한 교과서나 자신과 다른 외양의 친구들이 아닌 ‘호칭’이었다.
교사에게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학생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교사를 의미하는 단어 ‘profesor’가 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단어를 쓰지 않고, 이름을 부른다. 질문하려면 자연히 교사의 이름을 불러야 하니 아들은 차마 손을 들지 못했다. 어색하기도 하고, 죄송한 마음까지 들어 부를 수가 없었단다.
교사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이상하게 여겼다. 학부모 상담을 하자는 호출이 온 것. 학교를 찾아간 내게 담임 교사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자신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자기 의사를 말할 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어요”라는 말에 내가 겪은 한국의 학교 문화를 전했다. “한국에선 학생들이 선생님의 존함을 부르지 않아요. 수업 시간에는 떠들면 안 되고, 자리에 똑바로 앉아 있어야 해요. 선생님의 허락을 받기 전에 먼저 질문하거나 발표하는 일도 드물어요.”
내 말에 담임 교사는 잠시 나와 아들을 번갈아 바라본 후 미소를 지으며 아들의 손을 잡았다. “내 이름은 요란다란다. 알고 있지? 우리 수업은 너와 내가 함께하는 것이니 궁금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질문하고, 네 생각을 솔직하게 말해주렴”이라는 말과 함께. 그 모습에서 아들도, 나도 충격을 받았다. 한국의 학교와 다른 문화도 문화였지만, 교사 본인도 자신의 환경과는 다른 문화에 적잖이 놀랐을 텐데, 이상하다거나 의아해하는 모습을 감추고 아이에게 현지 문화를 조심스레 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아들은 학교나 집에서나 자신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는 편이다. 가끔 한국인 눈에는 예의 없어 보일 수 있지만 스스로 생각하고 말할 줄 아는 아들의 모습이 내겐 만족스럽다.


사춘기가 뭔가요?
지금 아들은 ‘테러리스트도 무서워한다’는 중2다. 이유 없이 고독해지고 짜증을 내며 자신만의 세상에 빠지는 바로 사춘기다. 그런데 아들은 별 문제 없이 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성향 탓을 하기엔, 아들의 스페인 친구들도 비슷하다. 반항기는커녕 해맑기 그지없다.
아무래도 학업과 생활에 별 스트레스가 없어서인 것 같다. 공부 못지않게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다 보니, 에너지가 발산돼 사춘기의 어려움이 크게 발현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물론 멋은 부린다. 교복을 입고 규제도 있어 제한적이다. 남학생들은 일주일에 두 번 있는 체육 시간에만 신는 운동화에, 여학생들은 팔찌처럼 학교가 허락하는 액세서리에 민감하다.
축제 때마다 미인대회도 열리는데, 여기에 참가하려 부모와 함께 몸매 관리를 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또 이성관계가 자유로울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우선 교내에서 이성교제를 하는 일이 드물다. 대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니다 보니 서로를 이성으로 생각하기가 어렵다고. 또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들이 거리에서 낯 뜨겁게 애정 표현을 하는 일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가톨릭교도라는 종교적 특성과 가족적이고 한 지역에서 오래 거주하는 이들이 많다는 문화적 특성 때문이다.


아직 5년밖에 살지 않은 내가 스페인을 다 알 수는 없다. 다만 현지인과 부딪히면서 여러 번 편견이 깨졌다. 장애인과 영유아 가정의 대중교통 편의성을 위해 버스 내부에 그들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두고, 학교에선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교육을 받는다. 아무도 불만을 표하지 않고,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고, 배려하는 일을 당연시한다는 점은 감동적이다.
또 한국 못지않게 가정에서의 예절 교육이 엄하다는 점은 스페인의 색다른면을 보여준다. 조부모와 함께 거주하거나 인근의 친척이 학교 행사에 참여하는 등 가족적이고, 지역민과 어울리는 일이 많다 보니 행동이 생각보다 보수적이다. 여기에 조금 급한 성격과 넘치는 흥을 보면, 한국인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리상으로 멀고, 서로 잘 알지 못할 뿐 닮은 점은 많은 나라인 것 같다.







1. 국민 대다수가 스포츠를 좋아하다 보니 스포츠용품 전문 매장이 많고, 저렴하다.
2. 스페인에는 세계 3대 축구 리그 중 하나인 프리메라리가가 있다. 경기장은 늘 관중으로 만원이다.
3. 스페인의 문화는 가족 중심이다. 자건거를 타고 지역 내 문화 유적을 탐방하는 어느 가족의 모습.
4. 스페인 버스에는 장애인과 유모차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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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9월 19일 8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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