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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884호

질풍노도 시기 돌출 행동

사춘기 반항인 줄 알았는데 ADHD?

청소년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열에 아홉은 크고 작은 사춘기 반항(?)으로 마음고생을 겪어봤을 터. 대부분 ‘세월이 약이다’ ‘철들면 괜찮아지겠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지나치기 십상이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또래 관계 문제나 학교 부적응, 우울 증상 등이 지속된다면 ADHD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im@naeil.com 도움말 배승민 교수(가천대학교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Reader’s Letter
“중2 아들은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때는 ‘개구쟁이’ 이미지가 강했지만, 악의 없는 장난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았죠. 한데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돌발 행동으로 학교나 학원에서 문제를 일으키네요. 아무 이유 없이 하교하는 친구의 정강이를 걷어차거나 학원 옆자리 여학생의 노트를 집어던지기도 했죠. 집에서는 아무 말 없이 방에서 나오지 않기 일쑤고…. 초등학생 때는 100점만 받던 아이가 지금은 하위권 성적을 벗어나지 못하네요. 단순히 사춘기로 보자니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고 무엇보다 아이의 미래가 걱정인데, 뭐가 문제일까요? _정은주(가명, 46·서울 성동구 옥수동)



유·초등 시기 과잉 행동, 청소년기 다른 증상으로 나타나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하 학회)가 지난 4월 건강보험 진료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 ADHD 유병률을 생애 주기별로 추정한 결과 소아(5〜14세) 5〜10%, 청소년(15〜19세) 4〜8%, 성인(20〜64세) 3〜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근거로 산출한 전체 인구 대비 ADHD 잠재 환자 수는 소아 36만 명, 청소년 20만 명, 성인 150만 명으로 추산됐다.
ADHD는 시기별로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게 전문의들의 설명이다. 아동기의 대표 증상인 과잉 행동(가만히 있지 못하고 교실을 돌아다님)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서 소폭 줄어든다고.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배승민 교수는 “청소년기에 접어들며 과잉 행동이 줄었다고 해서 ADHD 증상이 치료됐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데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뿐 ADHD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전한다.
다시 말해 유·초등 시기의 지나친 과잉 행동은 ADHD일 가능성이 높은데, 청소년기에 이와 같은 증상이 사라졌다고 해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사회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무엇보다 명백한 ADHD 증상을 단순한 사춘기 돌발 행동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배 교수의 지적이다.


중학교 시기 급격히 성적 하락한다면 ADHD 의심해야
그렇다면 청소년기 사춘기 반항과 ADHD를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배 교수는 “유·초등 시기 자녀의 행동이 어땠는지 되새겨봐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 시기에 친구 관계에서 시비라고 느껴질 만큼의 ‘폭주하는 장난’이나 ‘온종일 붕 떠 있는 개구쟁이’ 행동이 자주 있었다면 ADHD였을 공산이 크다. 이때 제대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청소년기에 이르러 분노와 불안, 우울이나 짜증 같은 정서적 변화가 눈에 띄게 증가한다. 심한 경우에는 술과 담배를 조기 접촉하는 사례도 있으며 무엇보다 급격한 성적 하락으로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의들의 진단이다.
배 교수는 “사춘기 ADHD 환자 중 초등학생 때 공부를 잘했다는 사례가 많다. 사실 초등학생 시기는 교육과정상 벼락치기와 단순 암기만으로도 높은 성적을 낼 수 있고 부모 주도 학습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이 같은 잠재적 ADHD 청소년은 학습 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자기 주도 학습 능력이 필요한 중학생 시기에 이르면 성적이 급격히 하락한다고 덧붙인다. 부모나 교사 등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학습을 계획하고 실천하며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어려워 사소한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가 잦다.




ADHD는 뇌질환, 방치하면 품행 장애 심해져
전문의들은 사춘기 자녀가 ADHD로 의심된다면 반드시 병원에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ADHD 청소년은 일반 청소년에 비해 주요 정신질환을 함께 가질 확률이 높다는 것.
학회가 지난 2017년 3〜12월 서울시내 특정 지역 청소년 189명(ADHD 확진 43명)을 조사한 결과, 우울과 불안 장애로 확진 혹은 의심되는 비율은 일반 청소년의 2〜4배, 품행 장애는 무려 10〜2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인터넷 중독 고위험군 비율도 3.1배나 높았다. 또 증상을 방치하면 뇌기능 저하가 지속되고 공존 질병까지 결합하면서 각종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ADHD는 연령을 불문하고 약물 치료가 최우선이다. ADHD 환자의 두뇌 집중력을 효과적으로 향상시켜 환자의 70〜85%가 상당한 호전을 보였다. 여기에 바람직한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인지·행동 치료를 병행해야 정서적 혼란을 겪는 청소년기에 ADHD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학교생활과 일상은 평온한 편이지만, 특정 친구와의 관계나 학원에서의 적응에 어려움이 있다면 약물치료보다 대화를 시도해보는 게 좋다.
배 교수는 “대화는 부모보다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ADHD 고유의 증상 때문인지, 우울이나 불안 같은 ADHD에 공존하는 다른 질환 때문인지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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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정민 리포터 sim@naeil.com
  • EDU LIFE (2018년 11월 21일 8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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