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육

뒤로

생활&문화

937호

EDU LIFE

자녀 동의는 필수, 심리 검사 맹신은 금물_사춘기 자녀 심리 상담 꿀팁

전국 청소년상담복지센터와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을 통해 청소년 고민·고충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대인 관계’로 인한 건수가 매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61만2천295건에서 2018년에는 무려 217%나 증가했다. 문제는 통계 밖 상당수 청소년이 상담 센터를 찾지 않고 가족이나 친구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혼자 해결하려 애쓰다 여러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상담 센터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물어야 할지, 비용은 얼마인지, 주의할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취재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도움말 김보미 팀장(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강석영 원장(맑은맘심리 상담 센터) 김나영 전임상담원(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부설 마음지음상담 센터)



학폭위 소집 증가에 심리 상담·치료 건수 동반 상승


중학생 때 학교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받는 이가 친구다. 친구와 이야기하고 놀 때 행복하고 친구와 사이가 좋지 않으면 불행하다고 여긴다. 질풍노도의 시기인 만큼 자신의 고민이나 어려움을 부모와 교사에게 이야기하지 않고, 공감할 수 있는 친구를 통해 해결하려고 애쓴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부설 마음지음상담센터 김나영 전임상담원은 “아동기에는 부모를 통해 정서와 대인 관계가 발달한다면, 청소년기에는 또래 친구와의 관계가 사회로 나가는 첫 발판이자 사회적인 관계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하게 작용한다. 친구 관계가 원만할수록 정서 발달은 물론 건강한 성격 형성과 자존감 상승, 더 나아가 학업 성취로까지 이어진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청소년 상담 사례의 70%는 교우 관계에서 오는 불안감이나 우울감, 분노 조절 장애 등의 고충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 최근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자주 소집 되면서 이에 따른 상담도 급증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의 전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가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2014~2018학년 학폭위 운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8 년 학교폭력 피해 학생은 총 3만9천478명으로 하루 108 명이 학교폭력으로 고통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2 만6천73명에 비해 5년 사이 52%나 증가한 것이다. 그 결과, 학폭위 행정 심판에서 피해 학생 73%에게 심리 상담 조치가 내려졌고 이 중 3천389명은 치료와 요양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 밖에도 스마트폰이나 게임 중독으로 인한 가족 간 불화, 친구끼리의 성추행, 성폭력 상담도 늘고 있다.


맑은맘심리 상담 센터 강석영 원장은 “최근 청소년 상담 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이 성과 관련된 문제다. 과거 부모 세대에서 아무렇지도 않았던 친구 사이의 장난이 요 즘엔 성 감수성이 높아진 세태, 확산성이 빠른 SNS 등과 맞물려 범죄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상담 전, 자녀의 동의가 우선


그런 만큼 심리 상담을 통해 문제 재발을 막는 게 매우 중요하다. 강 원장은 “적절한 시기에 좋은 상담처를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자녀에게 상담 진행에 대한 동의를 얻는 것이다.


상담 전문가들에 따르면 상담실 문을 두드리는 청소년 가 운데 상당수는 부모 모르게 고민을 해결하려 한다. 잘못을 저질러 비난이나 질책을 받을 것이라는 걱정이 앞서 이런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약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과 부모님에게 심려를 끼치고 싶지 않은 나름의 배려도 혼자 상담을 받는 이유 중의 하나다.


강 원장은 “자녀가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 무리하게 상담을 진행하면 비용과 시간, 감정 모두 낭비하게 된다. 무엇보다 상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최상의 상담 효과를 내려면 자녀 동의하에 부모 중 한 명이라도 동석하는 게 좋지만, 만약 자녀가 상담 자체를 원하지 않는다면 부모가 먼저 심리 상담을 받는 것도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부모가 변하면 자녀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강 원장의 주장이다.



지인 추천이나 입소문으로 검증된 상담처 찾아야


그렇다면 수많은 청소년 심리 상담 기관 중 어떤 곳을 선택해야 할까? 서울시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팀 김보미 팀장은 “먼저 국가에서 운영하는 곳 중 거주지근처에 있는 곳을 알아보길 추천한다”고 말한다.


심리 상담은 검증받은 숙련된 상담자의 사례와 임상 내용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 일부 사설 기관은 단기간에 심리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바로 업무에 투입되는 예도 있는 만큼 효과적인 상담을 기대하기 어려우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사설 기관을 원한다면 상담을 경험한 지인에게 추천받거나 주변인의 입소문으로 나름 검증된 상담처를 찾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때 단박에 한 기관을 정하지 말고 최소 3곳 이상에 전화를 걸어 상담 비용이나 방법을 문의한 뒤 결정하길 권한다. 또 상담심리학회 홈페이지(www.krcpa. or.kr)에서는 상담을 이용하고자 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상담자 검색 기능을 제공하고 있으니 이용해볼 만하다.


최근엔 상당수 심리 상담 기관에서 무조건 심리 검사를 권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강 원장은 “심리 상담, 특히 청소년 상담 사례는 개인별로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가정환경이나 성격, 주변인의 영향에 따라 솔루션을 달리 적용해야 한다. 한데 심리 검사는 ‘객관화’ 라는 명분을 내세워 다양한 환경에 처한 내담자를 획일적으로 정의할 수 있다. 무엇보다 심리 검사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으므로 어느 정도 상담을 진행해본 뒤 필요에 따라 선택하길 권한다”고 말한다.



상담 횟수와 비용 천양지차, 사이버 무료 상담도 있어


심리 상담 전 궁금한 것이 비용이다. 상담 기관이 많은 만 큼 상담 비용이나 횟수도 천양지차다. 사설 기관에서 심리 상담 검사를 진행한다면 30~40만 원이 소요되고 이후 상담 비용은 시간당 1회로 책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보통 60분에 적게는 5만 원에서 많게는 10만 원이다.


시·도·군·구별로 운영되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심리 상담은 비용 부담이 매우 적은 편이다. 전화나 인터넷 예약 뒤 방문해 상담하면 1회 50분 기준으로 청소년은 5천 원, 어른은 1만 원, 자녀 동반 부모 상담은 1만 원이다. 게시판이나 사이버 상담은 무료로 진행되고 개인정보가 보호되니 상담 내용 노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단, 게시판과 사이버 상담은 일회성에 그쳐 상담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내담자에 따라 상담 횟수가 다를 수 있으므로 상담 횟수를 확정해 상품화하는 기관은 피해야 한다” 고 조언한다.





[© (주)내일교육,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내일교육
  • 심정민 리포터 sjm@naeil.com
  • EDU LIFE (2020년 01월 08일 937호)

댓글 0

댓글쓰기
241112_뉴욕주립대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