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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칼럼

855호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친구 사진 허락 없이 SNS공유하면 징계받아


일본 여학생 하면 짧은 교복 치마에 루즈삭스를 신고 화장과 염색을 한 모습이 연상되곤 했다.
하지만 이러한 선입견은 일본에서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사라졌다. 학교마다 차이가 커서 한국보다 더 엄격한 교칙이 있는 학교도 많다. 무릎을 덮는 치마 길이를 고수하는 여학교나 전교생 모두가 삭발해야 하는 남학교를 적잖이 찾아볼 수 있다. 학생들 또한 자부심을 느끼며 자발적으로 규칙을 준수한다. 스스로 절제한다는 점은 인상적이지만, 사소한 일까지 규칙으로 정해두는 것은 어린 학생들에게 지나친 억압 같다는 생각도 든다.



까다로운 일본 중학교 교칙
공립 중·고 일관학교학생인 딸은 중학교도 같은 교정에서 지냈다. 공간은 같지만,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교칙은 크게 달랐다.
일본의 중학교 교칙은 일반적으로 매우 까다롭다. 의무교육이기 때문이다. 특히 복장 규율이 엄격하다. 딸 학교의 경우 등·하교 시는 물론 교내에서도 교실 밖을 나오려면 교복 재킷까지 갖춰 입어야 했다. 체육 수업이나 타 학교와 시합하는 날은 물론 체육대회 날도 마찬가지. 한국처럼 체육복이나 생활복을 입고 등교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무릎 위로 올라가는 스커트를 입어도 징계 사유다.
양말 역시 규격화돼 있다. 학교 로고가 새겨진 무릎 아래까지 오는 남색 혹은 흰색 하이삭스만 신을 수 있다. 스타킹이나 레깅스는 착용 금지다. 신발도 운동화 끈이 달려 있는 화려하지 않고 활동하기 편한 스니커즈로 정해져 있다. 머리끈도 검은색의 핀과 고무줄만 허용된다. 단, 머리 길이에 대한 규제는 없다.
휴대폰 소지는 불가능하다. 중·고 일관고는 상위권 대학 입학을 목표로 하는 진학학교라 통학에 한두 시간 이상이 걸리는 학생들도 있고 대다수가 방과 후에 학원(쥬쿠)을 다닌다. 학부모들이 원활한 연락을 위해 남 몰래 휴대폰을 챙겨 보내기도 하지만 적발되면 즉시 압수당한다. 뿐만 아니라 학부모가 학교에 불려가 담당교사의 설교도 들어야 한다. 다른 공립학교의 상황도 비슷하다. 딸아이의 학교보다 규율이 더 엄격한 학교도 많다.
단, 사립학교는 좀 다르다. 소수의 진학 학교를 제외하곤 개성과 형평성을 고려해 교칙을 적용하는 학교가 대부분이다.



숨통 트인 고교, 인터넷 규제만큼은 엄격
고등학교 교칙은 중학교보다 조금 느슨해진다. 딸의 학교는 고교생이 되면 스타킹과 로퍼가 허용되고, 머리핀·끈의 색깔도 자유로워지며 교내 휴대폰 지참 또한 가능하다.
교칙을 어겨도 심각한 사건·사고 외에는 학부모를 부르지 않고, 되도록 학생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도록 한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진출 혹은 대학 진학을 앞둔 고교생으로서 자주성을 키우고 스스로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하려는 교육의 일환으로 생각된다.
단, 인터넷 사용만큼은 아주 민감하고 엄격하게 지도한다. 대부분의 일본 고교는 교내 스마트폰 사용 가능 지역을 교칙으로 정해두고 있다.
최근 노트북을 이용하는 수업이 늘면서 이 또한 관리 대상이 됐다. 딸아이의 학교에서는 시 교육행정기관의 허락을 받은 기업이 전교생 모두에게 노트북 한 대씩을 협찬한다. 학교 관리자나 교사는 물론 기업에서도 학교가 정한 교칙에 준해 학생들의 SNS 활동을 감시하고 제지한다.
일례로 딸의 친구가 트위터에 딸아이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 학교에서는 즉시 딸은 물론 나에게도 허락을 구했는지 확인 요청했다. 허락했다고해서 무사히 넘어갔지만, 미허가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정학 3일 처분과 같은 중징계를 받은 아이들도 있었다.

개방적이고 자유로울 것 같았던 일본 학교의 이미지는 결국 선입견에 불과했다.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보수적인 일본 중·고교의 교칙을 보면서 오히려 한국 학교가 더 자유롭고 개방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일본에서는 ‘블랙 교칙’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얼마 전에도 화제가 됐다. 원래 머리카락 색깔이 갈색인 학생에게 검은 머리가 교칙이라며 학교에서 염색을 강요한 나머지 학생의 두피에 염증이 생겼고, 결국 등교 기피로 이어져 학부모가 학교를 상대로 피해 소송을 낸 것.
미성숙한 학생을 위한 규칙은 필요하지만, 사회 변화나 학생 개인의 사정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는 것 역시 학교에서 배워야 할 유연한 사고, 관용과 배려라고 생각한다. 특히 자라온 환경과 사고방식의 차이가 있는 외국인 자녀와 학부모에게 필요한 덕목이다. 학교의 판단으로만 정해지는 일본 중학교의 교칙에 한국처럼 학부모들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면 좋을 것 같다.




1. 인터넷 사용을 포함한 학교 교칙이 적힌 학생수첩.
2. 경음악부 동아리 활동 중인 딸과 친구들. 머리 모양이나 치마 길이가 한국보다 보수적인 느낌이다.
3. 일본 고등학교는 중학교보다 규칙이 완화돼 운동화가 아닌 로퍼도 신을 수 있다. 로퍼를 신고 있는 딸 친구들.
4. 일본 학교는 인터넷 사용 교칙이 매우 엄하다. 고등학교에선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 있지만 사용 구역이
제한돼 있고, 친구들 사진도 허가를 받아야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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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LOBAL EDU 학부모 해외통신원 (2018년 04월 11일 8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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