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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5호

SNS 쓰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례로 본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SNS 쓰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사례로 본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최근 ‘n번방’과 같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청소년 자녀를 둔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피해자의 상당수가 미성년자이기 때문. 성범죄 관련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의 확산으로 누구라도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청소년들을 노리는 온라인 그루밍을 통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경고한다. 중·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알아야 할 디지털 성범죄 사례를 통해 날로 진화하는 범죄 수법을 살펴보고, 예방 방법과 관련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취재 송은경 리포터 eksong@naeil.com
도움말 권현정 부소장(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김대군 책임강사(자주스쿨)·함경진 부장(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미성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사례

CASE 1 게임 통해 친해진 뒤 수위 높여 사진 요구

15살인 저희 딸은 평소 즐기던 게임을 하던 중 같이하자는 상대의 제안을 받고 이후 라인으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온라인에서 몇 달간 교제했어요. 가해자는 게임머니도 주고 잘 대해주면서 조금씩 딸의 사진과 영상을 요구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얼굴, 다음에는 몸 전체, 이런 식으로 수위가 높아졌죠. 아이는 회유와 협박을 못 이기고 상대의 요구를 들어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해자는 청소년 성범죄 전과자였어요.


CASE 2 이중 계정으로 접근, 문화상품권 미끼로 써

트위터를 즐겨 하던 중학교 2학년 딸은 어느 날 문화상품권을 줄 테니 몸 사진을 보내달라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아이는 문화상품권을 받고 싶은 마음에 그 말을 따랐는데 가해자는 사진만 받았어요. 딸은 화도 나고 사진을 보낸 게 걱정이 돼서 트위터에서 친해진 지인에게 상담을 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지인이 가해자였어요. 트위터 계정을 2개 만들어서 두 가지 역할을 한 거죠. 아이는 큰 충격을 받았는데 무엇보다 믿었던 사람한테 받은 배신감과 상처가 너무 크다고 하네요.


‘그루밍’ 피해자, 성폭력 사실 인식 어려워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일부 일탈 청소년의 문제라는 시선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청소년들의 스마트 기기 사용이 늘어나면서 일부가 아닌 누구나, 어디에서나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특히 성범죄자들은 ‘그루밍(길들이기)’을 통해 피해자가 눈치챌 틈을 주지 않는다.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권현정 부소장은 “디지털 성범죄자들은 주로 페이스북, 카카오톡, 라인, 트위터 등 SNS나 랜덤 채팅 앱, 게임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접근한다. 문화상품권, 게임머니, 기프티콘 등을 주고 칭찬해주면서 친밀감과 신뢰감을 쌓는다. 이러한 그루밍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상대방을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정서적으로 의존하게 되며, 가해자는 피해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구축해 자연스럽게 성적 가해 행동을 받아들이도록 한다. 만약 이를 거부하면 회유하거나 협박해 자신의 요구를 듣게 한다. 피해자는 말 그대로 ‘길들여졌기’에 자신이 성범죄 대상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CASE 3 진로 상담해주며 비밀 확보해 협박

고등학교 2학인 딸은 대학 입시를 앞두고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였어요. 아이가 호기심에 랜덤 채팅을 했는데, 진로 고민을 상담해주겠다며 가해자가 접근했어요. 대학생이었던 상대는 딸의 고민을 들어주며 신뢰를 쌓았어요. 그렇게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이어가면서 아이의 비밀과 고민을 알아냈고,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비밀을 폭로하겠다며 몸 사진과 영상 등을 보내라고 협박했어요. 협박도 협박이지만 아이는 가해자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었고 사랑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헤어질까 두려워 상대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응한 거예요.


CASE 4 온라인 남자친구, 친밀함 바탕으로 성적 가해

부모 세대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온라인으로 이성교제를 많이 하더군요. 고등학교에 막 입학한 저희 딸도 페이스북을 통해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어요. 상대는 딸에게 칭찬과 격려의 말도 많이 해주고 속상한 일이 있을 때는 위로해주면서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갔어요. 하지만 둘 사이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상대방은 딸에게 성적 수위가 높은 말을 들려달라고 하거나 몸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어요. 급기야는 SNS 계정을 공유하자는 상대의 말에 딸은 감시당하는 느낌도 들고 도를 넘는다는 생각이 들어 그만 헤어지자고 했더니 학교에 찾아가겠다며 협박하더랍니다.


온라인 ‘그루밍’ 경계 또 경계하라

청소년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또 하나의 생활터전인 만큼 이들은 온라인을 통한 관계에도 익숙하다. 온라인으로 연애를 하는 것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흔한 일. 이러한 아이들의 온라인 교제 방식을 성범죄자들이 악용해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에 이용하기도 한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함경진 부장은 “과거 어른들이 모르는 사람과 펜팔을 했던 것처럼 요즘 아이들도 온라인상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교제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을 100%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오프라인에서 몸 사진이나 개인정보 같은 것들을 요구하는 게 일반적이지 않은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그런 요구가 이상하다는 점을 아이들이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권 부소장도 “상대가 아무리 나에게 잘해주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비상식적인 요구를 한다면 그것이 정말 자신을 위해주는 것인지 꼭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령 성적인 대화를 유도한다든지, 신체 사진이나 영상을 보내달라든지 하는 요구에는 절대 응하지 말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 아이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고, 상대가 이상한 요구를 할 때는 보호자와 상의하도록 해야 심각한 피해로 이어지기 전 온라인 그루밍 단계에서 막을 수 있다.




미성년 디지털 성범죄 예방 사례

CASE 1 사귀자고 매달린 남자, ‘신고한다’며 되받아쳐

지난겨울, 딸의 초등학교 졸업 기념 여행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던 중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딸이 자주 하던 게임에서 알게 된 남자가 자꾸 딸한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낸다는 거예요. 그 사람의 요구로 전화번호를 알려줬는데 카카오톡을 확인해보니 ‘전화번호를 알려줬으니 이제 우리 사귀는 거다’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계속 연락을 했더라고요. 상의를 벗고 등을 찍어 보내달라는 등의 상대의 요구를 이상하게 느낀 아이가 다행히 ‘아저씨 신고당하고 싶냐’며 되받아쳤더라고요. 하마터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될 뻔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철렁했어요.


CASE 2 낯선 사람이 보낸 기프티콘, 부모에게 알려

어느 날 중학교 1학년 아들이 모르는 사람이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줬는데 받아도 되는지 묻더라고요. 아이가 평소 하던 게임을 함께했던 사람이 개인톡 아이디를 물어보길래 알려줬는데, 덕분에 재미있게 게임했다며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주더래요. 사실을 알고 아이에게 ‘엄마가 기프티콘 받지 말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상대에게 되돌려주라고 했어요. 엄마가 아이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상대에게 알리고 싶어서요. 물론 상대는 정말 나쁜 뜻 없이 기프티콘을 보냈을 수도 있겠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그 목적을 알 수 없으니 영 찜찜하네요.



예방의 핵심은 부모와의 ‘좋은 관계’

위의 두 가지 사례는 디지털 성범죄를 사전에 차단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두 사례 모두 큰 피해는 입지 않았지만 실제 성착취로 이어지는 경우도 초기에는 이런 과정을 거친다. 남자아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최근 ‘몸캠피싱’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몸캠피싱’은 여성으로 가장한 가해자가 남성 피해자에게 접근하여 화상 채팅, 영상통화 등을 통해 음란행위를 요구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저장, 협박해 금전을 갈취하는 수법이다. 피해자 대부분은 남성이며, 이 중에는 한창 성에 관심이 많은 10대 남자아이들도 상당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관계’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편하게 얘기하고 의논할 수 있는 부모 또는 누군가가 있다면 범죄의 낌새를 빨리 감지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성교육 전문 기관 자주스쿨의 김대군 책임강사는 “부모와의 관계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만난 사람의 칭찬과 선심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따라서 그루밍 성범죄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의 하루 일과나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자녀에게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전문 기관에 신고하면 피해 지원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의 온라인 활동을 눈여겨보는 것도 필요하다. 권 부소장은 “온라인에서 아이가 평소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람과 대화하는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에게 개인정보를 절대 알려주지 말고, 성적인 대화를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상대가 문화상품권, 기프티콘 등 이유 없는 선심을 베풀거나 이상한 요구를 할 때는 일단 경계하고 믿을 수 있는 어른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간혹 아이들이 피해를 입었을 때 당황하거나 무서워서 계정을 탈퇴하거나 채팅방을 나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두려워도 통화 내용, 문자, SNS 등 피해 내용을 삭제하지 말고 증거 자료로 보관해야 빠르게 피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전문 기관에 신고하면 전송된 사진·영상을 삭제하거나 심리치료, 무료 법률상담 등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도움을 요청하길 권한다.





디지털 성범죄 이렇게 예방해요!

청소년들이 알아야 할 예방 수칙

•개인정보는 범죄에 이용될 수 있으니 절대 알려주면 안 돼요.
•모르는 사람이 보낸 링크나 파일을 클릭하지 마세요. 무심코 누른 순간 해킹을 당할 수 있어요.
•잘 모르는 사람이 개인정보를 묻거나 만남을 요구하면 어른에게 꼭 알려요.

학부모가 알아야 할 예방 수칙

•자녀에게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올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전송하지 않도록 알려주세요.
이름, 나이, 휴대폰 번호, 학교명, 교복, 사진 등 개인정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세요.
•자녀의 온라인 활동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단, 지나치게 간섭하면 피해 사실을 숨길 수 있어요.
•피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아이의 잘못이 아님을 알려주고 전문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세요.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 상담·지원 전문 기관
•여성긴급전화 1366
•청소년상담전화 1388
•탁틴내일 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02-3141-6191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02-2677-9220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02-735-8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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