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도영
부산대학교 의생명융합공학부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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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그리고 적당히 공부하며 평탄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겉으로 보기에 완만한 인생이라도 변곡점은 분명히 있으며
그것을 이겨내는 것은 내 몫이다. 잘못된 선택일 수도, 노력이 충분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그저 보통 사람인 내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미래를 상상해보길 바란다.
신설 학과의 소심한 새내기가 되다
대학생이 되면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고등학생 때보다 자유롭지만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자유에 뒤따라오는 책임이 생각보다 크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대학 생활이다. 내가 대학에 입학했던 당시 의생명융합공학부는 건물도 없는 신생 학과였다. 학생부가 아직 자리 잡지 못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학기초 오리엔테이션과 엠티가 미뤄졌다. 낯선 환경과 사람을 힘들어하는 성격이라 그런 행사엔 참여하지 않았지만 3학년이 된 지금은 그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학도 일종의 사회다. 같이 밥 먹고 수업을 들을 친구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과 알고 지낸다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 자신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전하는지에 따라 경험의 범위도 달라진다. 부디 나를 반면교사 삼아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란다.
부산대에는 모두 4개의 캠퍼스가 있다. 내가 속한 의생명융합공학부는 양산캠퍼스에 있다. 3년간 이곳에서 공부하며 느낀 장단점은 아주 확실하다. 다른 캠퍼스에 비해 학생 수가 적고 기숙사는 거리가 아닌 고학년 순으로 입사한다. 또한 많은 수업이 거의 한 건물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번잡하게 이동할 필요가 없다. 캠퍼스도 조용해서 좋은데 북적대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친구라면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대신 교양 수업은 부산캠퍼스보다 다양하지 않다. 동일한 과목이더라도 인원이 적기 때문에 분반도 적고, 시간이 맞지 않아 듣고 싶은 수업을 못 들었던 적도 있다. 부산캠퍼스의 교양 수업이나 동아리 활동은 가능하지만 약 40분간 이동해야 하고 시간표도 맞춰야 해서 수고롭다. 만약 부산대에 진학한다면 꼭 진학 희망 학과의 캠퍼스 정보도 확인하길 바란다.
쉽지 않은 공대 공부, 나는 고4?
대학에 오면 공부는 조금 덜 하고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며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공대생에게는 어마어마한 수업이 기다리고 있었다.
1학년 때부터 전공 기초 수업으로 꽉 찬 시간표와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미적분학’ ‘일반 물리학’ ‘공학 수학’ ‘프로그래밍’ 등의 수업이 휘몰아쳤다. 우스갯소리로 고4가 된 것 같다며 친구에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대학 1학년 때 한 교수님께서 가장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꼈던 시절이 대학생 때였다고 말씀하셨다. 그때는 흘려들었지만 3학년이 된 지금은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무래도 내가 ‘대학’이라는 이름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수업과 과제를 통해 스스로 주제를 정하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조별 과제를 하면서 낯선 사람과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는다.
학과 공부만 잘 따라가면 자연스럽게 졸업하고 취업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 때 학생부를 챙기듯 학과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하고 공모전, 어학 성적, 동아리, 봉사, 대외 활동에 참여하며 나만의 경력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3학년인 나도 취업 동아리나 현장 실습 등을 통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써내려가는 중이다.
진로를 생각해야 하는 지금은 마음속에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득하다. 대학원에 진학해야 할지, 바로 취업을 준비할지, 휴학하고 여러 일에 도전해볼지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불안을 기꺼이 안고 첫 번째 도전을 발판 삼아 앞으로도 도전을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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